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대상에 한의원·약국 명시...단계적 참여 방안 언급
'한의사 주도≠한의사 단독 사업' 한의계 내부 갈등 재연될까
정부가 첩약급여 시범사업 대상으로 한의원과 함께 약국을 명문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5개 내외의 대상 질환에 대해, 올해 하반기부터 3년에 걸쳐 시범사업을 진행해 나간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한의원부터 시작해 3년간 단계적으로 시범사업 참여대상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결과.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한의사 주도' 시범사업을 공언해 왔고, 일부 회원들은 이를 '한의사 단독 사업'으로 해석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의계 내부의 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은 21일 공개된 한약급여화협의체 회의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첩약 급여화 정부안을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유효성이 검증된 질환을 대상으로 우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시범사업 중 급여화 관련 시스템 구축과 타당성 평가 후 급여화(본사업)를 추진한다"는 방향을 밝혔다.
제안된 사업의 내용을 이렇다.
선정된 대상 질환에 한해 시범사업에 참여간 기관을 대상으로 첩약 건강보험 시범수가를 지급하는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3년간 실시한다.
대상질환은 근거축적 정도와 건강보험 재정영향 등을 고려해 5개 질환 내외로 정한다는 계획이다. ▲소아-알러지비염 ▲여성-월경통 및 갱년기장애 ▲노인-관절염·중풍(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 ▲전 생애-우울·불안·화병·안면신경마비 등이 후보 대상 질환으로 언급됐다.
사업대상 기관으로는 한의원과 약국이 모두 명시됐다.
한의원 중 참여 신청기관, 약국 가운데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조제할 수 있는 한약사(또는 한약 조제약사)가 근무하는 모든 약국을대상으로 시범사업 진행하며, (한)약국의 첩약 급여 참여는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1단계 시범사업시 한방 의료기관과 (한)약국간 청구시스템을 구축하고, 1단계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약국의 급여 연계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의약 분업 요구에 대해서는 당장의 시행은 어렵다고 보면서도, 진행 중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약제제 발전협의체를 통해 지속 논의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수가 수준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첩약 처방·조제 관련 행위를 크게 변증·방제, 조제·탕전, 약제비로 구분해 '항목별 묶음 수가'로 책정한다는 방향이 나왔다.
환자당 연 최대 10일로 급여 처방일수를 제안하며, 환자 본인부담률은 시범수가의 50%로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2018년 공개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구축 연구', 이른바 첩약 보고서의 제안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당시 보고서는 동일한 형태의 묶음 수가로서 첩약 한제당(20첩·10일분·1회 처방) 수가를 15∼17만원으로 제안한 바 있다.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해 나가자는 이른바 '선 시범사업 후 검증' 입장도 재확인했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자체의 타당성 등을 확인하는 연구와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을 모니터링하는 투 트랙 연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수가와 운영 모형의 적절성 등을 확인하는 동시에, 보건의료연구원 등을 통해 첩약의 안정성·유효성에 대한 별도 모니터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날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첩약 급여 시범사업 계획을 올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뒤, 시행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성·유효성이 검증된 사업을 급여화하던 이전과 달리,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를 검증하는 방식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은데다, 약사와 한약사의 참여방안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관련단체들의 반발이 크다.
한의계 내부의 혼란도 예상된다.
최혁용 한의협회장은 관련 국회 토론회 등에서 수차례 "첩약급여화는 우리(한의사)가 주도해 이뤄내는 정책"이라고 강조해 온 바 있다.
약사 등 타 직역 주도 사업이 아니라 한의사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주장한 것인데, 과거 약사 참여여부를 둘러싼 한의계의 내홍으로 첩약 급여화 사업이 좌초된 역사가 존재하는데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회원들이 이를 '한의사 단독 사업'으로 이해해 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