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보건의료노조 "낙인·혐오 의심자들 숨게 만들어…비난 멈춰야"
홍석천 개인 SNS 통해 "익명 보장 검사 가능…지금은 용기내야" 독려
최근 이태원 發 코로나19 집단감염·재확산 사태로 인해, 때아닌 '성 소수자' 혐오 현상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비난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논란은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이태원 클럽의 주 고객이 '성 소수자'임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제2의 신천지 사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방문자들이 '아우팅(성 정체성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검사를 꺼리고 있기 때문.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여서, 역학조사에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1일 성명에서 "혐오는 방어의 적"이라며 "혐오가 커질수록 지역사회 전파 우려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가시화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검사 대상자들이 검사받는 것을 꺼리게 하고,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증상을 숨기게 만든다"며 "가족과 회사에서 차별받고 배제당할 우려가 매우 큰 상황에서 개인에게는 숨는 게 최선의 선택이 된다"고 경고했다.
확진자의 연령대와 주거지, 직장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한 지자체·언론에 대해서도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확진자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자의 정보공개는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정보에 한하여 공개'하도록 돼있다"며 "특히 거주지의 세부주소와 직장명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비난 여론으로 인해, 검진을 받지 않는 인원이 상당할 것이란 의료계 및 방역 당국의 분석이 나오자, 앞서 방송을 통해 성 소수자임을 밝힌 연예인 홍석천 씨는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라며 검사받기를 촉진하고 나섰다.
홍석천 씨는 12일 SNS를 통해 "성 소수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에게, 지인에게, 사회에 알려지는 게 두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우팅'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본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면서 "다행히 '익명 보장'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의협은 11일 성명서에서 이태원 클럽 사태는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 방역 당국의 실책으로 진단하며 정부, 의료계, 전 국민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클럽, 대형주점 등의 유흥시설과 위락시설은 감염 전파 매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며 "이는 분명히 예측 가능했고 예방할 수 있었던 일로, 방역 당국의 뼈아픈 실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역시 11일 [의협신문]과의 인터뷰 중 "클럽 등 유흥시설의 위험성은 의협 차원에서도 이미 2, 3월부터 수차례 경고해 왔다"며 "교회 예배나 집회는 금지하면서 감염 위험성이 더욱 높은 시설은 금지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며 일차적인 책임이 정부와 지자체에 있음을 짚었다.
이어 "타인에 대한 책임 의식이 부족했던 부분은 아쉬운 것이 사실이나 일부 집단에 대한 혐오나 비난은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숨게 할 뿐"이라며 "도가 지나친, 논점을 벗어난 비난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의협은 "코로나19는 감염이 되더라도 가벼운 증상을 보이거나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상태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타인과 접하게 되면 감염을 전파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비난보다는 방역에 대한 고삐를 조여야 할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