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장 홍역환자 신고 의료기관 실명 공개 논란 일파만파
이비인후과의사회, 후속조치 요구...미이행시 집단행동 불사
홍역 의심환자 신고기관 실명 공개 사건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진 항체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진 휴진을 하는 등, 추가 감염자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의료진이 도리어 비난과 기피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27일 "홍역 의심환자를 지역 보건소에 신속히 보고하고 격리해 더 이상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동료가 과시 행정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장덕천 부천시장이 확실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역 환자 확산 소식이 연일 이어지던 지난 22일 오전, 서울 모 의원에 홍역 의심환자가 내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A원장은 즉각 관할 보건소에 이를 신고하고 이후 조사에도 적극 협조했다. 혹시 모를 추가 감염을 막고자, 의료진 항체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진료도 보지 않고 대기하기도 했던 A원장. 그러나 그에게 쏟아진 것은 감사의 인사가 아닌 비난과 항의전화였다. "홍역 환자가 나왔는데 왜 진료를 보느냐"는 지역민들의 민원이었다.
당황한 A의원 원장이 연유를 알아본 결과, A의원에서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확산되어 지역 맘카페까지 알려진 상황이었다.
홍역 의심신고된 환자의 자택이 위치한 부천시 보건소에서 이를 시장에 보고했고, 이를 보고받는 장덕천 부천시장이 해당 보고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던 것. 장 시장은 환자의 이름은 비공개로 처리했지만, 의심환자를 신고한 의료기관 이름은 그대로 노출했다. 게시물은 3시간만에 내려갔지만, A의원에는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감염병 신고에 적극 나섰던 동료가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됐다는 소식에 의료계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홍역이 확진된 후 의료진에 대한 홍역 항체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원을 폐쇄하고 검사결과를 들은 이후 안전하다는 판단하에 진료를 재개하는 등 모범적으로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이름이 무단으로 공개돼 해당 의료인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정도로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부천시장의 이번 행위가 현행 법률에도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이번 일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감염병 환자 진료 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 2항’에 의거 주의 이상 예보 경보가 발령된 후 보건복지부장관이 공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으로 모든 의료기관에서는 오래전부터 모든 직원이 해마다 개인정보호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는데 부천시는 정보보호의 중요성도 모르는 것이냐"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천시에 항의서한을 발송한데 이어, 부천시청 항의방문과 시위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장덕천 부천시장은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오판을 지속하지 않길 바란다"며 "이제라도 시장으로서 상황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진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생긴 피해의 회복을 위해서 최선의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단지 감염병 환자가 내원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 전염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을 폐쇄하도록 몰아가는 작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장덕천 부천시장이 확실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어떠한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