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설문조사 결과 95% "의협 투쟁 참여"...젊은 의사들 '사자후'
전국 시도의사회장에 "수련병원 협조요청 해달라" SOS 공문 발송
'여의대로를 가득 채웠던 1만 전공의들의 사자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젊은 의사 단체행동에 참여했던, 전공의 10명 중 9명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의료계 총파업에 "무조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 각 시도의사회장에 '14일 총파업 관련 수련병원 진료 일정 조정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젊은 의사들의 2차 단체행동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개최됐던 1차 젊은 의사 단체행동과 관련, 피드백 설문 최종 결과를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8일 저녁부터 12시간동안 진행된 이번 설문에는 전공의 7000여 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 1차 집회에 참석했던 전공의 95%가량이 대전협 대의원 의결대로 14일 있을 의료계 총파업에 "무조건 동참하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대전협은 9일 중간집계 결과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전공의들은 가장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는 장소와 홍보 등 행사 진행에 관련한 사항을 꼽은 답이 많았다. 응답자(복수 응답)의 58.4%가 장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43.3%는 홍보와 안내, 38.5%는 내용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집회 당시 주최 측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집회 장소에 모이면서, 다수 전공의가 본 행사에 바로 합류하지 못하는 불편이 있었던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집회 참가자들에 따르면 다수 참가자가 행사장에 모이면서 발열 체크 등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시간이 지체됐고, 대략 3분의 1가량의 전공의가 행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전협은 "젊은 의사의 첫 단체 행동에 비상대책위원회의 욕심이 과했다. 인원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귀한 발걸음에 찾아오셨음에도 입장하지 못했던 전공의, 의대생도 있었다"면서 "가두 행진은 경찰의 요청으로 안전을 이유로 의대생의 참여를 제한했다. 이점 역시 배려가 부족했다고 느낀다. 앞으로 전공의 선생님들의 열정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점이 미흡했던 집회였다. 전공의 여러분이 지적해주신 것들에 대해 해명과 재발 방지 약속을 드리고자 한다"며 "연자 섭외, 가두행진, 콘텐츠 공유에 대한 부분 등 시간이 촉박하고 경험이 부족해 미숙하게 진행된 부분이었습니다. 연자 섭외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에서, 병원 단위에서 진행을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 다음 행사에서도 이번과 같은 연대와 힘을 발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대전협은 7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강경 투쟁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는 '다음 행사', 즉 대한의사협회가 주축이 된 14일 총파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전협은 10일 각 시도의사회에 공문을 통해 14일 총파업과 관련, 수련병원 진료 일정 조정에 대한 협조도 함께 요청했다.
선배 의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협조를 구해달라는 SOS를 보낸 것.
대전협은 공문에서 "전공의들 역시 대한의사협회 총파업(14일)에 참여할 예정"이라면서 "수련병원 외래 및 수술, 입원 등 진료 일정 조정을 위해 각 지역 내 수련병원에 협조 요청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대전협은 '2차 단체행동 안내의 글'도 공식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안내 글에서 "대의원회에서 의결한 14일 행사는 의사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인턴, 레지던트, 임상강사까지 포함해 참석자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14일 단체행동에 대한 설문을 시행하고 있다. 바쁘신 와중에 설문 참여 부탁드린다"고 독려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단체 행동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젊은 의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방법과 강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결국엔 더 강해지는 움직임을 만들어낼 것이다. 대전협과 함께, 더 나은 단체행동을 만들어 가자"고 독려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7일 진행된 젊은 의사 단체행동은 서울과 대전, 강원, 광주, 전북,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는 모두 1만 2000여 명의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14일. 모든 직역을 포함한 전국 단위 의사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정오까지 5개 대정부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개선 조치'가 없다면 14일 1차 전국 의사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14일 총파업 이후에도 개선 조치가 없으면 9월 2차 파업에 이어, 3차 파업을 이어가겠다"라고도 예고했다.
대정부 요구안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 계획 철폐 및 '대한민국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 구성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 철회 ▲한방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및 한의약정책관실·한의약육성법 폐지 ▲영리를 추구하는 비대면 진료 육성책 폐지 ▲코로나19 감염증 극복하기 위한 민관 협력체제 구축 등 5개를 발표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젊은 의사들의 옳은 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정부에서 의료계와 공공의료 정책들에 대한 전면 재논의를 하지 않는다면, 이 목소리는 점점 더 거세질 것이다. 오는 14일과 그 이후에 대해서도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여러 의사단체와 논의 중에 있다.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불응하면 타오르는 불꽃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장 역시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힘을 더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정책 전면 재논의가 없을 경우 14일을 포함, 전공의 단체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박지현 회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의협에서 주최하는 14일 단체행동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면서 "14일 단체행동 이후에도 정부의 공공의료 법안에 대한 전면적 재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에는 전공의 단체행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