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선택 시, 타교 정보 부족…"결정에 큰 영향 미칠 것"
대전협 "병원 홍보보다 더 큰 파급력 예상…수련환경 개선 계기되길"
전공의가 소속 병원 수련환경을 직접 평가하는 '2019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가 시작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 회원 1만 6000여 명을 대상으로 8월 26일부터 9월 20일까지 평가를 진행한다.
설문 문항은 ▲전공의 근무환경 ▲전공의 수련환경 ▲전공의 안전 ▲환자안전 등 5개 항목의 총 37개의 문항으로 구성됐다. 문항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공의 수련시간 준수 및 병원 내 폭력 등의 질문도 포함됐다.
특히 이번 설문은 기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는 지난해보다 약 1개월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전공의 지원 기간 전 결과가 공개된다. 수련병원 지원 시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전공의 수련환경과 관련한 문제점이 지적된 병원들이 잇따라 레지던트 모집에서 '정원 미달'이 된 일도 있었다. 병원을 지원함에 있어, 수련환경에 대한 인식·평가가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연 한 달 당겨진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는 어떤 파급력을 가질까.
의사국가고시 준비에 한창인 A의대생은 해당 조사 결과가 인턴 지원 시에도 꽤 큰 영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답했다.
A의대생은 "자교 병원에 지원할 때는 선배들이나 교수님들을 통해 미리 정보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타교 병원의 경우 개인적 인맥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전공의 선배들의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특히 몇 개 타교 병원을 미리 염두에 두고 고민하는 입장이라면, 인턴이나 레지던트 지원 시 비중 있는 참고 기준이 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역시, 평가가 지원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B전공의는 "수련병원 선택 시, 모교에 남을지 아니면 타교로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특히 모교 외에 다른 병원으로 간다면, 지원하는 병원에 지인이 없는 한 평소 병원 이미지나 네임벨류, 거리 등을 기준으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내 경우에도 지원 당시, 얻을 수 있는 정보 창구가 많지 않아 고민이 더 컸던 기억이 있다"며 "정보가 많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선배들의 직접 평가가 나온다면, 상당히 신뢰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B전공의는 "전공의 수련을 앞둔 의대생들에게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자료가 진작에 나왔으면 좋았을 거란 개원의 의견도 나왔다.
C개원의(세종·비뇨기과)는 "수련병원 지원은 고등학생들의 대학교 선택만큼이나 긴장되고 어려운 선택"이라고 회상했다.
"이런 평가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들었다"면서 "내가 지원할 당시에도 이런 생생한 현장 정보가 있었다면, 다른 병원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더 좋은 선택을 했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미래에 수련병원 지원을 예정하고 있거나, 수련병원에 근무하거나, 이미 수련을 마친 입장 모두에서 이번 평가 결과가 지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을 한 것이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대전협은 9월에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다. 임기 말경이기 때문에 레지던트 지원 기간 전에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임기 말이긴 하지만 집행부가 바뀌어도 연속성을 가지고 해야 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이에, 시기를 조금 당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지던트 모집 전, 결과를 대대적인 홍보하게 되면 지원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련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회장은 "인턴을 준비하는 본과 4학년의 경우에도 국가고시를 준비하며 어느 수련병원에 지원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며 "이 시기에도 역시, 병원 차원의 개별적 홍보보다 대전협의 설문조사가 영향을 더 크게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