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 강행 수순, 한제(10일분)당 수가 14∼16만원

첩약 급여 강행 수순, 한제(10일분)당 수가 14∼16만원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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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첩약급여 시범사업안 공개...의약계 강력 반발
첩약 진찰·처방료 4만원, 의원 재진료의 3배..."근거가 뭔가"

ⓒ의협신문
ⓒ의협신문

첩약 급여 시범사업의 세부내용이 공개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14∼16만원 수준이 제안됐다. 의과 기본진찰료와 유사한 개념인 이른바 변증·방제료 3만 9000원을 포함해 첩약 조제와 탕전, 약재비 등을 감안한 금액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심평원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한방 보장성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첩약 급여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3개년 간, 3단계에 걸쳐 연간 5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베일벗은 첩약 급여시범사업, 세부 내용은? 

시범사업 계획은 이렇다.

한의원과 한약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한 뒤, 이들 기관이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에 대해 건강보험 시범수가를 적용한다.

수가는 첩약 한제(10일분)당 14∼16만원 수준이 제안됐다.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 9000원 △조제·탕전료 3∼4만원 △약재비 3∼6만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환자본인부담률은 50%. 다만 환자당 첩약 한제(10일분)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추가로 약재를 복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비급여로 하도록 했다.

처방량에도 제한을 두어 한의사 1인당 1일 4건·월 30건·연 300건 이상 급여 처방을 할 수 없게 했다. 해당 사업에 투입될 재정을 연간 500억원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일종의 재정 관리 대책이다.

진찰·처방료 3만 9000원, 의원 재진진찰료의 '3배'
안전성·유효성 이어 '수가 적정성' 논란..의약계 반발

정부의 시범사업 계획 안을 놓고 소위 내부에서는 찬반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가입자단체들은 건강보험 혜택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의약계 공급자단체들은 강경한 반대입장을 냈다.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뿐 아니라, 필수의료부터 단계적으로 급여화한다는 건강보험 우선순위 원칙에서도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이날 소위에서는 첩약 수가의 적정성을 놓고도 격론이 벌어졌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심층변증·방제기술료 항목이었다.

심층변증·방제기술료는 의과의 기본진찰료와 유사한 개념인데, 정부는 이에 의원 재진료의 3배에 달하는 3만 9000원의 수가를 책정했다.

기본 진찰과 진단을 넘어 첩약 처방에 필요한 심층진단과 이를 바탕으로 한 방제(처방)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이 같은 비용을 산정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의약계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심층진단에, 의과에는 없는 처방료 개념까지 포함해 터무니 없는 수준의 행위료가 산정됐다"며 "단순히 수가 수준만은 놓고 보자면 한방의 진찰료가, 의과의 그것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된 것으로 결코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약계의 문제 제기에 다수 건정심 위원들도 동의를 표하면서, 이날 소위는 첩약 시범사업 계획을 확정치 못한 채 마무리됐다.

정부, 수가 수준 등 일부 문제 보완...연내 사업 추진 공식화

정부는 이날 지적된 수가 수준 등 일부 문제를 보완한 뒤 첩약 시범사업을 연내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가입자 대다수가 한방 보장성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가 수준 등 소위에서 지적된 일부 내용을 보완한 뒤 대면 또는 서면 의결 절차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건정심에서 시범사업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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