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원·박기수 교수, 감염병 정보공개 정책 효과 분석
"발생 병원명 공개 후 환자 감소추세 통계적으로 확인"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노출 병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 환자 추가 발생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진원 단국대 보건행정학과 부교수(주저자)와 박기수 고려의대 환경의학연구소 연구교수(교신저자)가 쓴 관련 논문은 환경 및 공중보건 분야 과학 학술지인 <IJERPH> 최신호에 실렸다.
'감염병 예방 및 통제에 대한 정보공개 정책 효과:대한민국의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에 노출된 병원명을 공개한 효과를 알아보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2015년 5월 20일부터 환자 발생이 종료된 7월 5일까지의 일별 환자 발생 및 격리자 현황을 Segmented Regression(정책 실행 전후의 효과를 시계열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기 위한 통계방법)를 이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환자 발생자 현황 추세선이 2015년 5월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6월 6일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정보 공개 시점인 6월 7일 이후 감소하는 추세가 통계적으로 확인(p<0.001)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연구진은 메르스 노출 병원명 공개가 메르스 환자의 추가 발생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기수 교수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단순히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감염병 자체의 확산을 방지하고 통제하는 기능까지 있음을 규명한 것"이라며 "정보 공개와 관련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정책이 역학적 방역 수단과 동일하게 감염병 통제 및 예방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국내 연구에서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박 교수는 "향후 이와 유사한 감염병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보건당국은 물론 관련 기관에서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감염병 통제 및 확산방지에 크게 기여한다는 증거 기반 정책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지 18일만인 6월 7일 환자가 발생한 병원 6곳과 환자가 경유한 병원 18곳 등 24개 의료기관의 이름을 긴급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교신저자인 박기수 교수는 메르스 사태를 전후해 보건복지부 부대변인과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 등을 맡아 위기 상황에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