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서베이] 의사 10명 중 6명 "국내 C형 간염 검진·관리 미흡"
'낮은 경각심' 환자 관리 걸림돌...비내과계 인지도 개선 등 필요
의사 10명 중 6명 가량은 국내 C형 간염 검진과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형 간염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나 인식도가 여전히 낮은데다, 의료인 가운데서도 치료기간이나 완치율 등 질환 정보를 오인지 하고 있는 사례도 존재해,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협신문]은 C형 간염에 대한 의료인 인식도 및 진료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의사대상 설문조사 시스템인 닥터서베이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20년 12월 7일부터 11일까지 이뤄진 설문에는 320명의 의사가 참여했다. 근무형태별로는 봉직의와 개원의가가 응답자의 40%, 36.6%를 차지해 가장 많으며 진료과목별로는 내과 전문의가 45.6%로 다수를 차지했다.
설문조사 세부 분석은 SPSS 교차분석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준편차는 ±1.83, 신뢰도는 Cronbach 알파값 0.89(89%)다.
C형 간염은 간암의 주 원인질환의 하나이나,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환자가 자발적으로 감염을 의심하고 진단받기 어렵다.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30만명 정도로 추정되나, 이 중 실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15∼23% 정도다.
먼저 의사들의 C형 간염 인식도를 물었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 10명 중 7명(69.7%)는 C형 간염에 대해 평소 매우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찾아보거나,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진료 경험율도 유사했다. 의사들에 C형 간염 항체검사 실시 경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73.3%가 감염 의심환자나 검사요청 환자를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검사 케이스별로는 △일반 건강검진 후 C형 간염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우가 21.7%로 가장 많고 △증상이나 소견은 없었으나 환자가 수술 혹은 수혈을 앞둔 경우 19.5% △환자가 검사를 요청한 경우 14.8% △C형 간염 의심으로 타과에서 전원받은 경우가 8.4% 순이었다.
다만 항체검사 후 확진 검사인 RNA 검사율은 이보다 떨어진다.
항체 검사 양성시 전문 진료과목으로 진료를 의뢰하는 사례가 많아 직접 경험률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질환에 대한 환자의 경각심 부족이나 추가검사 비용 등의 문제, 의료진의 질환 정보 오인지로 후속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답도 있었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항체검사 양성시 HCV RNA PCR을 통해 진단을 확정하고, RNA 검사에서도 양성이 확인된 경우 HCV 유전자형과 간경변증 여부 확인 후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하고 있다. RNA 검사 결과가 음성인 경우에는 과거 감염 또는 치료경험이 있는 것으로 본다.
설문결과, C형 간염 항체검사 결과가 양성인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는 질문(복수응답)에 응답자의 42.2%는 타과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한다고 답했고, 38.9%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RNA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C형간염 항체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음에도 특별히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전문진료 분야가 아니라서(15.3%)라는 답이 가장 많았으나, 추가검사 비용 보험청구에 어려움이 있다거나, 환자의 경각심 부족으로 후속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는 답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없었다는 답도 나왔다. 이는 질환 정보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다. 과거 C형 간염의 완치가 어렵다고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수 치료제가 나오면서, 약제별로 대략 8주∼12주 가량 의약품을 복용하면 98%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
설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의료인 가운데서도 이를 잘못 인지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C형간염 완치까지의 기간을 어느정도로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8.8%만이 8∼12주로 정확히 치료기간을 인지하고 있었다. 치료기간을 모른다는 답도 다수였고, 여전히 C형 간염을 완치 불가능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례도 있었다.
완치율에 대한 인식도 조사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C형 간염이 대부분이 완치된다고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40.9%에 그쳤다. 내과 등 전문진료 과목을 제외하고, 정확한 질환정보가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의사 응답자 10명 중 6명은 C형 간염 검진과 환자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본인이 진단한 C형 간염 환자의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39.7%에 그쳤다. 환자 관리가 어려운 이유로는 질환에 대한 환자의 경각심 부족을 꼽은 응답자가 52.2%로 절반을 넘겼다. C형 간염이 향후 간경변이나 간암 등의 중증질환으로 이환할 우려가 있고,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C형 간염 검진 및 관리를 잘 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는 국민적 홍보와 더불어 내과 외 의료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그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답이 많았다.
대한간학회 심재준 홍보이사(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은 간암 등의 주요 원인질환 중 하나로, 질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간질환으로 인한 환자의 사망위험을 낮추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의료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40세 이상 성인에서 적어도 한번은 C형 간염여부를 확인하는 등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진단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신정기자 ksj8855@kma.org
자료분석/김학준 기자 72kim@km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