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엑스선 기기 사용' 선언…"대법원 판결 정면 배치"

한의사 '엑스선 기기 사용' 선언…"대법원 판결 정면 배치"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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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영상의학회 14일 공동성명 "본연 업무 충실하라"
"환자·검사자 모두에 심각한 건강상 문제 초래" 경고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

"그들의 무지와 만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영상의학회는 14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최근 논란을 일으킨 대한한의협회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혈액분석기·엑스레이 등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최 회장은 "10mA 이하의 저출력 휴대용 X선 검사기기는 현재 차폐장치 의무설치 대상도 아니고 방사선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규제법령도 없는 상태"라면서 "추나요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10mA/분 이하의 저출력 휴대용 엑스선 검사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영상의학회는 저출력 X-ray에 대한 의무 면제 규정이 한의사의 10mA/분 이하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근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문을 먼저 언급했다.

대법원은 2011년 한의사가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하다 기소된 사건에서 해당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결했다.

판결문에서는 "10mA/분 이하의 것은 안전관리 규칙에서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된다 하더라도, 그 의무가 면제되는 대상은 종합병원·병원·치과·의원 등 원래 안전관리책임자 선임의무 등이 부과된 의료기관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한의사가 10mA/분 이하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의협·영상의학회는 "한의사협회장의 주장은 대법원의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법치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중요한 위반행위"라고 꼬집었다.

"전임 한의사 협회장은 골밀도 검사기 시연에서, 검사 시행 오류 및 검사 해석 오류를 보인 바 있다"며 "해부학적 지식, 방사선 물리학과 방사선 방어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 휴대용 엑스선 장치를 한의사들이 사용할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하다"고 짚었다.

김필건 전 한의사협회장은 2016년 1월 기자회견에서 "한의사도 얼마든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시연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오진' 등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는 '역풍'만 맞은 채 막을 내린 바 있다.

의협과 영상의학회는 "진료를 위한 방사선의 사용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것이 소위 ALARA(as low as reasonable achievable)원칙"이라며 "단순히 환자가 편하다는 이유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엑스선 검사를 하는 것은 환자의 방사선 피폭만 증가시킬 뿐"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선 피폭이 아무리 작다 해도, 필요 없는 엑스선 검사를 시행하거나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검사를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검사는 촬영한다고 해서 저절로 진단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판독하고 올바르게 해석하여야만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0mA/분 이하의 저출력 휴대용 엑스선 검사기기가 엑스선이 많이 나오지 않아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환자와 검사자 모두에 심각한 건강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개인선량계 초과자 조사에 의하면, 많은 수의 선량초과자들이 휴대용 장치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대로 방사선 차폐를 시행하지 않거나 부주의하기 때문에 저출력 기기라도 작업종사자의 개인선량을 초과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의협과 영상의학회는 "출력이 낮더라도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위험이 높아진다. 피부의 방사선 괴사 등의 증례도 있다"면서 "자격이 없는 한의사들이 이러한 검사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검사를 받는 환자에게도, 검사를 시행하는 한의사들에게도 위험한 행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 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같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방병원에서 한의사들이 영상의학과 의사의 판독을 보기는 하지만 한의사 본인 임상 경험에 따라 판독한다"고 주장했다.

의협과 영상의학회는 "이 또한 현행 의료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한의사 업무영역을 넘어서는 행위"라며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한의학계의 의료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보여주는 예"라고 비판했다.

의협과 영상의학회는 "한의사협회의 비상식적인 기자회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으로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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