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의사가 출생·사망신고까지 해야 하나

이젠 의사가 출생·사망신고까지 해야 하나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4.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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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등록법 개정안 잇달아 발의…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화
환자 동의없이 진료기록부 열람권 허용…분만외 개인 진료정보 노출
헌법상 직업수행 자유·과잉 금지 원칙 위배…"관련 법안 즉각 폐기해야" 

ⓒ의협신문
[사진=pxhere]

"의사는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이지, 지자체장에게 출생신고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한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자 현실을 외면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훼손하고, 행정권을 과도하게 남용하는 법안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민철(경기 의정부을)·최혜영(비례대표) 의원과 국민의힘 임이자(경북 상주·문경)·양금희(대국 북구갑)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가족관계 등록법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기관의 출생신고 의무화'. 최혜영 의원 법안은 '사망진단서 제출 의무화'도 명시했다.

가족관계 등록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신고를 위해 의료기관에 진료 정보를 요구하면 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제출토록 했다. 친권자는 생후 14일 이내에 출생증명서를 작성, 시·읍·면 장에게 통지해야 하며, 기간 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상한액을 높이는 내용도 있다. 

의료계는 진료기록부에는 분만과 관련한 정보뿐만 아니라 민감한 각종 질병 정보를 담고 있다며 지자체가 진료기록을 비롯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넘겨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또 의료기관에 자료 제출을 의무화 하면 자료 제공을 원치 않는 환자와의 마찰을 전적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가 많은 법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의료기관의 출생 신고를 의무화 하면 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 혹은 미혼모의 경우 의료기관이 아닌 불법시설에서 위험한 출산을 시도할 수 있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 현장을 감안하지 않은 단편적 접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계는 불합리한 분만 수가로 인해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분만실을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대책은 커녕 오히려 규제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개원가의 분만 기피 현상이 더 심화돼 분만 의료기관의 접근성을 떨어뜨려고, 산모 및 태아의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지자체 장에게 송부하려면 산모 및 출생아의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동의가 필수적인 요소이자 산모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미혼모나 이혼 절차 등 출생신고를 원하지 않는 사정을 감안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제2항 중 '정보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 해당하므로 고소나 민원 제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가족관계 등록법을 개정하기 보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의협은 "산모의 출생에 관한 개인정보가 부득이 필요하다면 심평원에 청구된 분만 의료행위를 지자체로 송부할 수 있도록 전산망을 추가해 해당 지자체로 송부하는 방안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출생증명서 통보를 의무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부담을 경감하고, 의무적인 등록 부담으로 의료시설을 기피할 수 있는 미혼모와 불법 체류 외국인 임산부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첨예한 법적인 이해가 상충되고 있는만큼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의협은 "출생신고 및 사망신고 의무자 외 제3자인 의사 등에게 출생통지 및 사망사실을 통지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행 다른 법과의 상충성, 과다한 개인정보 침해성, 아동 출생신고 의무의 민간기관 위임 적절성 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제도 보완을 위해 사회적 논의과정을 선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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