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의 국내 도매업체라는 비아냥에 시달리던 유한양행이 사고를 쳤다. 지난 11월 자체 개발 중이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것이다. 계약 총액이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유한양행은 동아제약의 기업분할 이후 독보적인 국내 매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연매출 1조원을 최초로 돌파한 국내 제약사기도 하다. 하지만 수입 의약품의 판매만 대리하는 상품매출 비중이 50%가 넘는다는 점은 비판이 대상이었다. R&D 투자도 제약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레이저티닙 기술수출은 유한양행이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레이저티닙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최초의 글로벌 신약이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얀센은 레이저티닙의 가능성에 배팅했다. 임상 1/2상에서 레이저티닙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에 뒤지지 않는 결과를 도출했다. 아직 2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타그리소 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
타그리소는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3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얀센은 레이저티닙이 이 시장에서 타그리소의 점유율을 충분히 빼앗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한양행은 기술수출에 따른 금액 외에 순매출액에 따라 로열티를 수령하게 된다. 국내 판권은 유한양행이 보유하며 임상 2상 결과 발표 후 당국에 조건부허가를 신청해 조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한미약품의 '올리타(성분명 올리티닙)' 사례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미약품은 올리타의 기술수출 후 조건부허가로 시판까지 성공했지만, 결국 개발을 포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