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의협회장 '사즉생 단식 투쟁' 정치권 공감

최대집 의협회장 '사즉생 단식 투쟁' 정치권 공감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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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위로방문 "미안하다, 함께 싸우자" 약속...투쟁 성공 '응원'
여당, 의료계 요구 취지 '공감'..."단식 풀고 대화로 해결" 설득

의협 집행부는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옛 대한의사협회 회관 마당에 비상천막본부와 단식 천막을 쳤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단식 투쟁을 벌인 최대집 의협 회장은 8일 만에, 릴레이 단식을 이어간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7일 만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여야 의원들이 단식장을 찾았다. ⓒ의협신문
의협 집행부는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옛 대한의사협회 회관 마당에 비상천막본부와 단식 천막을 쳤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단식 투쟁을 벌인 최대집 의협 회장은 8일 만에, 릴레이 단식을 이어간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7일 만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여야 의원들이 단식장과 병실을 찾았다. ⓒ의협신문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료개혁 요구에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무기한 단식을 선택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투쟁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화답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2일 위기에 직면한 한국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문재인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들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등 6개 항을 내걸고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물과 소금만으로 8일을 버티다, 지난 11일 결국 의식저하로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최 회장이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단식투쟁을 벌인 8일 동안 다수의 여야 정치인들이 단식장을 방문, 의료정상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의료계의 요구에 대한 취지에 공감을 표하며 단식 중단을 권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과 왜곡된 의료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단식장인 서울 용산구 동부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을 맨 처음 찾은 정치인은 의사 출신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단식 5일째인 6일 최 회장을 찾은 박 의원은 "현 정부는 보장성 강화 대책을 통해 쓸데없는 것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것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 더이상의 퍼주기식 건강보험 정책은 안 된다"면서 "문재인 케어 반대에 의료계가 총대는 매는 것에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13만 회원들이 힘을 합쳐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같은 날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보건복지위원회)도 최 회장을 찾아,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의료계가 심각한 상황임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문재인 케어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지속할 경우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지방 의료는 붕괴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을 이해한다"며 "의료계와 함께 잘못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날인 7일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행정안전위원회)이 단식장을 찾아, 최 회장의 단식 투쟁을 지지하며, 의료계와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 의원은 "제대로 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단식을 벌이고 있는 최 회장이 고생이 많다. 단식을 통해 의료계의 요구를 전달하려는 뜻을 지지한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런 문제를 지속해서 언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식 7일째인 8일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식장을 찾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첫 여당 의원의 방문이자,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당의 입장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기 의원은 "의협 요구안과 정부안의 간격이 그렇게 크지 않더라. 서로 간격을 좁힐 수 있도록 하나하나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의협의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요구는 더불어민주당 의견과 다르지 않다. 국고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당 지도부, 기획재정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하며 "단식이 일주일을 넘겼다고 들었다. 일주일을 넘기면 회복도 늦고 몸이 손상을 입는다. 의사이니 더 잘 알지 않느냐"며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단식 8일째인 9일에는 김세연 신임 보건복지위원장(자유한국당)이 최 회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최 회장을 보자마자 "(최 회장이)단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역할을 하겠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문재인 정부가 의료현장을 도외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가 마음대로 건강보험 재정을 갖다 쓰지 못하도록 하루빨리 바로잡겠다. 그게 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건강을 위해 단식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원과 최 회장은 의료전달체계의 난맥상과 수도권 환자·의료진 쏠림 현상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방문에 이어 여러 여야 의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왼쪽)이 14일 이촌동 비상천막본부를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왼쪽)이 14일 이촌동 비상천막본부를 찾았다."릴레이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후배들의 건강이 염려돼 단식장을 찾았다"는 윤 의원은 보좌진도 없이 손수 가방을 든 채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촌동 비상천막본부를 방문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에 이어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있는 방상혁 상근부회장을 응원하기 위해 주말 동조 단식 중인 조승국 공보이사·연준흠 보험이사·김대영 의무이사와 1시간 넘게 의료 현안과 해법에 대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윤 의원은 앞서 지난 9일 단식 투쟁 중인 최대집 의협회장을 찾아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의사들이 올바른 의료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는 것을 잘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협신문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이재오 전 의원(자유한국당) 의원이 함께 단식장을 찾았다.

윤 의원은 "의사들의 입장을, 메시지를 외부에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쟁에 대해, 의사들이 단식이라는 수단까지 사용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오죽하면…'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며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의사들이 올바른 의료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는 것을 잘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전 의원은 최대집 회장의 손을 잡고 "단식을 여러 번 해봐서 아는데, 10일 안쪽이 가장 힘들고, 7∼8일째가 가장 위험하다. 머리가 어지럽거나 구토증세가 오면, 그만둬야 한다"고 단식 8일을 맞은 최 회장의 건강을 걱정했다.

"이런 투쟁은 정부가 해답을 바로 갖고 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목표 달성까지 무기한 이어지면 너무 위험하다. 굶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안 먹으면 결국 죽는다"고 걱정한 이 전의원은 "투쟁 동력을 살리고, 동력이 하나로 모으는 시점이 되면 그만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명연 의원도 최 회장을 만나 "필수적인 것을 우선으로 해 (보장성 확대를)재정에 맞게 줄여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의료계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관련 예산을 적극적으로 챙겨서 잘해 보도록 하겠다. 최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챙길테니, 일단 건강부터 챙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장과 제32대 의협회장을 역임한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이헌승 의원(국토교통위원회)도 최 회장을 찾았다.

신 의원은 "대책없이 퍼주기 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거덜내는 정책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도 노력하겠다"는 약속했다.

이 의원은 "가장 힘든 투쟁방식을 택했다.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 협회 회원들을 생각해서라도, 투쟁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천막 한 장으로 폭염을 가린 채  '사즉생'의 각오로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최 회장은 단식 8일째 결국 의식이 흐려져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정치인의 위로방문은 최 회장이 후송된 중앙대병원으로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명연 의원이 입원실로 최 회장을 방문한 것.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 회장께서 불합리한 의료제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단단하게 싸워주고 계셔서 진심으로 고맙다. 빨리 건강해지시고 힘내서 같이 싸우자. 싸우지 않으면 공짜로 얻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라고 위로했다.

"문재인 케어 문제점과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의료계와 공동으로 문재인 케어 문제점에 대한 포럼이나 토론회 등 공론의 장을 조만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위로와 약속은 무게감이 컸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케어를 언급하면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 사례"라고 비판했다.

나 대표는 "우리 당이 건강보험료의 급격한 인상을 막고 건보 기금을 정상화하겠다"며 "적립금 사용 시 국회 승인을 받도록 개정하고, 건보 재정과 보험료 증가에 대한 종합플랜을 정부로부터 제출받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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