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 국회 앞서 '국회 본회의 부결 촉구 긴급 기자회견' 개최
5개 외과계열 학회, "세계 최초 한국 외과의사들 손목 묶을건가?" 비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오늘(30일) 오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 의료계가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등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의료계는 의료인에 대한 인권 침해와 의사-환자 간 불신 조장을 비롯해 필수 전문과 기피로 인한 국민 건강권 침해 등을 들어 입법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여당은 법안 통과를 밀어부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은 더불어민주당이 민생·개혁법안으로 규정하고, 8월 국회 내 처리 방침을 세우고 야당의 반대와 우려속에서도 지난 8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8월 25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상정해 의료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8월 30일 오후 5시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두고 있다. 거대 여당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제41대 의협 집행부는 8월 30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수술실 CCTV법 국회 본회의 부결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의 부당성을 알림과 동시에 본회의 통과를 저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의협은 이필수 의협회장을 필두로 지난 8월 27일 비가오는 날씨에도 오전 9시부터 국회 앞에서 반인권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이필수 회장은 "의료계가 환자의 건강과 안전, 개인의 존엄을 해치는 지극히 잘못된 법안임을 계속해서 지적했음에도 정부 여당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수술실 CCTV 의무화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 설치는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해외 선진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 감시 환경 하에서의 의료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환자-의사간 불신 조장 등 민주사회의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훼손 가능성이 높은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일인가"라고 말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의협 대의원회, 전국 시도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병원협회, 각과 개원의사회 등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을 규탄하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수술을 많이 하는 대한신경외과학회·대한외과학회·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비뇨의학회도 8월 28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5개 학회는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외과계 의사들의 손목을 묶길 원하냐?"며 "지금 이 시간에도 몇 시간씩 수술실에서 사투를 벌이며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외과계 의사들의 노력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의료 사고 및 분쟁에 대비해 최소한의 방어적인 수술만 하게 되고, 이는 환자의 생존율과 회복률을 떨어뜨리게 될 것 ▲응급수술이나 고위험수술은 기피하게 되어 상급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해지며,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 ▲CCTV 녹화를 통해 수술과 관련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돼 있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집도의의 수술집중도만 저해할 것 ▲환자의 신체가 녹화됨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2차적 피해 우려 ▲의사들의 외과계 지원 기피로 인한 의료 체계의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은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