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상태 의사들, 보험회사 밥그릇까지 챙겨야 하나"

"번아웃 상태 의사들, 보험회사 밥그릇까지 챙겨야 하나"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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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의사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강력 반대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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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의사회가 의료기관에 실손보험 청구대행 업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4일 성명을 내어 "번아웃 상태인 의사들에 보험회사 밥그릇까지 챙기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을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등을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 등이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영수증과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의 전송을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요양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그 중계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이들 법안이 보험소비자 편의 제고라는 명분과 달리,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의 세부 내역까지 실손보험회사에 보내야 한다. 환자의 건강에 관한 은밀하고 소중한 정보가 민간보험회사의 손아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보험회사가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추후 해당 환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항목을 골라서 가입시키는 등 역선택을 하게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 중계기관으로서 심평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공공기관의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공익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세계적으로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를 수집·제공하는 국가는 없다"고 강조한 전라남도의사회는 "자동차보험 심사업무 위탁에 따른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손보험회사에 데이터까지 게공하게 된다면 심평원의 존재 이유가 과연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이번 법안은 민간 실손보험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를 무더기로 유출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민간보험사의 업무 편의를 위해 국가 기관의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공익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청구대행이 요양기관에 부당한, 또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도 꼬집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의사들은 이미 정보의 과도한 규제와 저수가로 번아웃 상태"라며 "의사가 환자를 잘 돌보도록 도와도 부족한 때에 번아웃 상태의 의사들에 민간보험회사의 수익성까지 챙기하고 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700여 전라남도의사회 회원 일동은 국민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를 대거 유출하게 될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이 법안이 폐기될 때 까지 모든 수단을 다해서 막을 것"이라며 "만일 해당 국회의원들이 무리하게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경우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성명서> 번아웃 상태의 의사들이 보험회사 밥그릇까지 챙겨야 하나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보험업법개정안' 등 실손보험 청구 전자·간소화'를 위한 법률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보험소비자들의 편의 제고라는 이유로 발의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전라남도의사회는 강력하게 반대하는 바이다.

이 법안은 보험회사 등이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영수증과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을 전자문서로 전송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해당 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알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24일 ‘동의’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법안 통과가 급물살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 법안은 민간 실손보험회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를 무더기로 유출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 민간보험회사의 업무 편의를 위해 국가 기관의 빅데이터를 제공하여 공익에 위배된다.

셋째, 과중한 업무로 인해 번아웃 상태인 의사들에게 민간보험회사 수익성까지 챙기도록 강요하는 부당성이 있다.

만일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의 세부 내역까지 실손보험회사에 보내야 한다. 환자의 건강에 관한 은밀하고 소중한 정보가 민간보험회사의 손아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험회사가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추후 해당 환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항목을 골라서 가입시키는 등 역선택을 하게 될 소지가 있다.

세계적으로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를 수집 제공하는 국가는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12년 2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에 따라 2013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심사를 시행하면서 시행 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손보험회사에 데이터까지 제공하게 된다면 심평원의 존재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의료계는 과로사, 흉기에 의한 사망 등 진료현장의 의사들이 의욕을 잃게 만드는 우울한 소식들이 줄지어 들려오고 있다. 의사들은 그 동안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저수가로 인해 이미 번아웃 상태다. 만약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더 이상 의사들에게 환자 진료라는 본질적 업무 이외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잘 돌보도록 도와주고 격려해도 부족한 때 의사더러 실손보험회사 밥그릇까지 챙기라고 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2,700여 전라남도의사회 회원 동은 국민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를 대거 유출하게 될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이 법안이 폐기될 때 까지 모든 수단을 다해서 막을 것을 천명하며, 만일 해당 국회의원들이 무리하게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경우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19년 11월 4일

국민건강을 수호하는 전라남도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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