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인정 및 약침학회 대표 실형·벌금 206억 확정
행정소송 까지…고 임세원 교수, 우여곡절 끝 '의사자' 인정
진료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칼에 목숨을 잃은 고 임세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의사자'로 공식 인정됐다. 유족 측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자'로 인정해 달라며 행정소송까지 하면서 얻어낸 결과다.
고 임세원 교수는 2018년 12월 31일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진료실에서 환자가 칼을 휘두르며 위협하자 간호사와 환자들에게 "도망치라" "빨리 피해"라며 위험을 알리고, 간호사들이 안전한지 확인하다 뒤따라온 환자에게 변을 당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2019년 6월 의사상자심의위원회를 열고 고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할지에 대해 심의했으나, 인정 요건에 해당하는 '직접적·적극적 구조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인정했다.
유족 측은 "고 임세원 교수가 간호사를 대피시키다 사망한 것이므로 의사자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의사자 인정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월 10일 유족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의사자 인정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를 인정해 정부가 내린 의사자 인정거부 처분은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고 임세원 교수의 구조행위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 제2조 제1호, 제2호)의 의사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고 임세원 교수는 A환자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이 가중되는 것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인 구조행위를 한 사람이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당해 사망했으므로 의사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는 항소하지 않고 지난 9월 24일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개최해 고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대법원판결에 불복 재상고까지 했으나 '한의사 혈맥약침술 불인정'
한의사는 앞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은 혈맥약침(산삼약침)술을 환자에게 하지 못하게 됐다.
산삼을 비롯한 한약재에서 추출한 약물을 주로 암 환자의 혈맥(혈관)에 직접 주입하는 '혈맥약침술(산삼약침)'에 대해 대법원이 재상고심에서도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인정부터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
A요양병원을 운영하는 B한의사는 암으로 입원한 환자에게 혈맥약침 등의 치료를 한 뒤 본인부담금 920만원을 받았고, 2014년 8월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과다본인부담금이라며 환급 처분을 받았다.
B한의사는 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과다본인부담금 확인 처분을 받자 심사평가원을 상대로 혈맥약침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된다고 주장하면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 사건 1심(서울행정법원)은 "혈맥약침술은 약침술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라며 심사평가원의 과다본인부담금 확인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으나, 2심(서울고등법원)은 "혈맥약침술은 시술대상·시술량·시술 부위·원리 및 효능 발생기전에 있어 약침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혈맥약침술과 약침술이 다름에도 원심(서울고등법원)은 혈맥약침술이 약침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환자들로부터 본인부담금을 지급받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 법원(서울고등법원)도 지난 2월 6일 B한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B한의사는 파기환송 법원의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5월 28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했다.
한편, 한의원에서 혈맥약침을 맞은 환자들은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않은 행위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 확인 요청을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확정 금액을 받으면 된다.
헌재,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 처벌 "적법"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은 의료법을 위반해 처벌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취지의 선고를 했다.
수사기관이 한의사가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해 의료법 위반죄를 물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결정한 것.
한의사 A, B, C씨는 환자들에게 골(수)노화검사를 위해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모델명:Osteoimger plus)를 사용했다.
이에 담당 보건소들은 한의사들이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의료법 위반)한다고 판단해 수사기관에 고발했고, 수사 기관들은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한의사 A씨에 대해 2013년 11월 14일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이번에 한해 기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한의사 B, C씨에 대해 "환자를 상대로 초음파 방식의 골밀도 검사기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기소유예 처분을 각각 했다.
한의사 A, B, C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냈다.
한의사 A, B, C씨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행위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개발됐고, 의사와 한의사가 같은 환자로부터 같은 의료기기를 사용해 동일한 질병 원인을 파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치료의 목적이 아니라 진찰을 목적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는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내는 의료행위로서,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헌재는 한의사 A, B, C씨의 기소유예 처분취소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 판단을 함에 있어 위 각 기소유예 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가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것은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임을 재확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유령수술 지시한 G성형외과 Y원장 '징역 1년 실형' 및 '법정구속'
33명의 환자에게 유령수술을 하도록 고용된 의사들에게 지시하고 수술비용을 받은 G성형외과 전 Y원장에 대해 법원이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데 이어 법정구속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1단독 재판부가 지난 8월 20일 사기죄 및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Y원장에게 "지극히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혐의를 모두 부인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Y원장은 상담은 A의사가 하고, 수술은 B의사가 하는 이른바 '유령수술'을 해 환자를 속이고 수술비용을 받았으며, 다른 의사가 수술한 사실도 알리지 않아 대한성형외과의사회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Y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치과·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수술하도록 교사하는 등의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고발했고, 검찰은 사기죄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고용된 의사들이 Y원장의 지시로 대리 수술을 하게 됐다고 인정하는 진술을 했고, 실제로 대리 수술을 한 의사와 하지 않은 의사에 대한 성과급 지급도 다르게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성형외과 전문의로부터 수술을 받는 줄로 알았고, 대리수술을 했다는 사실도 하지 않은 것은 환자를 기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Y원장은 높은 윤리의식을 가져야 함에도 환자들을 기망했고, 죄질도 무겁다"며 "지극히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잘못이 크고, 법정 진술에서도 모든 범행을 부인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Y원장은 징역 1년에 벌금 300만원에 더해 도주 우려가 있으므로 법정구속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윤인대 대한성형외과의사회장은 이번 선고와 관련 "앞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기망하는 의료진한테는 엄청난 경고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자정 노력을 지지해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법 약침액 제조 약침학회 대표, 징역형에 벌금 206억원 확정
불법 약침액을 제조한 혐의로 기소된 약침학회 대표가 징역 1년 6월 및 벌금 206억원(벌금 미납입 시 500일간 노역장 유치), 징역형에 대해서는 3년간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약침학회 불법 제조 사건 8년 만에 대법원이 약침학회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됐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29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 위반(부정의약품 제조 등)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K 주식회사 약침학회 대표(전 대한약침학회장)의 상고를 기각,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의사협회와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대한약침학회가 약침액을 대량으로 불법으로 제조·판매하고 있다며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검찰은 오랜 수사 끝에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고 약침액을 한의원에 판매한 K 약침학회 대표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약품 제조) 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K 대표는 식약처장으로부터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약 335㎡ 면적에 제조시설을 갖추고 2007년 1월경부터 2012년 12월경까지 52종류의 시가 합계 270억 2335만 6908원 상당의 약침액 총 386만㏄를 '제조', 전국에 있는 2200여 곳의 한의원에 약침액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1, 2심 재판부는 약침액 제조 및 판매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대한약침학회를 방문해 약침액 생산 과정을 참관했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K 대표가 약침액을 제조한 것이 인정된다고 봤다.
K 대표는 5년 동안 식약처장의 허가 없이 의약품인 약침액을 제조하고 판매해 약사법을 위반했으며, 판매 규모가 상당해 죄질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경만호·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과 한방대책특별위원회를 비롯한 전·현직 집행부 임원들이 약침의 불법 제조와 위해성 문제를 제기하고, 추무진 의협 회장과 한특위 위원 등이 검찰 고발과 법정 증인으로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