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 관리기관 간섭, 벗어날 수는 없을까?
부정확한 청구·심평원 자율개선제·약제 평가 미개선 기관 '현지조사' 대상
민원인·직원 관리해야…방문확인·방문심사·현지조사 철저한 준비 필요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료인이라면 이러한 생각을 수없이 했을 것이다. '청구한 진료비를 심사해 삭감하는 것은 기본이며, 무시무시한 현지조사의 칼날을 휘두르기도 하고, 의료인을 사법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은 물론 면허 취소나 면허 정지를 받게 하는 건강보험 관리기관들의 간섭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어찌보면 당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일 뿐이지 결코 현실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건강보험재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리기관들은 의료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통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건강보험재정을 둘러싸고 관리기관과 급여를 청구하는 의료기관 간의 다툼과 갈등은 당연한 일이다.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정확하게 청구한다면 관리기관과의 갈등이 생길 수 없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소규모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복잡한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정확하게 파악해 청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의사는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면 되고 진료비 청구는 직원들이 하는 것이라 판단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진료비 청구로 인한 책임은 결국 원장에게 귀착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보험재정을 둘러싼 관리기관과 의료기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이 현지조사다. 현지조사는 3개의 건강보험 관리기관(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단독 또는 합동으로 진행한다.
관리기관이 의료기관을 현지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하는 대표적인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진료 후 건강보험 법령과 급여기준에 근거해 급여, 비급여 및 본인부담금을 정확하게 청구해야 한다. 관리기관은 진료비를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이중으로 청구하는 사례가 나타날 경우 현지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하고 있다. 비급여진료 후 환자에게 진료비 전액을 받고 건강보험이 가능한 영역에 대해서는 별도로 건강보험을 청구하는 경우, 100대 100으로 정해 놓은 환자부담금을 임의로 높여서 청구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장은 진료비를 급여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둘째, 심평원이 통보하는 지표 연동 자율개선제·약제 평가 등을 가급적 따라야 한다. 심평원에서는 진료 분야별 또는 상병별로 전국 의료기관의 건당 평균진료비를 기준으로 일정 부분을 초과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진료비가 높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통보하고 있다. 심평원은 통보를 받은 의료기관 중 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곳을 현지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개선 통보를 받으면 반드시 심평원 직원이나 전문가와 상의해 신속하게 개선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셋째, 직원과 민원인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의료기관 내부자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증거물로 첨부해 관리기관에 제보하거나 고발하는 경우에는 100% 현지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장은 직원과의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관심을 기울이면서 인사관리를 잘해야 한다. 또한,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악성 민원인은 건보공단 등 관리기관은 물론 수사기관에도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악성 민원인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거나 요구를 하더라도 무시하지 말고 초기에 잘 대처해 관리기관이나 수사기관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지조사의 정점인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는 건보공단 또는 심평원의 방문확인·방문심사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실시하고 있다. 공단이나 심평원의 방문확인·방문심사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이 끝났다고 안심해선 안된다. 보건복지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현지조사 준비가 끝나면 느닷없이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방문확인·방문심사를 한 경우에는 현지조사를 실시하기까지의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관리기관이 현지조사를 준비하듯 의료기관도 현지조사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는 건강보험 청구는 물론 의료법 위반 여부까지 광범위하게 실시한다. 따라서 현지조사가 나오기 전에 보험 청구와 의료법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문제가 있는 부분을 사전에 개선해야 한다. 현지조사 적발 사항을 최소화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방문확인을 했다면 신속하게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점을 찾아서 반드시 개선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
물론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방문확인을 진행하기 전(대상기관 선정 통보 후 최소 3∼4일 또는 최대 1∼2주)이나 방문확인을 진행하는 과정에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추후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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