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간호사 진료 허용 '면허' 문제"...의료계 격앙

"전문간호사 진료 허용 '면허' 문제"...의료계 격앙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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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체계 혼란·무면허 의료행위·무자격자 대리수술 부작용
지역·직역 의료계 강력 반대..."전면 재검토" 한 목소리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대한의사협회 포스터. ⓒ의협신문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대한의사협회 포스터. ⓒ의협신문

"불법의 합법화", "무지·무책임의 궤변", "불법 무면허 의료 만연", "세계 최고 수준 의료시스템 무너뜨릴 것", "의학은 진보와 퇴보의 갈림길", "국민건강을 비전문가 손에 맡길 것인가"….

의료계를 대혼란에 빠뜨린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전문간호사 자격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지만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울산광역시의사회, 경상남도의사회, 전라북도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전국응급구조학과교수협의회 등은 성명서·호소문 등을 통해 전문간호사 자격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하고 입법 시도에 대한 강력한 저항 의지를 다졌다. 

의료계 제 단체가 가장 문제 삼은 것은 불법의 합법화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의사의 의료행위를 간호사가 불법적으로 수행하는 범죄 행위를 허용하는 법안이라는 판단이다. 

의료법상 명백히 불법인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양성화할 경우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와 의료인 면허체계의 혼란을 초래해 국민 안전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간호사에게 마취를 맡긴다면, 모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통증 및 중환자 진료(전공의는 수련)에만 전념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배수진을 예고했다.

전문간호사 자격 개정안에 담고 있는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주사·처치 등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개정안은 '지도에 따른 처방'이라는 문구를 신설해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 근거를 마련하고, 주사 및 처치 등을 할 수 없는 한의사가 전문간호사를 지도해 주사·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면허가 허용하는 의료 행위의 범위를 불법적으로 붕괴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면허체계 왜곡에 대한 비판도 분출됐다. 곧바로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훼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취나 응급 시술·처치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의료 영역을 침해, 직역 구분을 무력화하고 현재의 면허 체계를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 건강에 어떤 위해를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마취 분야의 경우는 전문간호사 진입의 부당성이 더 도드라진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는 단독은 물론 의사의 지도·지시에 따르더라도 불법이라는 것은 이미 법률적(2010년 대법원 판례), 행정적(2011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으로 결정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전문간호사로 메우겠다는 간협의 주장도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현재 마취통증의학회 회원 수가 6000명, 전공의가 800명에 이르는 반면, 마취전문간호사는 고작 200여명 수준"이라면서 "그래도 전문의가 부족하다면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 얼마든지 충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임 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현행 법령체계에 어긋나는 부당한 법 개정 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의료법에서 전문간호사는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서 간호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 '간호 업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문간호사 역시 의료법이 규정한 '간호 업무'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무 범위의 모호성도 강하게 비판했다.

개정안에서 적시한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문구는 오히려 업무 범위를 모호하게 하고, 이 모호함은 해석에 따라 전문간호사에게 진료 업무와 권한을 부여할 수 있어 의료 현장의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국민의 건강을 비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겪이라는 지적이다.

UA(PA·무면허 의료인력) 문제점도 노정했다. 

의료계는 "의료법상 불법인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행정 편의와 비용 절감을 앞세워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입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윤리적 관점의 고뇌도 토로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진료 영역의 일부를 전문간호사에게 맡기고, 마취전문간호사에게 한 마취를 하게 하는 것은 가능성 문제를 따지기 전에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정치인과 보건복지부 행정 관료의 상황 인식에도 질타를 더했다. 

의료계는 "정치인과 행정 관료가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법을 발의하고 불법을 조장하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의료 질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면서 "전문간호사 자격 개정안이 의학의 진보인지 퇴보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전문간호사 자격 개정안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의협과 함께 입법예고 마지막 날까지 보건복지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을 벌인 응급구조사협회는 공정과 상생을 호소했다.

응급구조사협회는 "전문간호사 자격 개정안은 보건의료체계를 유지하는 다양한 소수 전문직종에 대한 사형선고가 될 것"이라면서 "특정 직군만을 위한 입법과 행정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결국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환경의 '생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전문간호사 자격 개정안에 력히 저항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입법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사항전 각오로 강력한 저지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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