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궤양성대장염 환자, 문제는 '삶의 질'이다"

"젊은 궤양성대장염 환자, 문제는 '삶의 질'이다"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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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주성 대한장연구학회장(서울대병원 강남센터장)

궤양성대장염은 '선진국 질환'으로 분류되는 면역질환이다. 과거 미국·유럽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국내 환자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4만 3900명에 달했다. 이는 2014년(3만 2900명)에 비해 33.4% 늘어난 환자 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가 19.4%로 가장 많다. 하지만 20대 16.5%, 30대 16.1%, 40대 17.6%로 이른 시기에 발병하는 환자 수도 상당하다.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 특성 탓에 젊은 시기 발병한 환자들은 오랜 기간 약물 관리가 필요하다. 중등도∼중증 환자의 경우 높은 약값까지 떠안아야 한다.

궤양성대장염은 자칫 증상이 악화될 경우 사회생활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대한장연구학회가 2016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장질환 환자 76%가 '다니던 직장 또는 학교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이는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약물의 효과뿐 아니라 복용 편의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배경이다. 오랜기간 중등도∼중증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경우 주사제인 TNF 억제제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런데 최근 궤양성대장염 치료가 새 전기를 맞았다.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치료제가 제도권에 진입한 것.

이에 [의협신문]은 김주성 대한장연구학회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강남센터장)을 만나 국내 궤양성대장염 현황과 치료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김주성 대한장연구학회장 ⓒ의협신문
김주성 대한장연구학회장 ⓒ의협신문

Q. 궤양성대장염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궤양성대장염의 특징과 현황은 어떤가?
현재 세계 궤양성대장염의 발병률은 1만명 당 6명으로, 국내의 경우 서양권 국가에 비해서는 환자가 적은 편이나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추후 큰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은 증가 추세가 조금 완만해지긴 했으나, 10년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환자가 2배가량 늘었다. 질환의 진단이 정확해 지면서 더 많은 환자가 정확한 병명으로 진단받은 것도 유병률의 증가의 배경일 수 있다.

Q. 궤양성대장염의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한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나?
환자가 설사 및 혈변과 같은 궤양성대장염 증상들을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만성화가 되거나 활동성 장염으로 진화해 치료가 쉽지 않아진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질병이 점차 진행되면 장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대장암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염증이 대장 전체를 침범하는 '전대장염'까지 악화하면 대장암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이 경우 대장암 발견을 위해 선별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환자 질병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궤양성 대장염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한 대장 기능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Q. 궤양성대장염의 경우,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활발히 영위하고 있는 20∼30대 환자들이 많다. 궤양성대장염의 질환적 특성 등 탓에 환자 삶의 질은 매우 떨어질 것 같다. 의료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은 어떠한가?
궤양성대장염은 주로 젊은 나이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고통이 매우 상당하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환자 개개인이 삶에서 느끼게 되는 괴로움과 영향이 상당히 크다. 이를테면 젊은 환자들은 공부 혹은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데 지속적인 설사, 혈변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 활동이 불가능하다. 

증상이 여러 가지 동반될 경우 영양 불량이나 빈혈이 야기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큰 무력감과 피로감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학업과 사회생활을 포기하거나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진료한 환자 중 상당수가 (학생의 경우) 휴학을 반복하다가 학업을 중단하며, (직장인의 경우) 휴직 끝에 일을 그만둔다. 심지어 질병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 개인을 넘어 추후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Q. 궤양성대장염이 출산과 관련이 있나?
그렇다. 질병 활성도가 높은 경우 임신 자체가 어렵고 임신이 되더라도 조기 유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태아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경우 질병 치료 후 질병이 어느 정도 비활성화된 안정된 상태에서 임신을 계획하는 등 정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임신 유지를 위해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Q. 현재 궤양성대장염의 치료 과정은 어떻게 되나?
치료 전략은 질병 활동성 정도와 염증 침범 부위 정도를 고려해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나뉜다. 질환의 경중과 침범 부위를 고려해 적합한 약제와 치료방법을 찾는다.

예를 들어 만약 침범 부위가 직장에만 국한되어 있고 질병 활성도가 경증이라면, 메살라진이라는 좌약을 사용하는 등 관장 요법을 활용한다. 이 경우 굳이 경구로 투여하는 약제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그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경구 약제를 처방하게 되는데, 질병 활성도가 중등도 이상이면 초기 치료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게 된다.

스테로이드의 경우 잘 알려진 대로 효과는 좋으나 부작용이 매우 많고 단기간에는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점막 염증에 대한 치유 효과가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궤양성 대장염 치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즉 궁극적으로는 '점막 치유'가 현재 치료 전략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이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생물학적 제제나 최신 제제인 저분자 약제가 치료전략에 중요하게 고려된다.

Q. 최근 궤양성대장염의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경구용 제제인 젤잔즈가 등장했다. 경구용 제제가 궤양성대장염 치료에서 어떤 의미일까?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하고 싶다. 기존 치료(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정맥주사나 피하주사제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 그런데 정맥주사의 경우 많게는 2시간, 짧게는 30분 이상 투입 시간이 필요하며 피하주사의 경우 2주에 한 번, 어떤 경우는 1주일에 한 번씩 환자 스스로의 몸에 주사를 놓아야 한다. 젤잔즈는 경구 제제로 이러한 주사제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한 생물학적 제제는 항체로 면역원성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약효가 소실되고 궁극적으로 약효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젤잔즈의 경우 화학적인 저분자이기 때문에 면역원성 문제에서 자유롭다. 다시 말해 약효의 소실 없이 약효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고 이러한 점 역시 의료진과 환자에게 굉장히 유용한 치료 옵션이 된다.

더불어 현재 많이 사용되는 TNF 억제제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못할 시 다른 약제를 택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TNF 억제제로 치료받은 적 없는 환자들보다 약효가 떨어진다. 그러나 젤잔즈의 경우 기존 TNF 억제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약효가 우수하다. 이 역시 큰 장점이다. 

Q. 주사제를 처방받던 환자가 젤잔즈를 처방받았을 때, 현장에서의 반응이 어떤가?
실제로도 큰 선호를 보인다. 다만 환자 중 경구제가 과연 주사제만큼 효과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처방을 논의하며 해당 부분(젤잔즈의 효과)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이 됐고 미국 FDA와 유럽을 비롯, 국내에서도 입증이 되었다는 부분을 전달하면 대체로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히나 보통 경구제는 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나리라 생각하기 쉬운데, 젤잔즈의 경우 약효도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젤잔즈 복용 3일 만에 유의미한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복용 편의성에 더해, 이러한 빠른 효과까지 보인다는 점에서 젤잔즈가 굉장히 매력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평가한다.  

Q. 아직 새로운 기전의 약제는 장기 사용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면이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처방에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젤잔즈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장기적인 효과와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해온 바 있는 만큼, 이에 관한 점은 확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궤양성 대장염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질병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추이를 조금 더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겠으나 적어도 류마티스 관절염 분야의 데이터에 기반하면 장기 복용 안전성이나 효과가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젤잔즈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우려점이 있다면 대상포진 위험이다. 염증성 장질환 자체가 대상포진이 함께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데 젤잔즈의 경우 대상포진 위험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다는 점과 고용량에서 더욱 위험도가 올라간다는 점이 고려할 점이다.

그러나 젤잔즈로 인한 대상포진의 경우 대부분 경증이어서, 임상에서 대상포진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환자에게 사전 안내를 하고 필요에 따라 예방접종을 시행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최근 대한장연구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젤잔즈와 같은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학회 역할이 더욱 커질 것 같은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학회장으로 취임하며 3가지를 학회의 방향성으로 주창한 바 있다.

첫 번째는 교육이다. 학회원 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에게도 난치성 질환인 염증성장질환을 알리고, 조기 진단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취지로, 이를 위해 환우회와도 긴밀히 교류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국내 보험과 정책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단지 의료진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국내 환자와 정부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보험과 정책을 제시하고, 여러 기관 및 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나아가겠다.

세 번째는 국제화다. 현재 염증성장질환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이슈가 되는 질병인만큼 대한장연구학회도 미국·유럽 등 국제적인 학회들과도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조직위원장을 맡아 2020년 6월 부산에서 아시아 염증성장질환학회를 개최한다. 아시아의 염증성 장질환 학회원들 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여 보다 더 국제적으로 교류하고 넓혀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취지다.

국내 연구나 진료 쪽도 현재 굉장히 수준이 높기 때문에 내년 학회가 타 국가와 좋은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장연구학회는 국내 소화기연구학회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의 격려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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