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허용 법적기준 없이 상담·교육하라고?..."탁상행정 전형"

낙태허용 법적기준 없이 상담·교육하라고?..."탁상행정 전형"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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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계, 정부 비판...입법 보완 없이 일방적 수가 결정 "전문가 의견 무시"
"산모·태아 생명 다루는 엄중한 사안...허용기준·수가 등 의료계 의견 반영 우선"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인공임신중절(낙태) 교육·상담수가 신설을 의결하고 오는 8월부터 제도 시행을 결정했지만, 정작 산부인과 의료현장에선 졸속·탁상행정 전형 반복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부로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후속입법이 미뤄지면서 법률상 낙태 허용 범위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태 상담·교육수가를 일방적으로 정하고, 제도 시행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상담수가 결정 역시 명목상 산부인과계와 몇 번의 협의를 거치기는 했지만, 최종 합의 없이 안이 결정되고 건정심에 상정돼 의결된 것도 의료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낙태 교육·상담수가 신설을 의결했다. 건정심이 의결한 낙태 상담·교육수가는 상급종합병원은 3만 650원, 종합병원 3만 180원, 병원급 2만 9710원, 의원급 2만 9240원 등이다.

산부인과계는 낙태 교육·상담수가 결정에 앞서 명확한 낙태 허용 상담·교육을 위한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상과 별도로 산모와 보호자에게 명확한 기준에 따라 교육·상담할 수 있는 법률적 기준 마련이 선결조건이라는 얘기다.

경기도 A 산부인과 전문의는 "그간 유전질환이나 성범죄 등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임신에 대한 낙태가 불법이었다가 지난해 헌재 낙태죄 위헌 결정 이후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헌재 결정에 따라 법률적 명분이 생긴 만큼 의사들이 명확한 기준을 갖고 낙태에 대해 상담·교육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 결정 이후 낙태 상담을 하는 산모와 보호자들의 상담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산부인과에서는 이미 낙태를 요구하는 산모와 보호자가 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면서 "그러나 어떤 경우에 낙태가 가능하다고 딱히 설명할 기준이 없어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전북 B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료계는 헌재의 낙태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입법 조치 필요성에 대해 지속해서 제기해왔다"면서 "정부와 국회도 필요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아직 입법 보완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태는 산모와 태아, 두 명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된 문제다. 그간 사문화된 법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지라도, 특수한 경우(유전질환 및 성범죄 등에 따른 원치 않는 임신) 외에 낙태는 불법이었다"면서 "낙태는 의학적 판단과 함께 사회·윤리적 판단,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의 심리상태 등 복잡하고 미묘한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최소한의 법률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C 산부인과 전문의는 "정부의 낙태 교육·상담수가 건정심 상정과 의결은 의료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너무도 무책임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한 만큼 의사들에게 아무런 기준도 없이 수가를 줄테니 무조건 낙태 허용 상담과 교육을 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언론보도에 따르면 산부인과계는 교육·상담수가 결정에 앞서 명확한 법률적 기준 마련을 요구했고, 보건복지부와 협의도 여러 차례 했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건정심을 앞세워 싸구려(?) 수가를 정하고 무조건 시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혹스러움을 넘어 황당하기 그지 없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상담수가 역시 건보재정 등을 고려한 행정편의주적 결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낙태는 산모와 태아 상태 등 의학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세밀한 고려에 따른 결정이며, 이를 산모와 보호자와 상담·교육하는 것 역시 일반 의료행위 또는 상담과는 큰 차이가 있다. 소요시간 및 상담·교육 횟수 역시 일반화·표준화하기 힘들다. 그런데 정부는 일반적 상담시간을 기준으로 단순하게 수가안을 만들어 건정심에 상정하고 건정심은 큰 고민 없이 결정한 듯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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