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주민 부정적 정서·불안감' 이유로 정신병원 증설 불허
대법원, '정신병원 증설 불허가처분 취소' 고법 판결 무게
정신병원에 대한 주민의 부정적인 정서나 불안감을 이유로 관할 보건소가 병원 증설을 불허한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정신병원 병상 증설을 불허한 보건소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사건은 2012년 A씨가 B원장으로부터 C정신건강의학과병원을 양수받으며 시작됐다. A씨는 2, 3층까지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고 있던 병원을 건물 4, 5층까지 확대, 시설·병상을 추가해 의료기관 개설허가 변경신청을 했다.
하지만 D보건소는 "2012년 개설 당시 보건소, 주민, 병원 측 합의에 따라 증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고, 퇴원 환자가 병원 주변에서 술에 취한 채로 노숙, 폐쇄 병동 환자 야간 무단이탈 민원 등 주민 불안 요소가 증가할 것"이라며 변경신청을 '불허'했다. A씨는 D보건소의 불허가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처분 당시 병상을 증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조건이 부과된 사실이 없고 ▲B원장이 약정을 했더라도 A씨는 그러한 사정을 전혀 몰랐으며 ▲미관지구에서 정신의료기관의 건축을 제한하는 인천시 도시계획조례 조항이 2016년 9월경 삭제된 점을 볼 때 약정이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불안 요소 증가' 부분에 대해서도 ▲그동안 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관련해 아무런 형사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 ▲병원 병상 증설로 인해 환자·직원들의 환경이 개선되는 점 ▲증설로 추가적인 위험이 크지 않은 점 ▲이에 대한 충분한 보완조치도 한 점 ▲정신질환자를 치료가 아닌 격리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인 점 ▲보건소의 보완요구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이미 지출한 점을 들어 "병상 증설 등을 제한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비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인천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병원 병상 증설 등에 대한 약정을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로 앞서, A씨가 B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의정부지방법원은 "B원장이 병상 증설을 하지 않을 것을 권고받았을 뿐 이를 포기한 사실이 없고, 병상 수 증설에 법률상 장애도 없어 A씨를 기만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2년 10월경 열린 간담회에서 D보건소가 B원장에게 건물 4, 5층에 병상 수를 증설하지 않도록 요구했고, B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허가 신청권'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기로 한 의사표시를 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당시 상황에서 계획이 없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병동 출입문에 자동 경보음 발생 장치 부착, 무전기 구입, 야간근무 인력 확충, 방범창 설치, 병원 외곽 방범용 CCTV 설치를 하고, 주민들이 우려하는 질병의 환자는 현재 병상 수를 초과해 받지 않겠다는 조치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의료인력 및 보조 인력 추가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2016년 7월 경 사건 병원에 입원 중이던 4명의 환자가 방화문 손잡이를 파손하고, 무단 이탈하는 사건이 있던 점도 언급했다.
"정신의료기관이 그 자체로 혐오 시설·유해시설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중증 정신질환자가 증가할 것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며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이탈방지 등 불안 요소를 불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법인 등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자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허가 및 변경허가 신청에 대해 허가권자는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에 배치되지 않은 이상 허가를 해야 한다.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 요건을 갖춘 자에 대한 허가를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 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는 없다'는 관계 법령에 힘을 실었다.
"설령 병원 인근 주민들이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나 병원 증설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그러한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으로 병원 증설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단이탈 사건 발생에 대해서도 "사건 이후, 폐쇄 병동 출입문에 마스터키를 설치하고, CCTV를 추가 설치했으며 각 병동의 야간 근무 인력을 확충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했다. 재발 위험이 상당 부분 저감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1심 재판부가 지적한 '조치계획서에서 의료인력 및 보조 인력 추가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정신건강복지법 제19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11조에 따른 시설·장비 기준과 의료인 등 종사자 수·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병원 증설에 따라 의사, 간호사, 정신건강전문요원 등의 인력을 확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에 대해 한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 불허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상고심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2심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