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포퓰리즘 정책 지적
"공공의료 왜곡 말고 공급정책 아닌 구조개선정책 시행하라" 충고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은 의학교육과 의료체계, 그리고 공공의료 본질에 대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교수들의 비판이 나왔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보건의료위원회'는 5일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금은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 코로나19 전쟁에 집중할 때"라며 "공공의료를 왜곡하지 말고, 공급정책이 아닌 구조개선정책을 시행하라"고 충고했다.
이들은 먼저 정부가 내놓은 안은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희망 고문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의료전달(환자의뢰)체계와 수가체계를 정상화하지 않은 채 정부안을 강행한다면 ▲국민 의료비 증가 ▲의사 및 의료기관의 수도권 집중 ▲비인기 진료과 기피 등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해 의학교육 및 의사의 수준이 저하되고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대정원을 감축하지 않으면 의사 과잉배출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부담(건강보험료)이 증가하고, 의사유발 수요(physician-induced demand)로 인해 비급여 및 전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의학교육 부실화로 인해 과거 사회주의 체제의 동유럽 국가들처럼 의료수준이 저하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OECD 평균과 단순 비교하면서 의사 수가 적기 때문에 10년간 한시적으로 4000명의 의사를 배출한다는 계획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의대 졸업생 수와 인구 1000명당 병원의사 수는 OECD 평균의 거의 절반 수준이지만, 젊은 의사의 비율과 인구 대비 의사 증가율은 OECD 평균보다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 수가 적다고 해서 우리나라 국민이 건강하지 않거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의료의 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가별 건강 수준(기대여명, 표준화 사망률, 영아사망률), 보건의료 접근도(예방 접종률, 건강검진율, 의료이용도), 급성 뇌졸중 사망률 등 급성 질환과 주요 암종의 5년 생존율 등 중증질환의 치료성적은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
이들은 "환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받기 위해 대기하는 이유를 의사 부족이라고 생각하며, 전문의가 진료하는 일차의료기관이 지척에 널려 있다는 사실은 체감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의 적정 의사 수를 추계하려면 인구구조 및 상병 구조 변화, 국민의 의료비 부담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 등 국내 상황이 충분히 참작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 제정된 보건의료기본법에서 5년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만들도록 하고 있으나,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만들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강행하기 전에 먼저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며, "보건의료 발전계획에 입각해 의대정원 증감을 결정해야 하며, 국민의 이익과 부담에 대해서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을 이유로 의대정원 확대 및 국립공공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의학전문대학원과 간호대 정원 확대 정책의 실패에서 알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또 공공의대 설립안은 기존 이미 공공의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존 의대(국립대 포함)를 차별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의사나 일차의료의사는 의대교육에서 일차의료 과정을 강화하고 일본처럼 퇴직의사를 활용 ▲역학조사관은 유명무실한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개선 ▲감염내과나 중증외상만 별도로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 ▲비인기 진료과 기피 현상은 수가를 정상화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의료전달(환자의뢰)체계를 개선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공공병원 신설 등의 공급정책이 아니라, 의료체계의 구조개선정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전국 377개 대학 6100여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40개 의과대학 653명의 교수가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