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집행유예도 실형 유지…의료법 면허취소 조항 합헌" 결정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금고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가 중대한 의료 관련 범죄와 동일하게 취급돼 면허취소까지 받은 것은 평등원칙·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원까지 했지만, 끝내 구제받지 못했다.
실형을 선고받았더라도 집행유예를 받은 것은 범죄의 정도, 비난 가능성에 차이가 있어 면허취소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집행유예라고 해서 금고형 이상의 형 선고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없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처벌 규정에 입각해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의료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결정한 것.
헌재는 23일 의료법 제8조 제4호 위헌소원(2019헌바118, 2019헌바171),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2019헌바176)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형법, 보건 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않은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다(결격사유 등)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는 의료법 제8조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면허 취소)하고, 실형의 정도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3년 동안 면허를 다시 받지 못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들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더라도 형기의 장단기 또는 집행유예 여부에 따라 비난 가능성이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모두 동일하게 취급해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평등원칙·명확성 원칙 위배된다며 위헌소원을 제기했다.
또 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 법률 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된 사정이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적으로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런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영진 재판관은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면허취소를 받도록 한 의료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적 면허취소 사유가 되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을 유예받은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라며 "의료 관련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면허취소(불이익)를 하는 것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어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또 "진료기록부 등의 허위 작성 등 의료행위에 관한 공공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고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하는 행위는 의료 관련 범죄로 보기에 명확하다"며 "아무리 집행유예를 받았더라도 금고 이상의 실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이를 근거로 면허취소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2017년 6월 29일 헌법재판소 결정 선례(2017헌바164)도 인용했다.
2017헌바164 결정은 "직업선택의 자유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며 "의료인이 의료 관련 범죄행위로 인해 처벌받은 경우는 의료인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켜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도덕적 의무에도 반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면허취소로 인해 의료인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불이익이 공공의 이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며 "면허취소 후 3년이 지나야 면허 재취득을 하도록 한 것은 과잉처벌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의료법에 집행유예 선고 시에도 면허취소에 해당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법률 조항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이종석 재판관은 "재판관들은 심판대상 조항이 명확성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의료인들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관련 법에서 집행유예라도 실형 선고가 유지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