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에 근거가 없는 진짜 이유

한약에 근거가 없는 진짜 이유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12 21:53
  • 댓글 3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첩약급여화 추진에 한약의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참여한 소비자 대표들은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7월 5일 중앙일보 기사에서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수백 년간 시장에 풀려서 이미 먹고 독성 연구도 돼 있는 한약재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는 한의대생들도 믿지 않을법한 핑계를 댔는데, 의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효과가 있나보다. 어쨌거나 한약이 임상시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은 한의사들도 부정하지 못한다.

왜 한약은 임상시험 근거가 없을까? 

시중에 돌고 있는 대표적인 핑계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한약은 임상시험을 실시하기가 어렵다는 핑계다. 현대의학의 치료제나 치료법은 임상시험하기가 쉬워서 근거가 있는가? 이 주장은 수준이 너무 낮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둘째는 한약은 비용을 투자해서 효과를 입증해도 금전적인 이익을 얻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추진할 주체가 없다는 주장이다. 타당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의학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조금만 알아도 비웃을만한 엉터리 변명이다.

침술만 봐도 알 수 있다. 침술도 한약과 마찬가지로 특정 제약회사의 이윤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침술에 대해서 수천 건의 임상시험이 발표되어 있다.(임상시험은 많았지만 침 치료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질환은 드물다.) 

제약회사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성공하면 큰 수익을 거둬들이는 임상시험은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시험이다. 이런 임상시험은 의학계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클로로퀸, 덱사메타손 등을 테스트하는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현대의학에서 특허가 만료된 약에 대한 임상시험은 일상적으로 실시된다. 특허와 관련이 없는 수술 등도 마찬가지다.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현재 7월 2일에 발표된 파키스탄과 말라위에서 폐렴에 걸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목시실린에 대한 임상시험 논문 두 편이 소개되어 있다.

아목시실린은 수십 년간 사용되어온 항생제로, 값이 저렴해서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도 많이 활용한다. 특정 제약회사의 이윤과 관련이 없는 연구다.

제약회사의 이윤과 관계없이 의학이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각 나라의 정부와 사립 재단 등에서 연구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연구비 지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한의학도 예외가 아닌데, <2017 한국한의약연감>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정부가 한의약 분야 R&D에 지원한 연구비는 4574억원이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우리 정부가 한의학을 연구하라고 1년에 1000억 원씩 뿌리고 있음에도 임상시험을 제대로 해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한약이 없다. 임상시험으로 위험성이 밝혀지거나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사용을 하지 말라는 결론을 낸 연구도 없다.

동의보감 같은 옛날 책을 근거로 안전성 유효성 검증 없이 의약품 허가를 해준 한약제제들 중에서도 이미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급여 한약제제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도 검증이 없었다. 

왜 한약은 연구비가 충분한데도 근거가 없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이유는 근거가 없어도 한의사들이 이윤을 창출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약품은 반드시 임상시험 검증을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하지만, 한약은 한의사들 마음대로 환자에게 효능을 주장하며 판매할 수 있다.

오히려 임상시험을 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잘 팔던 한약을 못 팔게 되거나 항의를 받을 수도 있어서 한의사들은 검증을 안 해야 좋다. 

작년에 발표된 한의약 난임치료 임상연구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라는 요구가 잇따르자 마지못해 실시된 연구였다. 뚜렷한 결론이 나올 수 없도록 대조군이 없는 설계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을 상대하듯 막무가내로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논문을 발표하려다 심사를 담당하게 된 영국 학자가 너무 황당하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는 소동으로 이어졌다.

환자들이 근거가 있다고 착각해서 한의원에 돈을 내고 있는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한테 걷은 건강보험료로 절반을 보조해주는 일이 아니다.

국민이 질병 치료에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한방 치료를 검증해서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효과가 없거나 해로운 치료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켜야 한다. 

한방 연구 예산으로 매년 천억 원씩 지원해줬는데, 그 돈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한의협 부회장이 아무런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수백 년간" 운운하며 변명하고 있는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