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이 잘못해 지급하고 6년 후 강제환수?

건보공단이 잘못해 지급하고 6년 후 강제환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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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지급금 환수 강제징수 부당" 판단
초과지급금 환수에 대한 국민건강보험법 상 근거·구체적 절차도 없어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망한 부모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지급 받았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초과지급금을 강제로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권익위는 오히려 보건복지부 등은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 초과지급금 환수에 대한 '국민건강보험법' 상 법률적 근거와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A씨는 2010년 경 B요양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진료비용(본인부담금)을 지불했는데, 건보공단은 2010년 12월 31일부터 2011년 7월 20일 기간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 제2항에 의한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430만원을 A씨의 가족들에게 지급했다. A씨는 2012년 사망했다.

건보공단은 2018년 12월 경 A씨의 가족들에게 6년 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지급금(430만원) 중 100만원이 과다 지급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환수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또 2019년 1월 3일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기타징수금으로 고지하고, 2021년 4월 7일에는 A씨의 가족들에게 '건보공단 자체 업무 착오'라는 담당자의 설명 이외에 객관적으로 납득될만한 사유는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독촉 고지하면서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를 예고했다.

이에 A씨의 가족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본인부담상한액 초과지급금 환수 강제징수'는 부당하다며 강제징수를 취소해달라고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고충민원에 대해 건보공단은 "이번 환수조치는 2015년 3월 통합급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A씨의 가족들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이 과다 지급된 것을 확인했으나, 담당 지사의 지연처리 등으로 2019년 1월 3일 국민건강보험법 제79조(보험료등의 납입고지)에 의해 A씨의 가족들에게 고지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21년 4월 7일 기타징수금으로 이관해 국민건강보험법 제81조에 따라 민원 독촉고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비록 이번 환수조치가 건보공단의 착오로 인해 발생된 것이지만, 추후에 이를 정정해 법령에 따른 지급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이상,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금액은 부당이득이므로 A씨의 가족은 고지된 환수금액을 건보공단에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이 민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의한 부당이득이 발생했으나, 사망시점까지 납부의무자에게 부당이득 환수를 하지 않은 경우로, 사망인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환수가 불가하고, 처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상속인이 공법상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승계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민법 제741조에 따른 민사상 부당이득으로 상속인을 납부의무자로 해서 상속고지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의 부당이득을 징수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민법상 일반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이 적용된다"라며 "A씨의 가족들은 건보공단에 과다 지급된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은 "2021년 6월 3일 국민건강보험법 제87조에 다른 이의신청, 제88조에 따른 심판청구는 처분이 있는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므로 이의신청 등은 불가하고,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의한 부당이득이 발생했으나 수진자 사망 이후 환수 결정된 사항이므로 민법 제741조에 따른 민사상 부당이득으로 상속인을 납부의무자로 해서 상속 고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A씨의 가족들이 독촉고지서 발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납부하지 않을 시 민사소송법 제1조∼제40조에 의해 민사소송을 통해 강제징수하겠다는 것.

보건복지부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지급금 환수는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및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에 근거해 환수하고 있고, '본인부담상한제사후환급금 지급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제1소위원회는 최근 A씨의 가족들에게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 초과지급금 환수를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의한 환수고지 및 같은 법 제81조에 따른 강제징수 절차를 취소할 것을 의결했다. 건보공단의 강제징수를 인정하지 않은 것.

권익위는 ▲건보공단 스스로 착오로 본인부담상한액을 과다 지급한 것을 환수하기 위해 고지를 한 것으로, '고의나 중과실이 있어 보험급여를 제한할 대상'(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가족들은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이를 청구해 지급받는 행위'를 하지 않았고, 건보공단이 부당이득으로 고지하고 강제징수할 수 있는 대상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의 주장대로 부당이득으로 보더라도 민원 환수는 민사소송법의 절차에 따라 징수해야 할 대상일 뿐, 건보공단이 A씨의 가족들에게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타징수금'으로 고지하고 독촉 및 강제집행을 예고하는 등 강제징수 절차로 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또 ▲6년이 넘은 후 민원 환수를 하겠다고 했는데, 건보공단의 처분에 대해 A씨의 가족들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어떠한 구제절차도 주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의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 초과지급금 환수를 부당이득 징수로 하고, 민원 독촉고지 등 강제징수 절차로 행사는 것을 취소해 달라는 A씨 가족들의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어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에는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에 대한 사항은 규정이 되어 있으나, 초과금이 과다 지급된 것에 대해 환수하는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은 채 그 처리 절차를 건보공단의 업무지침으로 해서 처리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권익위는 "이번 민원 환수는 국민에게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침해적 처분에 해당한다"라며 "이런 침해적 처분은 처분의 근거뿐만 아니라 처리 절차 모두에 대해 법령에 근거 규정을 두고 처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환수대상은 지난 6년간 51만 7000건, 772억원에 이를 정도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건보공단 담당자의 안내와 고지 등에 의존해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납부를 거부하는 민원을 발생시키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에 해당하지도 않는데, 부당이득으로 고지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A씨 가족들이 제기한 고충민원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어 인정되므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2항에 따라 보건복지부 등에 제도개선 의견을 표명하기로 한다"고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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