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부터 전국 순회 '회원과의 대화' 추진
의협 회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8일 개최
최대집 의협 회장이 "정부와의 대화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면 질질 끌지 않고 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8월 17일부터 전국을 돌며 '회원과의 대화'에 나서 투쟁역량을 끌어 올려 올 11월까지 일정 수준의 집단행동 역량을 갖추겠다"라고도 밝혀 주목받았다.
다만 "집단행동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불행한 사회"라며 "정부와의 대화를 통한 협상에 우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덧붙였다.
최대집 의협 회장이 8일 의협 회장 취임 100일 맞이 정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적잖은 기자들은 의협 회장 출마 당시 투쟁 이미지가 강했던 최 회장이 '취임 이후 행보가 상대적으로 온건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최 회장은 이런 질문에 우선 강성 투쟁을 위한 의협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취임 100일 동안 일어났던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과 같은 여러 현안에 대처하고 나름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라고도 자평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직역보다 적었던 의대 교수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심사실명제 도입과 심사기준 공개 등 정부와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을 철폐하고 심평원의 현지확인 절차를 개선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진료 중인 의사를 폭행할 경우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고 폭행 예방을 위한 수가(가칭 환자관리료) 를 신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를 '서비스발전기본법'에 포함하려는 최근 여야 원내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의지를 천명했다.
<기자와의 일문일답>
의협 회장이 된 후 100일이 지났다. 회장이 되기 전 강성 발언도 많이 했지만, 회장이 되고 나서 달라졌다는 얘기도 있다.
당선자 신분이었던 4월 27일 집단휴진을 고려했었다. 의지도 있었다. 하지만 의료계 주요 지도자를 만나면서 '집단휴진이 사회적 파장 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회장 신분도 아니어서 법적 책임이 추무진 전 회장에게 미칠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집단휴진 계획을 철회하고 토론회 형식으로 전환했다. 취임한 후 5월 기자회견 통해 정부에 대해 강력한 항의성 발언을 했고 5월 20일 총궐기를 통해 '급진적인 급여화 정책'인 '문재인케어'의 변화를 촉구했다. 청와대 앞에서는 문케어를 반대하는 강한 발언을 했다.
뜻을 같이하는 국민과 범국민운동으로 확산하려고도 했다. 정부와 여당에 자극이 됐을 것이다. 회무를 시작한 이래 제 언행이 유관 기관과 언론 등의 관심을 받았고 회원 권익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느꼈다.
하지만 (저의 강성 발언으로) 정부나 국회, 유관 기관과 다양한 현안으로 논의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돼 6월 7월부터는 언론 노출을 자제했다. 유관 단체와 대화창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했고 회장으로 안정감을 줄 필요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활발히 활동했던 페이스북 같은 SNS 활동도 거의 안 하다시피 했다. 의협은 13만 의사를 대표하는 최고 전문가단체이다. 의협의 대표자로서 말과 행동을 신중히, 전략적으로 해야겠다고 느꼈다. 최근 '소극적'이라고 보일 수 있었던 이유다. 의도적으로 노출을 자제한 것이다.
의협이 법정 단체이면서 사단법인으로 민법에 정해진 절차를 밟아 회무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회무 추진 속도가 지연된 느낌을 줄 수도 있었을 듯하다. 앞으로는 회무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다.
'의료를 멈춰서 의료를 살린다'며 강한 투쟁을 통해 회원 권익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해 회장이 됐다. 투쟁력 강화를 위해 1년6개월 정도 준비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투쟁 동력 강화를 위한 활동은 뭐가 있었으면 언제쯤 투쟁 동력이 갖춰질 것으로 보나?
의사는 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한다. 의사가 진료하지 않고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한 조직을 맡으면 조직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투쟁은 상대가 있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조직의 역량을 냉정하게 파악해 어느 수준까지 동력을 끌어올리고 어떤 수단을 통해 투쟁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분석한다. 회장이 된 후 전략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26개 전문학회의 1만 명에 달하는 의대 교수를 우선 만나 의료현안에 대한 전문적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의료 현안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그래서 학회와의 만남을 정례화했다. 의료계의 투쟁 동력을 강화하는 사업 중 하나다.
대외 행사보다 의료계 행사에 우선 참석해서 회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런 게 조직력을 강화하는 거다. 8월 17일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3개월간 전국을 돌며 회원과의 대화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학병원 42곳도 방문한다.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종합병원과 거점 중소병원을 방문할 계획이다. 문재인케어의 문제는 물론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 심사체계 문제, 공단 현지확인, 심평원 현지 조사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공감하면서 집단행동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겠다.
6개월에서 1년 반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의협의 조직 특성을 분석하면 물리적인 집단행동 역량을 끌어 올리는데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의료계의 단합된 힘을 끌어 올려 대화로 정부와 현안을 해결하고 싶지만 불가피하다면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역량 올리기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11월 초면 집단행동에 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의료기관이 많은 외국은 의사의 집단행동을 완충할 수 있지만, 한국은 민간의료가 93%로 절대적이다. 의사의 집단행동은 그만큼 굉장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
출마 때부터 문케어 저지를 외다. 하지만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가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2017년 8월부터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대표를 맡아 문케어 저지 투쟁을 했다. 문케어 저지 투쟁에 나서면서 투쟁을 주도한 사람이 의협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해 책임감을 느끼고 나섰다.
정부는 3600개 항목에 대해 30조원을 투입, 급진적인 급여화를 하겠다고 한다.
의료계는 필수의료만 점진적으로 급여화해야 한다고 본다. 2013∼2016년 65개 항목을 급여화했다. 4대 중증질환 100% 지원 정책에는 1조원이 투입됐다. 과거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고려하면 급진적이다. 집권 기간 안에 900개의 의료행위를 포함해 3600개 항목을 4년 안에 급여해야 한다.
이렇게 허황된 정책을 편 정부는 없었다. 의료계는 정부와 필수의료 100개 내외를 선정하고 들어갈 재정을 추산해 현실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조만간 열릴 의정협의에서 의료계는 급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의료행위와 재정 추계까지 제안할 생각이다. 양측의 틈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더이상 협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곧바로 대정부 투쟁으로 정책 방향은 선회한다.
지난 4월 1일 의료계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협의가 채 안 됐는데 일방적으로 고시를 강행했다. 7월 2일 상급종합병원 병실 급여화 역시 그랬다. 12월 말 하복부 초음파 급여화도 이미 시간표를 정해놓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에 시한을 못 박지 말라고 요구했다. 추진 시간을 못 박고 대화하는 게 어디 있냐?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의협은 대화를 접을 것이다.
물론 보건복지부도 자기주장만 하는 건 아니다.
의료계의 근거를 갖고 주장하는 얘기에는 보건복지부도 고민하며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오래 질질 끌지 않겠다. 민생이 어렵다. 정부와 견해차를 좁힐 수 없다면 물리적인 투쟁으로 돌아설 거다.
공공의사를 배출하는 이른바 공공 의대 설립에 대한 반대 입장 발표는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당정 협의하고 교육부 심의할 때 의료계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그 과정은 법적 소송 대상도 아니었다. 일단 의학교육협의회를 통해 의료계의 입장을 발표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법안이 국회로 넘어간 만큼 국회에서 막도록 하겠다. 서남의대를 폐쇄하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훌륭한 의사를 만드는 일은 의대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좋은 교수진과 적정한 수련병원 등을 설립하는 일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지역개발이라는 정치 논리로 부실 의대가 다시 생겨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 '대관 라인'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관 라인'이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보건복지부와 필요하면 언제든 소통하고 있다.(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최 회장을 대신해 발언)
문케어를 저지하려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지만 문케어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의사의 집단행동으로 국민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국민 입장에서보면 의사가 진료에서 손을 놓고 말 그대로 진료를 중단하는 집단휴진이나 총파업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거다.
의료계의 집단행동 투쟁은 그래서 한계가 있다. 사회 분위기나 언론 환경도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를 집단이기주의로 몰고 있고 의료계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반감도 있다.
다만 국민의 과반수가 집단행동에 지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의사의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라는 인식을 하게 한다면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 과반이 의사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면 국민 여론을 투쟁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이 취임하면서 동네 의원의 수가 협상을 의협 대신 맡겠다고 의견을 내놨다.
의원급 대표단체가 수가 협상에 나서지 못해 의협이 나서고 있다. 이미 여러 번 얘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의원협회 등이 통합해 수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 다만 두 단체가 법정 단체가 되거나 사단법인이 돼야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우선 내년도 수가 협상에서 개원의협의회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야 원내 대표가 최근 '서비스발전기본법(서발법)' 대상에 보건의료 분야를 넣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이나 다름없었던 보건의료 분야 제외 태도를 바꾸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 보건의료 분야 제외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었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 당론이었다.
각 당 원내 대표가 합의해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한 법안을 상임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하려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한국과 같은 단일한 의료보험 체계에서 보건의료를 서발법에 포함하는 건 옳지 않다. 자본의 논리와 시장의 논리에 의료가 휘둘리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의료계와 의견을 같이하는 시민단체와 연대해 입법 저지 활동에 나서겠다.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에 보건의료 분야는 반드시 서발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