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죽음의 왕관이 빨리 물러갔으면

코로나 바이러스, 죽음의 왕관이 빨리 물러갔으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2.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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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김연종 원장
김연종 원장

지구촌 전체가 바이러스에 떨고 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실상은 전쟁터를 보는 듯 처참하다. 가짜 뉴스와 유언비어까지 더해져 공포감은 더욱 심하다. 중국 내에서는 우한지방 사람을 기피하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차이나포비어가 팽배하고 세계는 아시아인을 경계한다. 극도의 이기주의와 무질서와 폭력은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는 이미 사스와 메르스를 경험한 바 있지만 공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역병에 대한 두려움은 그 실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감기 환자를 보는 동네의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환자와 의사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대화하고 진찰한다. 호흡기 증상이라도 호소하면 서로가 난감하다.

여행 경력을 묻고 체온을 잰다. 일순간 긴장상태가 지속되며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조금씩 불안감이 밀려 든다. 만일 이 환자가 코로나 확진이라도 받는다면. 불안은 꼬리를 문다. 환자의 동선에 따라 동네 전체가 마비될지도 모른다. 병원은 방역과 함께 곧바로 폐쇄된다. 환자와 접촉한 병원 식구들 모두가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 향후 일정은 더욱 막막하다.

진찰을 계속한다. 다행히 체온은 정상이다. 호흡기 증상도 호소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고마워한다. 어서 빨리 이 소동이 종료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희망 섞인 소식도 전해진다. 국내 1번 확진 환자인 중국 국적의 여성이 완치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돼 퇴원한 것이다. 그녀는 영문 손편지로 감사를 전하며 "중국에서는 고쳐주는 사람에게는 어진 마음이 있다는 뜻의 '의자인심(醫者仁心)'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에게 당신들은 그 이상이었다"고 한국의료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초기 증상은 기침·오한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이나 호흡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바이러스의 외피를 감싸고 있는 돌기들이 왕관 모양과 비슷해 이름 붙여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1930년대 처음 발견됐다. 이후 비슷한 모양의 관(冠)을 쓴 것 같은 바이러스들이 여러 동물에서 발견됐다. 사람한테는 1960년대 감기 환자의 시료를 조사하던 중에 처음 등장했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힘을 빌어야만 생존하고 증식할 수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생물체가 아닌 입자와 같은 존재로 분류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깨끗하고 건조한 공기 중에서는 생존하지 못한다. 공기 중 전파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타액과 비말에 의한 감염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피부에서는 수 분 가량 생존이 가능하지만 입·코·눈 등 점막 내에서는 좀 더 오래 살수 있다. 영하의 날씨에서는 장기간 생존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면 생존 능력이 떨어진다.

마침내 도시 전체가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다. 모든 것이 봉쇄된 상황에서 바이러스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도시는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의료진과 환자는 묵묵히 질병과 사투를 벌인다. 감염되지 않는 일반 시민들도 질병과 부조리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많은 희생자를 남겼지만 결국 바이러스는 퇴치되고 우한시는 해방의 기쁨에 휩싸인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연상하며 바이러스의 종말을 기대해 본다.

죽음의 왕관이 빨리 물러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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