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일방적 지급보류…위헌 쟁점 3가지는?

건보공단 일방적 지급보류…위헌 쟁점 3가지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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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수행 자유'·'재산권'·'무죄 추정원칙' 침해 이유 충분히 따져볼만
실질적 의료기관 업무정지 해당…폐업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 지나쳐

ⓒ의협신문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처분에 대한 위헌 심사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직업수행의 자유, 재산권, 무죄 추정원칙 위배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고등법원은 지난 7월 3일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또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의 대상에 해당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겼다.

이 조항은 사무장병원 등이 폐업이나 재산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환수 처분을 피해 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이미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효과적으로 환수하기 위해 국회에서 2014년 5월 20일 새롭게 신설했다.

그러나 대전고등법원은 이 법률조항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재판청구권을 유명무실하게 하며,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는 등으로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업수행 자유와 재산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볼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봤다.

[의협신문]은 대전고등법원이 위헌제청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와 주요 쟁점 사항을 정리해본다.

'지급보류' 조항으로 인한 헌법상 기본권 침해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 조항(이 사건 법률조항)은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하에서 요양급여비용청구권과 의료인의 직업 활동의 자유는 불가분적 관계에 있어 지급보류처분은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를 정지시키는 것과 그 효과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아,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해 보호되는 재산권은 사적 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 가치가 있는 구체적 권리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지급청구권은 법령의 요건에 해당하는 것만으로 바로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평가원의 심사 결정에 의해 비로소 구체적인 청구권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심사평가원이 건보공단에 심사 결과를 통보한 후에는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청구권은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건보공단이 일방적으로 지급보류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료법 위반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자를 죄 있는 자에 준해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으로 의료기관의 직업수행 자유와 재산권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더욱이 장차 무죄판결을 선고받게 되더라도 이미 의료기관이 폐업하는 등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침해된 의료기관의 직업수행 자유와 재산권 등은 회복될 수 없는 심대한 불이익을 입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타당한 이유가 있다.

지급보류 처분 해제사유 아무런 규정도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지급보류 처분의 요건(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은 충족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급보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 사건 이자 조항(법원의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건보공단은 지급 보류된 요양급여비용에 지급 보류된 기간의 이자를 가산해 해당 요양기관에 지급해야 한다)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혐의가 입증되지 아니한 경우 이자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지급보류 처분의 해제사유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

그 결과 의료법 위반의 수사 결과 통보에 따라 지급보류 처분이 이뤄지면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더라도 무죄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지급보류 처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대전고등법원 재판(요양급여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는 제1, 2심에서 의료법 위반죄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됐음에도 지급보류 처분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한 지급보류 처분의 요건을 충족했고, 무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지급보류 처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나아가 의료기관이 법원에 지급보류 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결정을 받더라도, 공단은 집행정지 결정이 장래효를 가진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정지 결정일 이전에 지급을 보류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지급보류 처분에 대해 권리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어지게 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한 지위에 있는 법관의 재판 절차에서의 사실 확정권을 제한·부정하고, 지급보류 처분의 정당성에 관한 재판 그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해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입법 목적은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달성 가능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으로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됐다는 것을 근거로 건보공단이 일방적으로 지급보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은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

건보공단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 결과를 통보받으면 의료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되 동시에 의료기관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 또는 가처분 등의 보전처분을 하거나, 담보권을 설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요양급여비용을 보전받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

또 건보공단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통보받으면 건보공단의 일방적인 지급보류 처분이 아니라 법원에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지급보류신청을 하도록 해 법관이 지급보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마련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건보공단의 일방적 지급보류 처분이 필요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지급보류 처분은 의료기관 업무정지와 같은 효력
요양기관 당연지정제하에서 지급보류 처분은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를 정지시키는 것과 그 효과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의 개설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입원해 있는 환자,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근로자 등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는 등 피해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나아가 의료기관은 경영악화로 인한 폐업 등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 수도 있는 등 의료기관이 감수해야 할 직업수행의 자유와 재산권 등에 대한 침해는 지나치게 크다.

반면, 지급보류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사무장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인데,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막연하고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침해되는 의료기관의 직업수행 자유와 재산권 등과 비교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또 지급보류 처분으로 의료기관이 폐업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함에도 일반 법정이자보다 아주 낮은 이자를 가산해 지급하는 것 이외에 손실보상 또는 손해배상 등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사건 이자 조항만으로 의료기관이 입게 될 손실 또는 손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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