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진료비·내원환자 급감 "존폐 갈림길"...정책적 지원 절실
4대 보호구·감염관리료·세제·금융 한시적이라도 지원했으면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코로나19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지난해 1월 첫 환자 발생 이후 이비인후과 개원가는 급속도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를 내리지 않으면 진료할 수 없는 ENT 특성 때문에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격리와 해제를 되풀이 했다.
끝모르는 질곡 속을 헤매어 이태째를 맞는 지금,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과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해 이비인후과는 전년대비 30%에 가까운 진료비 감소와 내원일수(29.8%) 급감, 폐업 숫자(66곳) 증가 등 모든 지표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박국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장(경기 화성·연세이비인후과의원)은 이비인후과 개원가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전했다. 버틸 여력이 없다는 진단이다.
"정말 어렵습니다. 이젠 생존의 문제입니다."
역시 현안은 코로나다. 힘들게 견뎌 온 시간이 있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언제, 어떻게 좋아질 지 가늠할 수 없다.
"코로나19 극복이 당면과제입니다. 이비인후과는 호흡기 관련 선도과이다보니 타격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지난해 다른 전문과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시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이비인후과·소아청소년과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젠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이비인후과의 현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모두 어려움에 공감하고 인정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동안 정부 기관이나 국회, 언론을 상대로 우리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어떤 해결책이나 도움을 얻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이제 이비인후과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것은 없습니다. 여러 접근방안이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환자가 없어도, 있어도 문제는 이어졌다. 고통의 결이 더욱 짙어졌다.
"당장 환자가 줄어들면서 겪는 문제도 있었지만, 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비인후과는 마스크를 내리지 않으면 진료할 수 없는데 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무차별적 자가격리와 폐쇄에 내몰렸습니다. 4대보호구 지원만이라도 필요합니다. 감염관리료 산정도 절실합니다."
지난해 이비인후과 개원가의 폐업 숫자가 크게 늘었다. 더 큰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해에는 말 그대로 버텼습니다. 매출 감소가 30% 이상 발생했지만 그마저도 공식적으로 드러난 평균치입니다. 하위 그룹은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더 심각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버틸 여력조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없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설 땅은 넓지 않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개원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갈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찾는 곳이 별로 없고, 이직도 여의치 않습니다. 이렇다보니 그냥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여건이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도 없고,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1월 임기를 시작하면서 회원 전용 휴대폰을 개통했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개통했지만 회원들의 찢기고, 해진 마음의 하소연을 듣는 게 다반사다.
"저에게 전화해서 울먹이는 회원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의 사정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같은 마음입니다. 저 역시 개원하고 있지만, 개원한 지 얼마 안돼 코로나19 상황에 맞닥뜨린 젊은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취직도 안 되는 상황에서 다른 도리없이 시작한 개원이다보니 더 그렇습니다."
지금 개원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난해에는 자가격리 지침 해결이 개원가의 화두였습니다. 지금은 4대 보호구라도 지원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감염관리료 등 한시적이라도 수가 보전을 위해 고려했으면 합니다. 세제와 금융 상의 지원도 절실합니다."
그래도 움츠릴 수만은 없다. 모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고유의 핵심 역량을 키워 국민에게 다시 접근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기본적인 의학의 가치, 선택받는 가치에 대한 고민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진료 역량을 강화할 것인지, 국민에게 어떻게 선택을 받을 것인지 등의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더 절실해졌고, 깊이 인식하게 됐습니다. 이젠 생존의 문제입니다."
미래에 대한 진단은 어떨까. 언제쯤이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당장은 견디고 있지만, 이렇게 버티면 끝날 문제인지, 언제 끝날 수 있는지, 정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희망적 예측을 해도 반등 수준이지 원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수치가 워낙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갈 길이 너무 멉니다."
코로나19 이후 이비인후과 진료 경향도 변화하고 있다.
"이비인후과는 전형적인 박리다매형입니다. 기본 진료 외에 다른 진료가 별로 없습니다. 환자 수가 많아도 진료비는 다른 과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환자가 줄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급성호흡기 감염 환자가 많았지만, 이제 어지럼증 등 신경·감각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분야라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의사회 창립 20년이 지났다. 하고 싶은 사업은 많았지만 아직 코로나19 상황이다. 아쉬움뿐이다.
"코로나19로 모든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회원 지지와 성원으로 발전한 의사회로서 당연히 회원들께 혜택을 돌려드려야 하는 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홈페이지·문자, 학술심포지엄, 지회 모임 등을 통해 소통에 나서고 있습니다. 학술대회나 연수강좌를 통해서도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늘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의사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적 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봉사와 난청 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지역사회에도 관심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저희는 의료봉사 공적으로 대통령표창을 받았습니다. 역대 집행부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소통 문제 이슈 제기를 통해 난청 해결에도 나서도 있습니다. 차제에 국민건강검진 생애전환 검진항목에 추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비인후과의 가치를 알리고 국민이 미리 접할 수 있는 건강보건학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에는 정책적 배려를 호소했다. 회생할 수 있는 언덕이 필요한 까닭이다.
"너무나 어렵다는 현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한시적이나마 장책적 배려를 부탁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이비인후과의 처한 상황은 너무 심각합니다. 어떻게든 버티더라도 회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정책적 배려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난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회장으로서 늘 송구하고 미안하다. 그저 곁에 있는 누군가의 아픈 현실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요. 함께 이겨내야 하는 데…힘내세요."
모두에게, 그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