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 보다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원하나? 

선한 사마리아인 보다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원하나?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8.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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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외과의사회·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공동 성명  
'수술실 내 CCTV 설치법' 바로잡기에 의료계 총력 대응 호소
전문가주의 억압·불신의 시대 이끄는 악법은 '만악의 근원'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추악한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을 두고 보는 것이 비굴하고 추악한 것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와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는 8월 25일 공동 성명을 통해 잘못된 '수술실 내 CCTV 설치법' 바로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며, 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해야할 의무라는 판단이다. 

두 단체는 "우리는 비굴하거나 추악해지지 않을 것이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며,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이며,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유관단체와 협력해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결기를 다졌다.  

CCTV가 대리수술 뿐 아니라 의료소송을 위한 근거 제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두 단체는 "CCTV는 매우 제한적이고, 수술의 실제적인 잘잘못을 알 수 없으며, 수술 중 보여지는 의료진의 피드백만을 알 수 있어 소송의 쟁점을 흐려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환자-의사 인권 침해, 감시 용도로 전용, 의료진 적극성 훼손 등 의료계에서 지적하는 우려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제정되면 국민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두 단체는 "명분에 떠밀려 실상을 보지 못하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부동산 임대차 3법'이나 '민식이법' 처럼 국민과 환자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가져 올 것"이라며 "표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정치인이라지만, 결국 무엇을 갉아먹는 것인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불신의 시대를 감내해야 할 고통도 토로했다. 

두 단체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의료진과 환자를 이간질하는 불신의 아이콘이며, 최선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켜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선한 사마리아인들은 점점 줄어들고, 한계 상황에서 타인을 저버려야 하는 '카르네아데스의 판자'의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주의를 억압하고 불신의 시대를 이끄는 악법은 의료 수준 역시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두 단체는 "불신의 시대는 결국 전문가주의를 퇴보시키고, 심평의학이 유도하는 상식 수준의 평균진료가 최선의 진료를 대체할 것"이라면서 "만악의 근원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정책이 쌓이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결국 선과 악은 뒤바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주의를 억압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정책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라는 진단이다.

근본 원인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입법을 추진하는 문제도 짚었다.

두 단체는 "의료는 정치·경제·사회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근원적으로 학술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오히려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때 더욱 발전한다"며 "의료를 정치·경제의 일부로 바라보고 권력이 직접 의료를 통제하겠다는 그릇된 인식이 수술실내 CCTV 설치라는 악수(惡手)를 가져왔다"고 통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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