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투약 말라리아 치료제 '연속공정기술'이 핵심

1회투약 말라리아 치료제 '연속공정기술'이 핵심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2.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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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V 개발 OZ439·MMV052 핵심 중간체 OZ2 한국기술 접목
SK바이오텍, 신약 후보물질 R&D 주도…"말라리아 퇴치 기여"
[라이트펀드 R&D 프로젝트] ③ 1회 투약 말라리아 신약 연속 공정 기술

저개발국가 건강 불평등 해소와 공중보건 증진을 목표로 한국의 생명과학기업이 확보한 보건의료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트(RIGHT Fund·Research Investment for Global Health Technology Fund)가 1차 사업으로 5개 R&D과제를 선정했다.

지난 2018년 7월 설립된 라이트펀드는 보건복지부, 한국생명과학기업 5개사(SK바이오사이언스·LG화학·GC녹십자·종근당·제넥신),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 출자로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한국생명과학기업이 참여한 우수한 R&D 프로젝트를 발굴해 2022년까지 500억원을 글로벌 헬스 R&D에 지원한다.

1차 사업으로 선정된 세부과제는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 접합 콜레라백신 R&D 프로젝트(유바이오로직스·국제백신연구소·하버드의대) ▲저개발국가의 필수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6가 백신(DTwP-HepB-Hib-IPV)의 제조공정 R&D 프로젝트(LG화학) ▲1회 투약 말라리아 신약 후보물질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연속 공정 기술 R&D 프로젝트(SK바이오텍·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G6PD 결핍증 환자 선별을 위한 G6PD 현장진단기기의 저개발환경 맞춤 기술 R&D 프로젝트(SD바이오센서·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 ▲분자진단 이용 4가지 결핵 약제 내성 동시 확인 가능한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 R&D 프로젝트(바이오니아·FIND(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국제결핵연구소) 등이다.

세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조달시장 규모는 올해 2월 기준 210조 8112억원에 이른다. ODA 조달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UN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86억 달러(22조 782억원)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UN 조달 규모는 2억180만 달러(2395억원)로 전체의 1.08%를 차지하고 있다. UN 조달시장에서 의약품은 26억 4100만달러(3조1203억원), 의료기기는 7억 3560만달러(8695억원)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기업 비중은 의약품 1억 5550만달러(1838억원·5.9%), 의료기기는 1240만달러(147억원·1.6%)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UN 조달시장 유망품목 1, 2위로 의약품·의료기기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R&D 관련 제형개발, 제조기술 개선 등에서의 국내 기업들의 강점이 글로벌에서 인정받으며 ODA 조달시장에서 시장 규모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라이트펀드는 국내 생명과학기업들의 우수한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의 보건의료 관련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아래에서는 라이트펀드 1차 사업에 선정된 5개 R&D 과제를 중심으로 주요 연구개발 상황을 점검한다.

라이트펀드의 세 번째 R&D 프로젝트는 글로벌 말라리아 전문가 단체인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가 차세대 말라리아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1회 투약 말라리아 치료제 R&D의 한 단계로 SK바이오텍이 주도하는 차세대 말라리아 신약후보 물질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공정 기술이다.

치사율 높은 3대 감염질환…슈퍼 말라리아 세계 공중보건 위협

2017년 10월 세계 저명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슈퍼 말라리아'의 위협에 대해 경고하는 보고서가 실렸다.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최신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에 내성을 보이는 말라리아 원충이 말라리아가 다발하는 동남아시아 메콩강 유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말라리아가 통제불능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보고서의 핵심이다.

말라리아는 AIDS·결핵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꼽는 세계에서 가장 치사율이 높은 3대 감염성 질환이다. 열원충 속(genus Plasmodium)의 원충(5종의 말라리아 기생충)이 적혈구와 간세포 내에 기생함으로써 발병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으로 보통 말라리아 감염자를 암컷 모기가 물면서 확산된다. 특히 열대 열원충에 의해 감염되는 열대열 말라리아 감염은 치료받지 않으면 치명적이다. 감염 적혈구 세포가 소혈관 벽에 붙어 뇌·폐·신장·위장 등 많은 기관의 혈관을 막아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열대열 말라리아 감염이 대부분인 중증 말라리아의 경우 성인 환자 20%, 소아 환자의 10%가 사망한다. 

WHO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 국가는 91개국, 감염자는 2억 1600만명, 사망자는 44만 5000명으로 추정되며, 세계 인구의 약 40%(25억명)가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도 휴전선 접경지역(인천·경기·강원) 등에서 삼일열 말라리아 환자가 꾸준히 발생할 뿐 아니라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의 여행을 통해 말라리아가 유입돼 매년 5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다행히 효과적인 말라리아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수많은 생명을 구해왔지만, 끊임없이 말라리아 치료제 내성 균주가 출현함으로써 새로운 구조의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과거 클로로퀸은 가격이 저렴하고 효과적이어서 수년간 많은 지역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활발히 사용돼 왔으나, 클로로퀸 내성 균주의 출현 지역이 늘면서 일부에서는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밖에 많이 처방되는 항말라리아 약제로는 아르테미시닌·아토바쿠온·퀴닌·독시사이클린·메플로퀸·프리마퀸·프로구아닐 등이 있다. 현재 시판 중인 약 중에서는 아르테미시닌이 최적의 말라리아 치료제로 꼽히고 있지만, 이 약제의 내성 균주가 메콩강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태국·미얀마·베트남 등에 출현하면서 최신 말라리아 치료제에 속하는 아르테미시닌 기반 복합처방법(ACTs: Artemisinin-based Combination Therapies)이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ACTs 내성도 최근 보고되면서 WHO에서는 ACTs 내성을 대체할 치료제 개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연속 공정의 글로벌 선두 주자로 다양한 개발 역량 및 상업화 설비와 함께 풍부한 경험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유기 금속 반응을 처리할 수 있는 SK바이오텍의 연속 반응 시스템은 2013년 일본 PMDA(Pharmaceuticals and Medical Devices Agency)에 이어 2014년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승인을 받았으며, 세계적 수준의 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시설로 인정받았다.
SK바이오텍은 연속 공정의 글로벌 선두 주자로 다양한 개발 역량 및 상업화 설비와 함께 풍부한 경험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유기 금속 반응을 처리할 수 있는 SK바이오텍의 연속 반응 시스템은 2013년 일본 PMDA(Pharmaceuticals and Medical Devices Agency)에 이어 2014년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승인을 받았으며, 세계적 수준의 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시설로 인정받았다.

단일 투여로 말라리아 원충 없애는 1회 투약 근본치료제 개발 필요

현재의 말라리아 치료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회 투여로 말라리아 원충을 없애고 재감염을 막을 수 있는 1회 투약 근본치료제(SERC: Single-Exposure Radical Cure) 개발이 필요하다. SERC는 한번의 약 복용으로 몸 안에 기생하는 말라리아 원충을 없애서 치료 순응도와 치료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현재 말라리아 치료의 난관으로 꼽히는 치료제 내성 위험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이유로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스위스 비영리단체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는 SERC를 가장 이상적인 치료제로 꼽고 있으며, 1회 투약으로 근본 치료가 이뤄지는 말라리아 신약들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현재 MMV가 연구개발 중인 SERC 가능물질에는 OZ439·MMV052 등이 있는데, OZ439와 MMV052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핵심 중간체 OZ2는 고가인데다 제조 과정이 위험해 현재 적은 수량만 제한적으로 생산된다. OZ439는 현재 임상 2상 중이며, MMV052는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열대열 말라리아와 삼일열 말라리아 환자 대상으로 1회 OZ439 투약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 OZ439는 1회 투약만으로 기생충 감소에 효과적이었으며, 심각한 약물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한국 '연속 공정 기술' 1회 투약 말라리아 근본치료제 개발 핵심

말라리아 치료제의 게임체인저로 기대되는 SERC가 개발돼 저개발국가에 널리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두 신약 후보물질의 값비싼 중간체 OZ2에 대한 제조 공정 과정의 위험성을 낮추고 비용 역시 낮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연속 공정은 높은 안전성, 고온-고압 조건의 적용가능, 혼합효율, 저비용 등의 장점으로 SERC 후보 물질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제조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속 반응 공정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며 연속 반응기 내에서 짧은 체류시간 안에 반응을 완료해야 하는 공정으로, 온도·압력·유속·원료 비율·혼합력·용해도 등의 다양한 반응 변수들을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기술이다. 극저온 조건이 필요한 Lithiation 반응, 60% 고농도 과산화수소를 사용한 산화반응 등 위험성이 높은 반응들의 안전한 연속 상업화 기술 개발에 성공한 SK바이오텍은 현재 MMV와 파트너십을 맺고 두 가지 말라리아 신약 후보물질의 값비싼 중간체 OZ2의 연속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성호 SK바이오텍 공정개발연구소장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돼 온 연속 공정 기술은 높은 안전성, 우수한 열전달과 혼합효율, 고온 고압 조건의 적용가능 등의 이점으로 위험관리·비용·품질·생산기간에 있어서 다양한 장점을 갖춰 의약품 제조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고도로 불안정한 중간체도 폐쇄시스템에서 반응물을 조금씩 현장 제어할 수 있는 연속 반응 공정으로 생산하면 공정 경제성과 안전 이점으로 대량의 제품을 고품질로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은 연속 공정의 글로벌 선두 주자로 다양한 개발 역량 및 상업화 설비와 함께 풍부한 경험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유기 금속 반응을 처리할 수 있는 SK바이오텍의 연속 반응 시스템은 2013년 일본 PMDA(Pharmaceuticals and Medical Devices Agency)에 이어 2014년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승인을 받았으며, 세계적 수준의 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시설로 인정받았다.

SK바이오텍은 중간체를 비롯 완제의약품으로 생산되기 직전의 활성제약성분(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의 아웃소싱 전문 생명과학기업으로서 현재 연속 공정 기술로 당뇨병치료제·AIDS 치료제 등의 중간체를 활발히 생산·판매하고 있다.

두 가지 말라리아 신약 후보물질의 값비싼 중간체 OZ2 합성 공정에는 오존 산화반응이 사용된다. 오존 자체의 폭발위험성과 유해성, 오존반응의 발열성, 인화성 용매 조건에서 고농도 오존 및 산소를 사용으로 인해 대량생산을 위한 상업적 공정 개발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황희준 SK바이오텍 공정개발연구소 2팀장은 "모든 원료를 대용량 반응기에 투입하는 전통적 생산 방식인 회분식 공정(Batch Process)으로는 상업생산의 한계가 극명히 존재해 연속 공정 기술을 접목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연속 오존 산화 반응 공정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기체 상태의 산소와 오존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이 과제에서 SK바이오텍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기체 반응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공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성호 소장은 "SK바이오텍은 생명과학 기술을 이용해 반응공학적 솔루션을 통해 다양해지고 있는 생명과학 제품들의 효율적 생산을 위해 기존 공정 기술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공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신규 약물 제조 공정에 매우 다양한 화학 반응의 적용이 필연적으로 요구돼 위험성 높은 반응들을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속 공정은 신약개발의 초기임상 단계부터 상업생산에 이르기까지 쓰일 수 있는 주요한 의약품 기술로 국내 의약산업이 글로벌 제약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김윤빈 라이트펀드 대표이사는 "SK바이오텍이 OZ2 연속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1회 투약 말라리아 신약 보급에 기여함으로써 세계 말라리아 퇴치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며 "획기적 말라리아 신약의 중간체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글로벌 헬스 시장에서 한국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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