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치매환자를 책임질 자격이 있을까 ?

한의사는 치매환자를 책임질 자격이 있을까 ?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3.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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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보건복지부가 치매안심병원 지정기준에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를 포함시키기는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치매안심병원에는 반드시 신경과전문의, 신경외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중 1명 이상을 두도록 되어 있는데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의사를 통해서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되면 치매에 전문성이 있는 의사의 공백이 발생한다. 

치매 진단과 치료에 한의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의사와의 협진을 갈구한다는 사실은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에 2012년 발표된 <치매의 한방치료와 한양방 협진치료에 관한 전문가 집단 설문연구>와 2019년 <대한한의학회지>에 발표된 <혈관성 치매에 대한 근거기반 의한 협진 매뉴얼 제안> 논문에서 확인된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방신경정신과학회 이사는 "치매 치료에 한약·침·뜸·부항치료·한의정신요법 등 한의치료도구를 접목한다면 기존 치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단어는 '보완'이다. '보완' 역할을 주장하는 한의사가 치매 관련 의과 전문의를 대체할 수 없다. 

또 다른 기사에서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가 "신경과 의사 등이 같이 근무하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개정령 반대 이유는 한의사로 인해서 신경과 의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개정령과 관계없이 치매안심병원은 요양병원이기 때문에 한의사가 근무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치매 가이드라인'에는 한약을 1차 선택약으로 지정하고 있다. '억간산'이라는 재료는 일본에서 의사들이 다빈도로 처방하는 한약제제"라고 주장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치매 관리에 한방의 역할을 확대하라며 '억간산'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한의사들이 정치인을 꾀는 데 내세우는 아이템으로 보인다.

억간산은 쯔무라제약에서 생산하는 한약제제다. 이것이 효과가 있다고 한들 한의사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의사가 더 잘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억간산은 활용할만한 가치도 없다.  

"일본의 '치매 가이드라인'에는 한약을 1차 선택약으로 지정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일본 신경과학회의 '치매 가이드라인'을 보면 일부 증상에 대해 2C(낮은 수준의 권고, 낮은 근거 수준) 등급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정도다. 부종이 발생했을 때 억간산 부작용일 수 있다는 주의사항도 제시됐다.

일본의 일부 의사들이 사용하더라도 다른 나라 의사들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근거가 있다면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하지 않았겠는가?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억간산의 효능을 평가한 최근의 연구로는 2016년과 2017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논문이 있다. 2016년 논문 <Yokukansan in the Treatment of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An Update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에서 일본인 저자들은 억간산이 치매 환자의 행동 및 정신과적 증상에 도움이 되며, 알쯔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과 함께 알쯔하이머병 환자의 야간 증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논문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는데 분석에 포함된 5건의 임상시험 중 단 하나의 논문만 이중맹검 플라시보 대조군 임상시험이고 나머지는 연구의 질이 낮았다. 질이 높은 하나의 연구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2017년 논문 <Herbal medicine for management of the behaviou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에서는 억간산은 MMSE 점수를 향상시키지 못하며, 단기적으로 몇몇 증상은 완화시켰으나 연구의 질이 낮아서 억간산의 효과가 아닌 비특이적 효과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플라시보 대조군을 설정한 연구는 하나뿐이었는데 효과가 없다는 결과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억간산의 위험성에 대해서 다룬 2020년과 2021년에 발표된 세 편의 논문을 보면 "억간산이 가성알도스테론증(pseudoaldosteronism) 위험을 높이는데 70세 이상이고 치매가 있으면 더욱 위험하다", "억간산을 복용한 665명의 평균 연령 78세(68∼84세) 환자들 중 55명(8.3%)에서 저칼륨혈증이 발생했으며, 억간산 사용 시 위험 인자를 평가하고 혈중 칼륨 수치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억간산으로 인한 급성신장손상에 뒤이어 저칼륨혈증 발생 위험이 있다"는 결론이었다. 

한의사들이 야심차게 주장한 일본의 억간산조차 활용을 고려할만한 수준이 못된다. 진단과 치료에 모두 부족한 한의사들에게 치매환자를 맡겨서는 안 된다. 의료는 의사와 한의사에게 공평하게 분배해야하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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