한국당, 여당 '규제개혁 5법' 발목 잡고 '의료 포함 서발법' 동의 압박
민주당 관계자 "민생입법 볼모로 밀어붙여 곤혹"...의료영리화 뚫릴수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 제정 반대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국회 주변에 퍼지고 있어,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여야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혁신 입법에 관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협의를 진행 중인데, 이 협의 결과 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발법, 규제프리존법 국회 통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7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여당의 '규제개혁 5법' 즉 ▲행정규제기본법 개정 ▲금융혁신지원법 제정 ▲산업융합촉진법 개정 ▲정보통신융합법 개정 ▲지역특구법 개정 등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발법,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 교섭단체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민생경제법안 TF' 3차 회의를 열어 서발법을 포함한 규제혁신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서발법 경우 이미 여야가 국회 통과를 전제로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경제법안 TF 첫 회의 당시만 해도 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발법 국회 통과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당론이라고 밝혔던 여당 내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론은 확고하다. 서발법에서 보건의료를 제외하면 언제든지 통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이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서발법 제정안, 의료 분야 포함) 원안을 고수하면서 민생입법 전체를 볼모로 삼고 서발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당 원내지도부도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서발법은 지난 2011년 18대 국회·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다.
해당 법안 제정안은 진흥 대상이 되는 서비스산업의 정의를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했는데, 법안 발의 전 이명박 정부가 입법예고를 통해 대상 서비스산업 범위에 교육, 관광ㆍ레저, ICT 등은 물론 의료 분야까지 포함시키면서 의료계와 시민사회계, 당시 제1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의료계 등이 법안을 반대한 이유는 영리법원,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 의료서비스에서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면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돼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저소득층과 서민층의 의료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대상 서비스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떠넘기는 것은 '포괄적 위임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법안은 18대 국회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역시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대체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보건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의료법 등 적용' 배제를 포함하는 서발법 제정안을 발의한 것. 그러나 이 대체 법안 역시 결실을 보지 못하고 19대 국회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그러나 20대 국회 회기 첫날인 지난 5월 30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현 보건복지위원장)이 이전 법안 내용과 거의 비슷한 서발법 제정안을 또다시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최근 서발법을 둘러싼 여야 논의 분위기가 기존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말들이 국회 주변에 확산하고 있다.
공고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그 이유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공약 이행 미흡으로 지목되면서 정부와 여당의 민생경제법안 입법 부담이 커졌으며, 이런 분위기가 서발법 등에 대한 여당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민생경제법안 TF 회의를 한 후 논의를 결론 지을 예정인데, 논의 결과 여야가 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발법 통과에 합의할 경우 의료계에 큰 소용돌이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는 초지일관 원격의료와 더불어 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발법·규제프리존법을 묶어 의료영리화를 추구하는 정책이라며 반대해왔고, 총파업 등 극단적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