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인원 4369명...건보 재정 누수 역시 51억 5800만원
1인 평균 53회 도용…징역·벌금 등 처벌은 950명에 그치고, 환수율 낮아
타인의 건강보험 명의를 도용해 의료용 마약 처방까지 받는 등 건강보험 부정 사용 사례가 줄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 누수 원인으로 또 지목됐다.
14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6년~2021년 9월)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진료·처방을 받은 횟수가 23만 304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용이 적발된 인원은 총 4369명이며, 이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건보 도용 결정금액) 역시 51억 5800만원에 이른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운용돼야 할 건보 재정이 법률과 제도의 허점을 틈타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도용 적발 인원 중 징역·벌금 등으로 처벌받은 인원은 950명에 불과했다. 건보공단 측은 "도용한 개인, 그리고 도용당한 개인의 합의로 끝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적발 인원에 비해 처벌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경우도 상당했다. 도용 결정 건수가 8011건에 달했고, 도용이 적발된 인원 역시 875명이었다. 이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도 1억 8100만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건보 도용으로 인한 누수액의 환수율은 낮았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도용 결정금액 환수율은 2016년 57.1%, 2017년 55.7%, 2018년 54.8%, 2019년 54%, 2020년 72.4%, 2021년(8월까지) 58.9%으로, 평균 환수율이 약 58%였다. 평균 환수율이 91%에 달하는 건강보험증 양도·대여와는 대조적이다.
건보 부정사용(명의 도용 및 건강보험증 대여 포함)을 요양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건보 부정사용이 가장 많은 곳은 의원(일반의원·치과의원·한의원·보건소 등)으로, 도용 결정 건수가 총 14만 3294건(적발 인원 6755명, 누수액 21억 5500만원)에 달했다. 다음은 약국으로, 총 10만 5164건(적발 인원 4567명, 누수액 18억 4600만원)이었다.
약국 다음으로는 병원(일반병원·요양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이 총 9167건(적발인원 1203명, 누수액 6억 3200만원), 종합병원 총 6721건(적발인원 807명, 누수액 11억 7900만원), 상급 종합병원 총 4323(적발인원 289명, 누수액 8억 2700만원 ) 순이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12조는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급여를 받고자 할 때, 건강보험증 혹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증명서를 요양기관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은 건보의 재정 누수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또 국민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현재는 건보 명의 도용이 신고나 제보, 수사기관 접수 등에만 의지하고 있어 한계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근본적인 예방책은 현행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받는 가입자·피부양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의무를 두는 것이다. 부당이득 징수 강화도 필요하다. 관련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