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수가협상 D-day...변수는?

2022년도 수가협상 D-day...변수는?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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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결정 후 제로섬 게임... 의원급 환자↓, 병원급 급여비↑ 지원비도
건보재정 지출 감소·국고지원 재고 "밴드 반영해야"...'가입자 설득' 관건

ⓒ의협신문
ⓒ의협신문

2022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의약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매년 그렇듯, 양측은 협상 초기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의약계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헌신과 그 여파로 인한 환자 감소, 방역비용 증가로 인한 이중고를 호소하며 합리적 수가인상률 결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건보공단 측은 코로나19 경기침체로 인한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 거부감을 거듭 강조하며 의약계의 이해를 당부하는 형국이다.

각각 2차 수가실무협상을 마친 요양기관단체들의 반응은 '참담하다', '처참하다'이다. 건보공단 재정소위원회에서 제시한 수가인상 밴드(추가 소요 예산) 가이드라인을 추정할 때, 코로나19에 대한 의약계의 손실보상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의약계와 건보공단은 오늘(31일) 내년도 수가인상률 결정을 위한 마지막 줄다리기에 나선다. 의약계는 최소한의 회원 권익을 위해 협상에 최선을 다 한다는 각오지만, 전 유형 수가협상 결렬 전망이 나오는 등 협상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의약계 "건보공단, 코로나19 특수상황에도 예년 수준 협상 강요"

각각 두 차례씩 실무협상을 마친 요양기관단체들의 반응은 '실망' 그 자체다.

특히 2차 실무협상에서는 건보공단 측의 요양기관단체별 가능한 수가인상률을 1차적으로 제시해, 건보공단 재정위원회가 고려하는 밴드 추정이 가능했고, 그 수준에 대한 평가는 '참담', '처참'이었다.

병원급 수가협상을 수행하는 대한병원협회는 "밴드에 코로나 손실보상 반영 안 된 느낌, 갑갑하다"는 비관적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 측은 수가협상이 후향적 협상, 즉 이전 해 상황을 고려한 협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계 피해를 인정하지 안았는데, 코로나19 여파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상황을 반영하는 이번 수가협상에서도 국민 부담을 핑계로 수가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교적 수가협상 결과에 순응해 계약을 체결했던 대한약사회도 이번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차 실무협상을 마친 후, 약사회 수가협상 사상 처음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의원급 의료기관 협상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 협상단의 반응은 최악이었다. 김동석 의협 협상단장은 "처참하다"는 한 단어로 협상 분위기를 정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상태가 극단적으로 어려운 것이 건보공단이 제시한 객관적 자료로 입증됐음에도 건보공단 측은 지표상 손실을 수가인상률에 반영할 의지가 없어 보였고, 예년 수준의 수가협상을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

2021년도 1차 밴드 8000억원→최종 9400억원...올해 최종 밴드는?
2차 실무협상을 마친 요양기관단체 협상단은 이번 수가협상이 '지난해 수준', '예년 협상 분위기'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건보공단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은 총 8000억원 규모의 1차 밴드를 설정, 요양기관단체들과 협상에 나섰다. 몇 차례 협상 후 결국 최종 밴드는 9400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이번 수가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요양기관단체 협상단의 '예년 수준'이라는 말을 단순히 해석하면, 건보공단이 설정한 1차 밴드 규모는 8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다.

몇몇 요양기관단체가 2차 실무협상에서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시 받은 수가인상률을 보더라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을 지난해 수가협상에 그대로 적용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최종 수가인상률은 2.4%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수가협상 과정에서 처음에 의원급 수가인상률 2.1%를 제시했다가 최종 밴드 조정 후 2.4%를 제안했다.

2021년도 최종 유형별 수가인상률 현황. ⓒ의협신문
2021년도 최종 유형별 수가인상률 현황. ⓒ의협신문

결국 의협은 건보공단 제시 수가인상률을 거부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협상 결렬에 대한 패널티 없이 최종 의원급 수가인상률을 2.4%로 의결했다.

병협 역시 건보공단이 최종 제시한 1.6% 수가인상률을 거부해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패널티 없이 수가인상률은 1.6%로 결정됐다.

정관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은 의약계는 물론 국민에게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고, 건보공단은 건보료 인상에 대한 국민 반발을 의식해 통상적 수가협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가협상에서 최종 밴드가 1조원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판단대로라면 요양기관단체별 최종 수가인상률은 지난해 수가인상률 수준 또는 소폭 하락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개원가, 폐업 위기의식 고조...병원급 급여비는 늘어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의협신문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의협신문

그러나 개원가는 지난해 수준 또는 예년 수준 수가인상률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수익 증대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19로 인한 환자 감소와 방역비용 증가로 인해 의원 유지 자체가 어렵다는 것.

실제로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27일 건보공단과 2차 실무협상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당수 의원이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 건보공단이 국민 부담을 강조하며 기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가인상률을 제시한 것에 대해 분노와 탄식을 쏟아 냈다.

의원급의 어려운 사정은 [의협신문]이 최근 시행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여론조사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20%가 강제 휴업을 당했으며, 호흡기질환을 주로 진료하는 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내과 의원의 휴업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30%가 예년에 비해 수익이 40% 이상 감소해 가까운 시일 내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렇게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코로나12 방역대응 등을 위해 고용인력을 늘렸다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20.9%에 달했다. 인력 추가 고용에는 코로나19 외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 여파도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건보공단의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건보공단이 지난 20일 발간한 <2020 건강보험주요통계>에 따르면, 2020년도 의료기관의 입·내원일수는 2019년 대비 13.7%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 환자가 방문할 가능성이 높았던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는 소폭이지만 증가했고, 특히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증가율은 중소병원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선별진료, 전담치료센터 지정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병원급 의료기관에 집중된 점 등이 병원급 수가인상에 난제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 건보재정 적자 폭 '크게 감소'...국고지원까지 확대하면?
건보공단 협상단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의약계의 경영난을 이해한다면서도 건보료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민 정서상, 내년 3월 9일 대선을 준비하는 여당과 정부의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주장이고, 협상 강행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호흡기질환자는 물론 대다수 환자 수가 감소했고, 그 피해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집중됐다는 것은 정치권과 보건복지부, 건보공단은 물론 의약계도 동의하는 사안.

환자 감소로 인한 건보재정 적자 폭 감소 등으로 일각에서는 지난해 건보재정 단기흑자가 2조원에 달한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OECD 국가 평균 건보료 국고지원률 20%에 못 미치지는 14% 수준인 우리나라의 국고지원율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건보공단이 국민 부담을 볼모로 수가인상률을 깎을 것이 아니라, 지난해 코로나19로 확보된 건보재정과 국고지원을 높여 수가인상을 위한 재원을 확보한다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의료계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수용할 만한 수가협상 결과가 도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수가인상을 위한 재정 확보를 위해서 가입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면서 "수가협상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가입자 사이에서도 수가인상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 피고용자 측과 고용차 측의 의견이 다른 것이다. 건보공단 재정소위원회에서 건보공단이 가입자 대표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보건복지부는 설득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언급된 '부대조건 협의'...실현 가능성 '미지수'
여당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과 건보 급여비 지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급종합병원을 배려할 요소는 거의 없다. 다만 중소병원의 경영난 타개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급 의료기관, 특히 소아과와 이비인후과 의원의 환자 감소 실태 심각성은 여당에서도 잘 알고 있다"면서 "배려해야 할 직군과 전문과를 세분화해 수가인상률에 반영하려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수가인상 특성상 유형별로 동일한 수가를 인상해야 해서 피해 보상을 위한 수가인상이 피해 없는 분야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측면에서 피해가 심한 직군과 전문과 손실보상을 위해 부대조건 협의를 고려하고 있지만, 반사이익을 피하는 명확한 방법을 찾기 힘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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