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 필요하다"…입 모은 두 당뇨 석학

"패러다임 전환 필요하다"…입 모은 두 당뇨 석학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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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신곤 고려의대 교수·허첼 거스테인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교수 대담

당뇨에 접근하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 치료 이슈의 중심에 있는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의 임상연구 결과는 학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각 국가의 의료진은 서둘러 진료지침을 변경하며 새로운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의 권고수준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또한 지난 5월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하며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의 임상 결과를 반영했다.

이달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 ICDM 2019에서는 최신 연구 결과와 석학들의 당뇨병 치료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의협신문]은 ICDM 2019에 참석한 김신곤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당뇨센터장)와 허첼 거스테인(Hertzel C. Gerstein)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교수를 만나 당뇨병 치료의 최신 지견에 대해 들어봤다. 허첼 거스테인 교수는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GLP-1 유사체인 둘라글루타이드의 REWIND 임상연구를 발표했다.

김신곤 교수(왼쪽)과 허첼 거스테인 교수ⓒ의협신문
김신곤 교수(왼쪽)과 허첼 거스테인 교수ⓒ의협신문

Q. 최근 새로운 치료제들이 속속 효과·안전성을 입증하며 진료지침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의 역할이 눈에 띈다. 캐나다의 진료지침에도 변화가 있나?
[거스테인 교수] 캐나다의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여러 지침이 잘 반영돼 있다. 캐나다의 진료 지침의 가장 최근 개정은 2018년으로, 최신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제 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당 강하 및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보호를 위해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Q. 국내에서도 지난 5월 당뇨병 진료 지침을 업데이트했다. 해외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변화들로 보이는데, 주목할 만한 변화는 어떤 게 있을까?
[김신곤 교수] 지난 5월 개정된 대한당뇨병학회의 제6차 당뇨병 진료 지침에서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경우 SGLT-2 억제제와 함께 GLP-1 유사체 사용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심부전이 두드러진 경우 SGLT-2 억제제를 우선 사용한 뒤 GLP-1 유사체 사용을 고려하게 됐다.

기존 미국당뇨병학회와 유럽당뇨병학회의 진료 지침과 차이가 있다면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TZD 계열인 피오글리타존의 효과를 측정한 IRIS 임상 결과 등을 반영해 뇌졸중 병력이 있는 경우에 TZD 계열의 가치를 더욱 강조했다는 점이다.

뇌졸중은 아시아인들에게서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질환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 판단된다.  
 
Q.  국내 진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메트포르민 이후 DPP-4 억제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고 보나? 

[김신곤 교수] 국내에서 DPP-4 억제제의 사용이 많은 데에는 국내의 진료 현장에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뇨병은 환자 교육을 통해 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고, 이후 충분한 상담을 거쳐 환자 스스로 약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상담이나 교육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교육 중심보다는 투약 중심, 예방 중심보다는 치료 중심, 환자 중심보다는 의료진 중심의 양상을 보인다.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도 약물에 대해 특별한 설명이 필요치 않은, 비교적 내약성이 높은 DPP-4 억제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DPP-4 억제제의 처방이 보편적인 이유에는 한국의 의료 문화와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 10년간 여러 당뇨병 치료제가 지속 도입됐음에도 혈당 조절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시스템상으로도 당뇨병 치료에 있어 상담과 교육의 가치를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캐나다 의료진의 관점에서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거스테인 교수]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당뇨병 치료에는 정해진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당뇨병 치료제 처방 패턴을 보면 어느 지역이든 국가의 급여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된다.

급여라는 변수를 배제하고 환자의 입장에서의 최적의 치료제는 일차적으로 혈당 강하의 효과와 더불어 저혈당과 체중 증가를 유발하지 않고 심혈관 사건을 감소시키는 치료제가 될 것이다.

반드시 4~5제 병용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약물 개수를 가지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순차적으로 또 다른 치료제를 써야 한다는 규정된 법칙은 없다는 것이다.

환자가 가장 편하게 약물을 복용할 수 있도록 부작용이나 불편함을 줄이면서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Q. 캐나다에서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상담에 대한 인프라가 있나?

허첼 거스테인 교수ⓒ의협신문
허첼 거스테인 교수ⓒ의협신문

[거스테인 교수] 주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캐나다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상담에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당뇨병 환자는 의료진을 통한 치료 외에도 식단 관리를 위한 영양사, 간호사, 교육 담당자 등 팀 단위의 보건 재원이 진행하는 통합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캐나다에서는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 내에도 당뇨병 치료는 의료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고 팀 단위로 접근해야 하며, 이 팀에는 운동 치료사, 영양사 등 다양한 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Q. 올해 ADA에서 둘라글루타이드의 REWIND 임상연구를 발표했다. 심장질환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MACE 발생률을 감소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결과의 의미와 실제 처방에 미치는 영향에는 어떤 것이 있나?

[거스테인 교수] REWIND 연구의 경우 5년 이상 당뇨병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연구로, REWIND 참여 환자군의 프로파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당뇨병을 진료하는 의료진은 흔히 볼 수 있는 환자 집단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임상에 참여한 국가 중 하나이다. 
 
연구 결과 5년 이상 둘라글루타이드로 치료한 후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MACE 3)이 1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동시에 당화혈색소 감소, 체중 증가와 저혈당 사건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본 연구는 둘라글루타이드가 심혈관계 이점뿐만 아니라 신장에 대한 혜택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환자의 이전에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병력 여부와 관계없이 심혈관계 사건 발생 감소가 나타났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약물의 이상 반응으로는 기존 GLP-1 유사체 계열에서 보고된 치료 시작 후 1개월까지 초기 오심, 설사, 변비 등이 있었다. 본 연구는 1.5mg 용량으로 진행되어 저용량 사용 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Q. MACE 감소를 GLP-1 유사체의 계열 혜택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김신곤 교수] 모든 GLP-1 유사체는 각각의 연구 디자인이 상이하므로 계열 전체의 효과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는 인형(Human) 유래의 장기 지속형 GLP-1 유사체 제제에서 유의한 효과를 입증한 반면 동물 유래 성분의 Exendin-4 기반 속효성 제제에서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예로 릭시세나타이드의 ELIXA 연구에서는 릭시세나타이드가 Exendin-4 기반 속효성 GLP-1 유사체이고 해당 연구가 관동맥 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의 고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계열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GLP-1 유사체 계열을 모두 분석(Pooled-analysis)한 결과를 보면 기본적으로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MACE)과 뇌졸중(Stroke), 심근경색(MI; Myocardial Infarction)에 있어 모두 통계적인 유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일차적인 계열 효과는 있다고 볼 수 있다.
 
[거스테인 교수] 전체적으로 유사한 효능을 보이므로 계열 효과로 비춰지기도 하나, 투약의 용이성에 따라 각 GLP-1 유사체 제제별로 환자의 순응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계열로써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아도 개별 연구 결과가 입증한 효과와 위험성을 분석해 어떤 제제를 어떤 환자에게 사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의료진의 몫이다.

급여 조건, 의료 환경, 현재 시장에 출시된 약물의 종류 등 여러 환경적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Q. GLP-1 유사체에 대한 논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주사제라는 제형적 특징과 위장관계 부작용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거스테인 교수] 개인적으로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가 매일매일 2g의 큰 정제를 복용해야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투약 기기의 발달로 자가 투여 시 바늘이 보이지 않고 고통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주사제도 출시되어 있다.

환자 스스로 바늘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환자는 주사제를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몇몇 환자들이 마주하는 주사제에 대한 장벽은 심리적인 장벽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신곤 교수ⓒ의협신문
김신곤 교수ⓒ의협신문

[김신곤 교수]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사제의 가장 큰 단점은 주사가 주는 실제적인 위험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장벽에 대한 것이다.

둘라글루타이드는 주사제의 혁신이다. 디바이스 자체를 제약 회사가 아닌 환자 서비스 회사가 디자인했다. 주사 바늘이 보이지 않아 바늘에 대한 공포가 있는 환자에게서도 그 공포감을 극복하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스마트한 혁신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둘라글루타이드는 저용량부터 적정 용량을 주입하므로 오심, 구토와 같은 초기 이상 반응의 경우 통상적으로 투여 시작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개선된다. 환자 본인이 치료제에 대한 분명한 동기가 있다면 투여 초기에 나타나는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것은 매우 쉽다. 

Q. 최근 경구용 GLP-1 유사체가 FDA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경구용 GLP-1 유사체의 출시가 향후 당뇨병 치료제 처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나? 또한 GLP-1 유사체와 DPP-4 억제제의 인크레틴 작용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는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거스테인 교수] 과연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과 매일매일 경구제를 복용하는 것 중 환자들이 어떤 옵션을 더 선호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경구제는 매일, 공복 상태에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는 몇 가지 숙지 사항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실제로 경구용 제제를 더 선호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또한 GLP-1유사체가 경구용으로 출시되어도 DPP-4 억제제의 대체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GLP-1유사체 계열 중에는 최초의 경구제가 될 것이므로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김신곤 교수] 경구용 GLP-1 유사체는 매일 복용해야 하며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수 없다. 위장에서 흡수하는 메커니즘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공복 상태에서 따로 복용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으로 본다면 오히려 환자의 복약 순응도는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실제 혈당 강하 효과는 GLP-1 유사체 주사제와 거의 유사한 정도이나, 가격적 측면이 또 다른 이슈가 될 수도 있다. 
                                     
Q.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당뇨병 치료 환경 조성을 위해 제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김신곤 교수] 거스테인 교수가 앞서 언급했듯이, 당뇨병은 의료진 혼자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라 팀 단위로 치료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현재 국내의 당뇨병 치료 환경에서 일부 대학병원을 제외한 일차 진료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신약이 출시되어도 당뇨병 개선과 합병증 예방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투약과 처방 등 치료 중심에서 상담, 교육, 예방 중심으로, 의료진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은 변화해야 한다. 당뇨병은 의료진이 관리하는 병이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며, 환자 스스로의 치료 과정에 의료진을 포함한 팀의 원조가 필요하다. 해외의 선례를 충분히 적용하여, 국내에서도 변화를 도모했으면 한다. 
 
[거스테인 교수]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 번째는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임상 시험은 임상에 참여한 환자군에서 혈당 지표, 혈압 지표 등 기타 건강 관련 지표가 상당히 우수하게 나타난다.

이는 임상 참여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무상 의약품, 지속적인 전화 상담, 정기적인 검진 등 여러 팀의 충분한 도움을 받는다. 바로 이러한 접근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재연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김신곤 교수의 말처럼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환자 교육에 있어 전문가의 코칭이 더해졌을 때 어떠한 부가 혜택을 보이는가에 대한 연구 등 환자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전문가 코칭이란 영양 관련 전문가, 약물 관련 전문가, 약물의 순응도에 관련된 전문가 등 의료진 외에 환자에 대한 진료 계획을 전문가들이 함께 세우고 치료에 관여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환자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에 대한 효과 측정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 코칭은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앞으로 더욱 많은 당뇨병 치료 신약의 개발과 치료에 대한 트렌드는 그에 맞게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종착지는 당뇨병 자체의 완전 관해, 즉 질환의 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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