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 백신 배송 방침 비판…"안전한 백신 배송 원칙 준수" 촉구
"온도이탈로 백신 훼손되면 국민들 피해…의료기관 책임 전가도 우려"
방역당국이 일정하게 저온 냉장 상태를 지속해서 유지해야 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의료기관이 직접 보건소에서 수령해 가라고 안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백신 변질과 훼손으로 인한 접종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우려하며 "안전한 백신 접종을 위한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방역당국에 촉구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최근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화이자 백신을 긴급히 배송한다는 이유로 보건소를 통해 위탁의료기관이 직접 수령할 것을 안내했다.
일선 위탁의료기관 의료진들은 연일 35℃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온도에 민감한 백신을 위탁의료기관이 직접 수령해갈 때 백신이 훼손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7월 30일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배송 방침과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백신을 수령한 후 온도이탈 시 백신 훼손으로 인한 환자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안전한 백신 배송을 위한 기본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8월 초 접종 물량 중 일부를 각 지방자치단체로 일괄 배송해 위탁의료기관이 직접 관할 보건소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백신 배송 방침을 변경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일정 수준의 저온 냉장상태를 지속해서 유지해야 하는 이른바 '콜드체인' 유지가 필수적이다. 일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도계·냉매제 등의 장비를 갖춰야 하며, 엄격한 관리 하에 운송해야 한다.
더욱이 요즘과 같이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는 와중에 운반 과정에서 백신 온도가 이탈하거나 훼손될 수 있고, 운송상의 관리 미비로 인해 폐기로 이어지기 쉽다.
의료계는 만약 의료기관에서 사용불가 백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환자에게 투여되기라도 한다면, 접종자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고, 그 책임을 애꿎은 의료기관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최근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건수가 증가해 여느 때보다 세심한 백신 배송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백신수급 지연기간 만큼의 배송 스케줄 단축을 위해 냉장설비를 갖춘 백신 배송업체의 의료기관 직접 배송 방식이 아닌, 보건소 일괄배송 후 의료기관에서 수령하도록 배송체계를 임시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량의 백신이더라도 정부의 배송방식은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건강을 위해 국가가 담당해야 할 백신 배송의 책임과 안전관리 업무를 개별 의료기관들에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정부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코로나19 백신공급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정부의 배송 책임을 의료기관으로 전가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의협은 "정부는 소량의 백신도 누군가에게는 한 번의 소중한 접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백신의 배송관리는 국가에서, 접종은 의료기관에서'라는 각자 본연의 역할에 맞는 기본원칙에 충실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속접종의 선결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는 안전한 접종이며, 이를 위한 백신 배송체계 및 접종환경 점검과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확산상황에서도 일선 의료진들은 감염의 위험과 누적된 피로를 무릅쓰고 감염환자 진료와 전 국민 백신접종이라는 업무를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힌 의협은 "지친 의료진들이 부디 본연의 업무인 '진료'와 '예방접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길 바란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백신 배송 방침에 따른 환자 안전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정부의 안이함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충분한 사전 안내와 안전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채 백신 수령 및 이송에 따른 위험부담을 온전히 의료기관에 떠넘김으로써 발생할 문제들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