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균 의협 대변인, 영상정보 유출 시 환자·의사 정신적 충격
"의사 수술 감시 하려 CCTV 설치한 선진국 없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대변인이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리수술 등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한 의사에 대한 처벌은 강화해야 하지만,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영상정보 유출 문제를 우려했다.
"CCTV로 수술장면을 촬영하고, 영상자료가 디지털 정보로 저장됐을 때 해킹 등으로 자료가 유출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정 대변인은 "정보 유출로 인해 의사와 환자의 정신적 충격과 사회적 파장으로 큰 혼란이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고도의 숙련된 수술 기법을 배운 의사가 감시를 받고 수술을 하게 되면 치료 의지가 떨어질 수 있고,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 수술장면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들었다.
정 대변인은 "환자의 안전은 의사의 몫이기 때문에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는 100% 동의한다"면서도 "모든 의사의 수술장면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는 대리수술 등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되는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에 대해 의사면허관리기구가 처벌 등 자정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의사면허관리기구를 통해 의사의 윤리 수준을 높이고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수술실이 아닌 곳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대변인은 "현재 응급실 등은 도난·분실 등에 대비해 CCTV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고, 수술실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도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영상 정보 유출 사건이 보호받아야 할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의협이 반대하는 것은 수술실 내의 CCTV 설치"라고 언급한 정 대변인은 "예를 들어 맹장수술이나 심장수술 장면이 녹화된 영상 정보가 유출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지난 9월 20일 '수술실 CCTV 시범 운영계획에 대한 입장'을 통해 "환자와 의료인에 대한 반인권적 수술실 CCTV 시범 운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됨으로써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방해될 뿐만 아니라, 수술 등 의료행위를 받은 환자 개인과 간호사 등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그 비밀이 현저히 침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의료인을 압박하고, 수술하는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민생의 최전선에 서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공공기관, 정부기관, 국회 등의 사무실에 CCTV 설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돼으나, 이런 문제 때문에 입법화되지 못한 것도 부각했다.
의협은 "CCTV를 통한 수술실 촬영은 유출 시 해당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얼굴, 신체적 특징, 행동 유형과 근무 현황 등 수많은 정보가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며, 이에 따라 초상권, 개인정보 공개에 관한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 등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여성 환자에 대한 외과 수술 등 예민한 장면이 여과 없이 공개돼 여러 SNS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무한대로 복제 및 재생산됨으로써 심지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동영상으로 변질하지 않을 것을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강력하게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