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유효성 불명 '약침', 논란에도 도대체 왜?>
약침 논란의 한 가운데 원외탕전실이 있다. 안전성·유효성 검증 과정이 없는 약침액 대부분이 원외탕전실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의계는 약침을 시술하는 한의사들이 원외탕전실에서 약침액을 조제해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사가 직접조제한 약침액을 원외탕전실에서 보관만 하고 배송해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럴까.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대한약침학회 원외탕전실을 이용한 약침액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해당 원외탕전실에서는 약침액이 조제가 아닌 대규모 제조됐으며 이를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에서도 고등법원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현행법상 한의사의 조제행위는 가능하지만 제조는 위법행위다. 자신이 쓸 약침액을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은 조제에 해당하지만 원외탕전실에서 대규모로 만드는 제조의 경우 관리당국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만들어진 약물을 판매하는 것 또한 당연히 위법이다.
판결 이후 원외탕전실과 약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해결책이라며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시설과 경영, 인력관리, 문서관리 수준이 높아져 품질이 좋은 첩약과 약침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이달 1일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 운용을 시작했다. 하지만 의료계 등 각계 전문가는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약물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검증 없이 생산 과정만을 관리하는 것으로 한방 약물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다.
또한 원외탕전실을 이용한 약침 생산을 합법화하면서 처방에 따른 조제가 아닌 예비조제라는 명목하에 대량 생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특정 환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생산한 약물은 제조에 포함돼 제31조 이하에 규정된 의약품 등의 제조업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약침액은 허가가 없기 때문에 미리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한의계는 이를 예비조제란 이름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약침 원외탕전실 평가인증 기준에 예비조제를 넣었다.
평가 기준에는 '원외탕전실에서 예비조제를 수행할 경우 칭량상의 오차를 최소화해 조제된 약침제의 적정한 약효관리를 도모함과 아울러 투약의 편의와 신속 및 경비절감을 위해 한의사와 조제인력 간에 사전약속 및 사전처방에 의해 약침제를 조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예비조제는 ▲극미량 사용되는 약제성분에 대한 칭량상 오차를 최소화해 조제된 약제의 적정한 약효관리 도모 ▲의사들과 사전 약속 및 사전 처방이 있는 경우와 더불어 ▲동일병원 내일 경우까지 포함돼야 한다.
게다가 ▲극미량 사용 ▲약효관리 도모에 대한 요건은 성분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과 약효에 대한 검증 과정이 없다는 점에서 의문이 발생한다.
결국 예비조제의 요건을 갖출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평가인증제라는 방식으로 예비조제를 합법화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약계 관계자는 "현재 원외탕전실은 하루 수백건이 넘는 조제를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조제가 아닌 제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평가인증제는 한약 불법 제조에 합법 도장을 찍어주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가인증제는 예비조제라는 명분으로 원외탕전실의 약침 대량 생산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약침은 산삼·봉독·불개미 등 추출물을 정맥에 직접 투여하는 주사제인데도 아무 임상시험 없이 원외탕전실에서 생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