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수레바퀴 다시 돈다...의·약계 '부글부글'

원격의료 수레바퀴 다시 돈다...의·약계 '부글부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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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대면 진료+원격조제+약 택배배송 '패키지' 추진
의·약사 얼굴 한번 안보고 용무 끝? "환자 안전 어쩌나"

ⓒ의협신문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정부가 원격의료 제도화를 다시 공론화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 추진한다던 비대면 진료에, 되레 의약품 원격 조제와 의약품 배달 서비스까지 합한 '완전체' 형태다. 

의약품 원격 조제와 택배 배송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자 원격의료 추진을 줄곧 반대해왔던 의료계는 물론, 그간 상대적으로 느긋했던 약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잠잠했던 원격의료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김부겸 국무총리다.

김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경제인 간담회에서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적극 개선하는 '규제 챌린지'를 6월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인들로부터 추천받은 15개 과제 이른바 1차 규제 챌린지 과제를 함께 공개했는데, 여기에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 등이 포함돼 파장이 일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정부의 원격의료 제도화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바다.

도서·벽지 등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활성화 가능성을 타진해왔던 정부는, 지난해 2월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전화상담·처방'을 전격 허용했다. 코로나19 방역 강화 명목이다.

의료계는 원격의료 편법추진이라며 즉각 반발했으나, 정부는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등 취약시설의 집단감염 방지를 위한 '한시적인' 예방조치"라며 제도 시행을 강행했다.

정부의 이 결정으로 지역이나 종별과 무관하게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화로 상담·처방을 할 수 있게 하는 원격진료가 전면 시행되면서, 사실상 둑이 터졌다.

그동안 쌓인 비대면 진료 데이터는 덤이다. 수차례 시도에도 불구, 원격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돌려보지 못했던 정부에게 근거 데이터 부족은 제도 추진 강행을 방해하는 아킬레스 건이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5월 제도 시행 이후 두달 반만에 전화·상담 처방건수가 22만건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5월, 보름간 처방된 건수가 20만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림 잡아 현재까지 누적 처방건수가 5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정부와 국회의 합심 하에 이를 제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연말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시 의사와 한의사·치과의사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 개정 작업이 이뤄졌고, 이에 맞춰 복지부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을 확정해 공고했다.

심각 단계 이상의 (감염병) 위기경보가 발령된 때, 한시적 특례로서,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른 전화상담·처방을 허용하며, 그에 따른 진료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법령에 명시된 것이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비대면 진료가 특정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특례'라는데 정부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인식을 같이 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스스로 정해뒀던 틀을 깨고 나선 것은 정부다. 

10일 이른바 '규제챌린지'를 제안하며,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와 약국의 원격조제와 택배배송까지 합한 '완전체 형태'의 원격의료를 규제개선 과제 중 하나로 언급하고 나선 것. 이렇게되면 환자는 의사나 약사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않고, 진료부터 의약품 수령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의약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즉각 반대성명을 냈다. 원격진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오진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는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일관된 논리다.

원격의료가 지난해 의료계가 결사 저지한 '4대악 의료정책' 중 하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정 협의체를 통해 발전적 방안에 대해 논의키로 합의했다. 규제챌린지 발표는 9·4 의정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일방적이고 경제 논리에 매몰된 규제챌린지 추진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약사회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한번도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던 의약품 원격조제와 택배배송이 등장하면서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약사회와 전국 16개 시도약사회는 15일 공동성명을 내어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챌린지 대상 규제로 분류하는 것은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몰이해의 극치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일부 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규제완화로 포장된 약 배달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무총리실이 진화에 나섰다. 추진 계획의 철회나 재검토 입장은 아니다. 

국무총리실은 16일 설명자료를 내어 "규제 완화 여부 등은 사전 결정된 바 없으며, 향후 건의자(경제단체 또는 기업)·민간전문가·이해관계자·관련 단체 등이 참여해 충분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논의 방식은 6월 중 관계부처와 상세히 협의한 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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