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해소 위해 '정책 별도정원 책정 과정' 낱낱이 공개" 촉구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 해명 나섰지만...의료계 "의문 여전"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2021년 전공의 정원을 확정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NMC) 피부과 1명을 포함한 신규 전공의 정원을 증원한 데 대해,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 결정 전반에 대한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성명을 통해 "2021년도 전공의 정책 별도정원은 모두 93명이다. 대부분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으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필수 의료 영역과 가까운 과목들로 이뤄졌다"며 "피부과에 배정된 인원은 전체 2명으로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보훈병원뿐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미 1명의 정원이 있는데도 추가배정을 했다. 이는 매우 드문 사례이므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논란은 한 언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에 지원한 것과 유사한 시기에 보건복지부가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별도 정원을 1명 증원했다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정원 증원 보도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국립중앙의료원이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어 피부과로 배정된 정책별도정원 1명은 외상, 화상 치료 등 공공의료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인턴에 합격하더라도 1년 간 인턴 수련을 거쳐야 하며, 인턴은 전문과목 배정 대상도 아니므로(전문의 수련규정) 올해 배정된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은 시기적으로도 정책적 정원 배정으로 인한 혜택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설명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공공의료기관의 대표인 국립중앙의료원에 피부과 전공의를 증원하는 것은 공공의료 강화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 배정된 정원은 '정책별도정원'으로, 올해 한시적으로 배정된 것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매년 새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권역외상센터는 2023년 개소가 예정되어 있다"면서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위해 피부과, 그것도 전공의를 추가로 뽑는다는 것도, 2023년에 개소할 센터를 위해 2021년 한 해에만 전공의를 한 명 더 뽑도록 했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전공의 정원 책정 방식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짚었다.
전공의 정원은 각 과목 전문학회가 전문의의 수요와 공급 추이, 각 병원의 진료 현황과 성과, 수행하는 연구의 질, 전공의의 수련 여건과 교육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엄격하게 관리한다.
의협은 "학회가 매년 새로 선발한 전공의 정원을 제시하면 보건복지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라며 "그런데 정작 해당과(피부과) 전문학회 조차 특별한 이유가 없이, 특정 병원의 전공의 정원이 증원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배정의 이유로 화상 치료도 함께 언급했다. 하지만 화상 치료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세부 전문분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는 스스로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피부미용과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화상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화상 치료를 전문분야로 소개하고 있는 의료진도 따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시적인 전공의 증원이 화상 치료를 위한 것이라는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국립중앙의료원 별도정원 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국립중앙의료원에 배정된 '정책 별도정원'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며 "의료원 측에서 먼저 요청을 한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요청하게 된 것인지, 보건복지부는 어떠한 과정으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고 정원을 부여한 것인지를 밝히면 해결되는 문제"라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요청 없이 보건복지부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기록을 공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논란이 일고 있는 이 상황은, 공공의대 신입생 모집에 시민단체가 학생을 추천하도록 하겠다고 했던 보건복지부의 해명에 '현대판 음서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던 지난여름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며 "공공의료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권력자들의 자녀를 의사로 만드는 패스트트랙,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데 악용될 것이라던 일부의 우려가 마치 현실이 된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보건복지부는 국민 앞에 분명한 답을 내놓기를 바란다. 잘못된 정책의 일방적 추진에 항의하는 뜻으로 스스로 학업을 중단함으로써 정부의 잘못을 지적했던 학생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며 몇 번이나 사과하라고 윽박질렀던 것이 바로 이 정부"라며 "이제 스스로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과 '정의'를 위해서 이례적인 조치가 이루어지게 된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28일 입장문을 내고 "보건복지부의 보도 반박 자료에 나왔듯, 국립중앙의료원의 레지던트 모집은 작년 2020년 11월에 배정 완료되고, 11월 26일 모집공고 이후 12월 18일 전형이 끝나 올해 1월 특정 개인의 국립중앙의료원 '인턴' 지원 여부와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의 인턴 정원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32-31-30-29-28-29명으로 올해는 작년보다 1명 늘었으나 그것은 예전 정원을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특정 개인의 인턴지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의 전공의 정원 변화를 엮은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억측에 불과하다. 최종결과는 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내일 1월 29일 오후 1시에 발표될 것이고 그 과정은 적법한 절차가 있으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될 내용"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