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요양급여비 지급거부 처분 위법" 그런데...

"건보공단 요양급여비 지급거부 처분 위법" 그런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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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행정처분 명백한 하자 없다면 지급거부 처분 무효 아니다" 판단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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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네트워크 의료기관(지점)을 개설한 치과의사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거부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지만, 행정처분에 하자가 명백하지 않다면 '지급거부처분 당연무효'로 단정할 수 없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A치과의사(원고)는 2000년 6월경 B치과의원을 개설했다. 연이어 B치과의원 지점을 설립, 명의원장과 동업 계약을 체결한 뒤 지점 원장들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했다.

각 지점 원장들은(원고들) 이런 방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일정한 급여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A치과의사에게 고용돼 B치과의원 지점(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A치과의사와 B치과의원 지점 원장들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 청구 또는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검찰청으로부터 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치과의원 지점들이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기관임이 확인될 때까지 2015년 11월 10일 이후 약 24억원의 청구금액 지급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건보공단은 원고들에게 의료법 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 이미 지급한 24억원 가량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한다고 통보했다.

A치과의사를 비롯한 B치과의원 지점 원장들은 "의료법에 따라 유효하게 설립한 의료기관이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지급 청구권이 있는 만큼 건보공단의 청구금액 거부와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설령 중복 개설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요양급여비용 지급 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지급거부 처분은 아무런 법률상 근거없이 이뤄진 것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들이 개설한 의료기관들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의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요양급여 수급자격이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봤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요양기관이 취득한 이득이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해야 하고, 그러한 부당이득의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건보공단이 보험급여비용 상당액을 징수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의 경우 개설허가가 취소되거나 의료기관 폐쇄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는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보험급여비용을 건보공단으로부터 받는 것 자체가 법률상 원인없는 부당이득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했더라도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정당한 요양급여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면 원칙적으로 그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취지와 법익의 균형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의료법 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고,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부당이득 징수처분에 관한 규정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거부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더라도 행정처분을 한 경우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 행정처분을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들이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여러 개의 판결이 존재하는 점 ▲하급심 판결들도 결론이 엇갈리고 있는 점 ▲비용의 지급거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판결들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해석에 다툼이 있는 상황에 해당하는 점 등을 들어 "하자가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각 지급거부 처분의 하자는 당연무효 사유로 단정할 수 없고, 단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건보공단에 원고들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원고들이 지급거부 처분 소송과 함께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건보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법령>
의료법 제33조 제8항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의료법 제4조 제2항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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