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퀸·타페노퀸 등 급성 용혈성 빈혈 유발 더 큰 위험 초래
에스디바이오센서 "삼일열 말라리아 안전한 치료에 기여 기대"
[라이트펀드 R&D 프로젝트] ④ G6PD 결핍증 선별 현장진단기기 저개발 환경 맞춤 기술
저개발국가 건강 불평등 해소와 공중보건 증진을 목표로 한국의 생명과학기업이 확보한 보건의료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트(RIGHT Fund·Research Investment for Global Health Technology Fund)가 1차 사업으로 5개 R&D과제를 선정했다.
지난 2018년 7월 설립된 라이트펀드는 보건복지부, 한국생명과학기업 5개사(SK바이오사이언스·LG화학·GC녹십자·종근당·제넥신),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 출자로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한국생명과학기업이 참여한 우수한 R&D 프로젝트를 발굴해 2022년까지 500억원을 글로벌 헬스 R&D에 지원한다.
1차 사업으로 선정된 세부과제는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 접합 콜레라백신 R&D 프로젝트(유바이오로직스·국제백신연구소·하버드의대) ▲저개발국가의 필수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6가 백신(DTwP-HepB-Hib-IPV)의 제조공정 R&D 프로젝트(LG화학) ▲1회 투약 말라리아 신약 후보물질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연속 공정 기술 R&D 프로젝트(SK바이오텍·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G6PD 결핍증 환자 선별을 위한 G6PD 현장진단기기의 저개발환경 맞춤 기술 R&D 프로젝트(SD바이오센서·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 ▲분자진단 이용 4가지 결핵 약제 내성 동시 확인 가능한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 R&D 프로젝트(바이오니아·FIND(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국제결핵연구소) 등이다.
세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조달시장 규모는 올해 2월 기준 210조 8112억원에 이른다. ODA 조달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UN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86억 달러(22조 782억원)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UN 조달 규모는 2억180만 달러(2395억원)로 전체의 1.08%를 차지하고 있다. UN 조달시장에서 의약품은 26억 4100만달러(3조1203억원), 의료기기는 7억 3560만달러(8695억원)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기업 비중은 의약품 1억 5550만달러(1838억원·5.9%), 의료기기는 1240만달러(147억원·1.6%)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UN 조달시장 유망품목 1, 2위로 의약품·의료기기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R&D 관련 제형개발, 제조기술 개선 등에서의 국내 기업들의 강점이 글로벌에서 인정받으며 ODA 조달시장에서 시장 규모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라이트펀드는 국내 생명과학기업들의 우수한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의 보건의료 관련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아래에서는 라이트펀드 1차 사업에 선정된 5개 R&D 과제를 중심으로 주요 연구개발 상황을 점검한다.
라이트펀드의 네 번째 R&D 프로젝트는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무증상 G6PD 결핍증 환자 선별 현장진단기기의 저개발 환경 맞춤 기술이다. G6PD 현장진단기기의 1세대 버전을 개발한 한국생명과학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 주도로 글로벌 헬스 R&D 네트워크가 구축된 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와 함께 추진한다.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 처방 전 G6PD 결핍증 선별 필요
삼일열(Plasmodium vivax) 말라리아는 치료제 처방 전 환자 유전질환을 먼저 스크리닝해야 하는 열대병이다. 환자에게 G6PD(G6PD: Glucose-6-phosphate dehydrogenase) 결핍증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말라리아 중 전 세계에 가장 널리 분포하는 삼일열 말라리아의 치료제로 쓰이는 프리마퀸과 타페노퀸은 G6PD 결핍증을 앓는 환자에게 급성 용혈성 빈혈을 유발해서 오히려 환자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는 G6PD 결핍증 환자의 적혈구에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적혈구 내 글루타티온(glutathione)이 산화되게 한다. G6PD가 부족한 적혈구는 글루타티온을 다시 환원시키는데 한계가 있어 글루타티온이 빠르게 고갈된다. 글루타티온이 없으면 혈색소와 단백질들이 산화되면서 적혈구막에 비가역적 손상을 입혀 적혈구가 파괴된다. 이로 인해 프리마퀸과 타페노퀸 투여 후 24∼72시간 이내 급성 용혈성 빈혈이 발생해 피로·요통·황달·고빌리루빈혈증 등과 함께 수혈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악성 빈혈로 치달을 수 있다. 문제는 G6PD 결핍증이 무증상이어서 환자조차 자신이 G6PD 결핍증을 앓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G6PD 결핍증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는 악성 말라리아 치료제 프리마퀸과 타페노퀸·항생제·잠두콩 섭취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기 때문이다.
G6PD 결핍증 환자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예방이다. 적혈구의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말라리아 치료제나 항생제·음식을 피해야 한다. 말라리아 풍토병 지역에는 G6PD 결핍증을 앓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치료가 시급한 삼일열 말라리아 환자가 치료제 복용으로 겪을 수 있는 악성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프리마퀸과 타페노퀸 투여 전 필수적으로 G6PD 검사를 신속·정확하게 시행해야 한다.
진단 정확도 높여 적합한 치료 돕는 G6PD 현장진단기기
지난 2014년 첫 개발된 G6PD 현장진단 1세대 검사기기는 저개발국 환경에서 프리마퀸 투여 전 G6PD 결핍증을 현장에서 스크리닝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법이다. 이 진단기기로 저개발국 말라리아 환자에 대한 G6PD 결핍증 스크리닝이 이뤄져 프리마퀸 처방 환자의 치료제 부작용 위험이 크게 줄 수 있었다.
2016년 G6PD 현장진단기기 개발에 뛰어든 한국 생명과학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한 발 더 나아가 한 방울의 혈액으로 2분 이내 검사가 가능하며,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사이즈의 G6PD 현장진단기기를 2017년 개발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개발한 G6PD 현장진단 1세대 검사기기는 측정 결과를 정상과 결핍으로 나눴던 기존 검사기기와 달리, G6PD 결핍증 진단에 중요한 단위 척도인 G6PD IU/gHb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해 Total-Hemoglobin 농도에 따른 부정확한 검사 결과의 가능성을 낮췄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송병학 과장(연구과제 책임 연구원)은 "기존 정성 제품은 G6PD 값이 남성 중앙값의 30% 이상일 경우 양성으로 판독해 여성 환자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30∼80% 사이의 값은 정상으로 오판독할 수 있었다"며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정량 제품은 G6PD IU/gHb와 Total Hemoglobin 값을 정확하게 제공해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에서 의료진의 처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개발국 최적화 G6PD 현장진단기기 한국 기술로 개발
현재 G6PD 현장진단기기는 2일 간의 교육과 여러 단계의 실습을 거친 사용자가 샘플수집기로 검체를 추출해 검사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1세대 G6PD 현장진단기기의 진단 스트립 유효 기간은 1년이다. 저개발국가의 복잡하고 느슨한 유통망과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환경을 감안한 최적화 G6PD 현장진단기기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세대 G6PD 현장진단 샘플수집기의 복잡한 설계로 저자원 환경에서 사용자 오류 비율이 높은 문제를 해소하고, 유통망 발달이 잘 되지 않은 저개발국의 환경을 감안해 진단 스트립의 유효 기간을 기존보다 늘린 2세대 진단기기 R&D를 진행 중이다. 이 R&D의 핵심은 2개의 검체 채취 튜브를 1개로 줄이는 데 있다. 이 문제만 해결하면 간단한 교육만으로 G6PD 검사를 정확히 할 수 있다.
송병학 과장은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개로도 정확한 검체 채취와 측정이 가능한 튜브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 제품이 완제품으로 출시될 경우, 기존 사용 방법을 보완할 뿐 아니라 의료진이 부족한 환경에서 사용자 오류로 인한 검사 오류 비율 개선, 더 나아가 구성품 축소로 원가 절감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더 많은 최종 사용자가 유효 기간 내 G6PD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현재보다 유효 기간을 늘린 진단스트립 개발도 진행 중이다.
조성호 매니저(국제기구 프로젝트 담당)는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새롭게 개발하는 2세대 G6PD 현장진단기기는 WHO PQ 통과를 목표로 다양한 국제 보건 이슈 관련 연구와 사업을 시행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PATH를 통해 저개발국가에 최적화돼 있는지 검증할 예정"이라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라이트펀드의 지원을 통해 삼일열 말라리아의 안전한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빈 라이트펀드 대표는 "저개발국 환경에 최적화된 G6PD 현장진단기기가 성공적으로 개발돼 저개발국가에 보급되면 진단 정확도 개선으로 말라리아 치료 과정에서 예방할 수 있는 사망자를 이전보다 더 많이 줄일 수 있다"며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 투약 전 G6PD 검사는 현재 WHO의 말라리아 치료지침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향후 G6PD 현장진단기기의 수요는 더욱 늘 것이며,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의 환경에 최적화된 현장진단기기를 개발하면 수출 증대로 이어져 한국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