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결확대법' 대응에 의협 회무 집중…의정협의체 운영 인수위서 결정
각 후보 캠프서 유능한 인재 추천 받아 상임진 구성…'화합·통합' 강조
이필수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이 29일 오후 3시 의협 출입기자단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이행할 공약으로 '회원 권익 보호'를 꼽았다.
또 '의사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하 면결확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그대로 통과하지 않도록 의협 회무를 집중하고, 저지가 어렵다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선량한 다수 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9·4 의정 협의에 따른 의정협의체를 기존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체제로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할 것인지는 제41대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
선거 과정에서 다른 5명의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 중 ▲대한변호사협회를 능가하는 전문가단체(임현택 후보) ▲의사연금제도 도입,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사업 다변화, 닥터 신용협동조합 설립(유태욱 후보) ▲의협 AI 신문고 개설, 미래의료연구단 신설(박홍준 후보) ▲의료인력 해 외진출(이동욱 후보) ▲건강보험에서 한방 분리(김동석 후보) 등을 충분히 수렴해 활용할 수 있다며 포용의 뜻도 내비쳤다.
제41대 집행부 인선 원칙으로 '화합'·'헌신'·'능력'·'공정'·'자율'의 다섯가지를 제시했다. 또 임원 공개 채용은 필요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구체적인 것은 인수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의 화합을 위해 각 후보자 선거캠프에서 유능한 인재를 추천받아 상임진을 구성할 때 참고해 반영하겠다며 탕평 인재 등용 방안도 제시했다.
최근 발족한 대학병원협의회와 관련해서는 의협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자주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의협 출입기자단 인터뷰 질의 일문 일답.
Q.회원들이 당선인을 차기 의협 회장으로 선택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12월 [의협신문]에서 신년특집으로 선거 관련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53.6%가 협상가 타입을 1위로 꼽았다. 협상을 잘해서 권익을 잘 지키는 회장을 원했다고 봤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부터 2014년도 원격의료 투쟁, 2017년도 문재인 케어 저지 투쟁, 그리고 지난해 의료 4대 악법 저지 투쟁까지 의협의 투쟁방식에 대해 회원들이 지쳤고, 부정적 평가와 더불어 이제는 의협의 회무가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본다.
특히 지난해 의료 4대 악법 저지 투쟁 이후, 회원들이 투쟁에 대한 피로도가 굉장히 심해졌다.
회원들은 제41대 의협 회장은 투쟁의 성과를 따낼 협상가를 뽑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러한 협상가 자격으로 뽑혔다고 생각한다. 정부와의 당당한 협상을 통해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Q.선거에 출마하며 여러 공약을 제시했다. 이중 가장 먼저 이행할 공약을 꼽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12개 공약 중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공약은 '회원 권익 보호'의 이행이다. 첫번째 공약인 '회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회'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시급한 사안은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다. 교통사고만으로도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소한 폭행 사건에도 브로커들이 개입해 합의를 강요하고, 협박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결코 강도·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일부 의사의 면허를 보호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후보자 시절에도 법사위 통과를 막기 위해 공식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총력을 다해 뛰었다. 법사위 위원들을 만나 법안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당선인 자격으로 국회 각 정당을 찾아 문제점을 설명하고, 회원과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선량한 다수의 회원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설득하고자 한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들의 운영상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정부와 국회에 제시할 것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 등 코로나19로 피해가 심각한 진료과를 중심으로 매출 감소를 보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반전이 되도록 하겠다.
Q.당선 소감에서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다섯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의협 발전의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활용하려고 생각한 공약이 있다면?
임현택 후보의 공약을 보니, '변협을 능가하는 전문가단체로서의 의협',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누구에게나 제대로 존경받게 만들겠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정치권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유태욱 후보가 제시한 '의사연금제도 도입',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사업 다변화', '닥터 신용협동조합 설립'도 눈길이 간다.
박홍준 후보의 공약은 '의협 AI 신문고 개설', '미래의료연구단 신설' 부분이다. 물론 제 공약에도 회원고충처리위원회와 전담이사도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AI 신문고 아이디어가 좋다고 판단했다.
이동욱 후보의 공약은 '의료인력 해외 진출을 위해 주요 선진국과 면허상호 인증제 추진'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젊은 의사들이 해외 진출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TF팀을 만들어 전문가 교육도 하고, 연결해 줄 수 있도록 하겠다. 면허 상호인증제 추진도 참신하고, 도움이 많이 되는 공약이라 생각했다.
김동석 후보가 제시한 '한방보험 사용자는 의료보험 특약으로 가입하도록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 하는 방안도 눈길이 갔다.
Q.의사면허 박탈법, 2022년 유형별 수가협상 등 당선 및 취임 직후부터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궁금하다. 특히 의사면허 박탈법의 경우, 후보 시절 개정안 통과 시 투쟁에 나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
용어부터 변경하고 싶다. 의사면허 박탈법 대신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이하 면결확대법)'으로 명명해 주기를 당부드린다.
면결확대법은 중범죄가 아니고, 교통사고나 우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선량한 다수의 회원들에게 뜻밖의 큰 고통을 가져올 수 있는 법안이다. 사소한 문제로 집행유예를 받거나 정말 운이 없어, 실형을 받았을 경우, 5년 간 면허를 취소하고, 재발급도 안된다. 생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선량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일부 언론에서 강도·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보호하려 한다고 자극적으로 보도했는 데 전혀 그런 입장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한다.
2022년 유형별 수가협상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심각한 매출 감소가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 등에서 발생했다. 일부 과목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Q.의정협의체는 기존 범투위를 통해 진행할 것인지, 혹은 새 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할 것인지 말해 달라.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행합의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동시에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합의문 제2조에서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 현안을 의제로 의정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실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의정협의체는 단지 공공의대 설립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의료계의 중대 사안에 대한 논의하는 자리다.
의정협의체 운영에 관해서는 오늘부터 활동이 시작되는 제41대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에서 기존 범투위에서 일부 위원을 교체·추진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는 것이 좋은지 여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해 결정하겠다. 범투위 위원장, 각 지역·직역 지도자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이다.
Q.집행부 인선과 관련해 어떤 원칙을 갖고 있나? 임원을 공개 채용할 생각이 있는지.
제41대 의협 집행부는 '화합'·'헌신'·'능력'·'공정'·'자율'의 다섯가지 원칙을 갖고 인선을 하고자 한다.
각 직역과 단체로 분열된 의협의 모습으로는 어떠한 일도 추진할 수 없다. 개원가, 대학, 봉직의, 수련의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의협의 특성을 잘 감안해 서로 화합할 수 잇는 최상의 팀을 꾸리겠다.
의료계 일을 하다가 "이럴려고 내가 이 일을 맡았나"라는 자조섞인 말을 하는 경우를 더러 봤다. 의협 일이란 것이 '잘해도 욕먹는 일'이라는 인식이 많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위하기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의료계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의협 상임진에 들어와야만 한다.
의료계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4차산업혁명, AI활성화 등 급변하는 시대 속에 다양한 보건의료 어젠다에 대응해야만 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맞게 역량있는 인재를 두루 발탁해 상임진을 꾸리겠다.
의협회장 선거를 위해 수고한 분들이 많다. 그러나 그분들만으로 의협을 이끌고 가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13만 의사 모두의 의협이 되려면 공정한 인선 기준에 따라 임원을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량이 안됨에도 보은인사, 코드인사 등으로 회원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의협 임원은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다. 복잡하고도 다양한 보건의료 환경 속에 의협 회장이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각자 충분한 역량을 갖고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직'을 맡았다면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해 자율적으로 회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임원도 공개 채용도 필요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인수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
Q.최근 대학병원협의회가 발족했다. 협의회에선 의사인력 확대, 원격의료 등에 대한 발언이 나왔고, 대학병원협의회와 병협의 스탠스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병협, 대학병원협의회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 나갈 건가?
현재 의협이 개원가도 중요하나 중소병원, 대학병원 교수, 봉직의 등 다양한 직역과 직역의 종주단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국립·사립 대학병원간 교육·연구·진료 협력 강화 및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표방하는 '대한대학병원협의회'가 지난 3월 19일 창립 이사회를 거쳐 정식 발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병원협의회에서 의사인력 확대, 원격의료 등 의협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단지 대학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령화와 저출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의료환경 변화 속에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자원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직역·지역 의료계 지도자들과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다. 대학병원협의회에서 주장한다고 해서 그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대신 1차 의료기관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현실 상황을 바탕으로 각 직역과 단체가 의협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를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 이를 위해 자주 만나겠다.
Q.결선 투표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졌다. 취임 후 통합과 화합을 위한 노력이 급해 보이는데, 해결 방안이 있다면?
모든 후보들이 각 분야에 재능을 가졌다고 본다. 의료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단결이 중요하다. 5명의 후보와 함께 힘을 합쳐 의료계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각 후보들 선거캠프에서 유능한 인재를 추천받아 상임진을 구성할 때 참고해 반영도록 하겠다.
Q.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추가 질의 포함)
한 달간 진행된 의협회장 선거가 마무리됐다. 나를 지지한 분도, 지지하지 않은 분도 있다. 시급한 것은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지 하지 않았던 분들의 목소리도 소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열정이라는 말과 헌신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내 모든 것을 버려 조직의 발전을 위한다는 것이 바로 희생이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 의협의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겠다.
의협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정치권에서도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의협 내에는 대외협력이사가 두 명 있는데,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취임하면 바로 대외협력위원회를 활성화시켜, 악법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또 의협은 보건의료단체의 종주단체이고 맏형이다. 그러나 어떤 단체가 면허 범위를 침범한다면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