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제정...병원 '직격탄', 의원 '안심 금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병원 '직격탄', 의원 '안심 금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11 19:35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인 이상 사업장 내년, 50인 미만 2024년 시행...'5인 미만 제외' 됐지만
장기적으로 대상·처벌 확대 가능성...의료기관 '환자'도 재해 대상에 포함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로 43명 사망 등 연이은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사건이 촉발시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산업현장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제정된 해당 법률안이 의료기관에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병원계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반발하며 법률안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처벌 대상에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등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은 사업장 근로자뿐 아니라 '실내공기질 관리법' 제3조 제1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한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해, 환자 등 병원 이용자들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의료기관, 경영책임자, 법인이 처벌 대상이 된다.

해당 법률안은 지난 1월 1일 공포됐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전체 사업장의 약 1%)으로 시행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공포 후 3년 유예) 시행한다.

일단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시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단식투쟁까지 벌이면서 법률안 제정을 촉구한 정의당과 노동계 등은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자·경영책임자' 1년 이상 징역
해당 법안의 골자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 즉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발생 시 처벌 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처벌 기준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같은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했을 때다.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 ▲같은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했을 때다.

두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징역과 벌금을 함께 처벌할 수 있다. 최대로는 징역 7년에 벌금 50억원까지 처벌할 수 있으며, 역시 징역과 벌금을 함께 처벌할 수 있다.

의료기관 재해 대상에 '환자 포함'...병원계 "환자안전법과 이중처벌"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병원계는 법률안 심사과정에서 위험요인이 많은 의료기관의 특수성과 환자안전법과 해당 법률안에 의한 이중처벌 부당성을 제기하며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중이용시설에서 병원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법률안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회는 외면했다.

병협은 "병원급 의료기관(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요양병원 등)은 각종 고위험 수술, 응급의료 등이 24시간 이뤄지고 있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더라도 일부 안타까운 환자의 사망과 장애 등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선의의 진료에 따른 피해만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환자 등 병원 이용자에 대한 안전확보조치 관련 규정은 환자안전법에 이미 마련되어 있고, 향후 필요한 경우 환자안전법을 통한 규율이 적합함에도 중대재해법 적용까지 받게 돼 과도한 이중규제로 작동할 것"이라며 "(해당 법률안이) 중환자, 응급환자에 대한 수술 기피를 유발하고,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사명과 임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숨 돌린 '의원급' 안심 일러...3년 후 대상기관 적지 않을 듯
대형 성형외과, 피부과, 검진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은 일단 법률안 적용 대상에서 3년 유예(2021년 1월 1일 공포 기준), 또는 제외됐다.

그러나 3년 후(2024년 1월 1일) 50인 미만 의원급 의료기관 역시 적용 대상이며,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법률안 개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당장 당의 사활을 걸고 법 제정을 추진한 정의당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처벌 대상과 처벌 수위가 후퇴한 '누더기 법'이 됐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해 피해자 가족들과 노동계는 단식까지 감행하며 빠른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A 전 의협 임원은 "법률안을 한 번 제정하기는 어렵지만, 개정은 제정 만큼 어렵지 않다. 정치권이 사회적 공감대와 여론을 핑계로 점차적으로 처벌 대상과 수위를 상향 조정할 것이 뻔하다"면서 "개원가는 당장의 소나기는 피했어도 완전한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법률안 제정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다분히 의식한 여당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국민의힘 등이 법률안 원안 수정에 기여했지만, 그들도 입장이 바뀌면 현재 여당과 같은 선택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면서 "의료계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뭉쳐, 법률안 수정을 위한 개정과 개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