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부정적 정서, 정신병원 증·개설 막을 수 있을까
대법원의 판단은…?
경기도 오산시 세교지역 병원 설립을 둘러싼 국회의원의 '막말' 논란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병원'과 지역주민 갈등 관련 판결 동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막말 사건'은 126개의 정신과 폐쇄병동이 포함된 병원 개설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기 때문.
오산시 평안한사랑병원은 4월 23일 개설허가를 받았다. 전체 140개 병상 중 126개 병상이 정신질환자를 위한 폐쇄병동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이 가운데 정치권이 개입하며 논란이 된 '일개 의사' 발언도 나왔다.
최근 인천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인천 서구 검단에 정신병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3일 동안 진행한 반대 서명운동에만 5천 명 이상이 참여했다.
'정신병원' 개·증설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대 사례는 이전부터 종종 있어 왔다. 갈등을 풀지 못한 경우엔,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았다. 합의점을 찾기엔 너무도 첨예한 사안이었던 탓이다.
평안한사랑병원 개설을 신청했던 이동진 부원장 역시 오산시가 허가 취소 입장을 밝히자, 행정처분을 취소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대법원 판결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으로 병원 증설이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불과 5개월 전인 1월, '정신병원'증설과 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에서 나온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사건은 2012년 A씨가 B원장에게 C정신건강의학과병원을 양수받으며 시작됐다. A씨는 2, 3층까지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고 있던 병원을 건물 4, 5층까지 확대하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허가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D보건소의 불허가처분으로, 확대증설이 좌절됐다.
D보건소는 "2012년 개설 당시 보건소·주민·병원 측 합의에 따라 증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며 특히 "퇴원 환자가 병원 주변에서 술에 취한 채로 노숙, 폐쇄 병동 환자 야간 무단이탈 민원 등 주민 불안 요소가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변경신청을 '불허'했다.
A씨는 D보건소의 불허가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당시, "정신질환자를 치료가 아닌 격리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고 항변했다.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막연한 주민들의 부정적 정서만으로는 병원 증설이 공공복리에 현저히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이 주목할만 하다.
재판부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 요건을 갖춘 자에 대한 허가를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 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는 없다'는 관계 법령에 힘을 실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의료법인 등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자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허가 및 변경허가 신청에 대해 허가권자는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에 배치되지 않은 이상 허가를 해야 한다.
재판부는 "설령 병원 인근 주민들이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나 병원 증설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그러한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으로 병원 증설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위 판결은 증설에 대한 신청을 처음부터 보건소가 거절한 사안이었다. 이번 오산 세교신도시의 경우, 허가에 대한 승인이 확정된 것을 오산시가 다시 취소하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