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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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정책 자문·자료 생성 주도...의협 중장기 계획·정책 개발
전 회원·국민 설문 반영 '대선 보건의료 정책제안서' 발간
내년 의료정책연구소 설립 20주년...더 나은 미래 위해 '비상'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의협신문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의협신문

첫 출근의 인상이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맴돕니다. 의료정책연구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무 조용했습니다. 조용하다 못해 정적이 흘렀습니다. 분명 모든 직원들이 사무실에 있는데, 순간 신발을 벗고 뒷꿈치를 들고 살살 들어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잠시 의자에 앉아서 사무실을 둘러보는 동안 '타닥 타닥' 키보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막연히 밖에서 내가 알고 있었던, 의료계 현안에 대해 대응하고 정책을 만드는 부서라면 정신없이 바쁘고 시끄러울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들을 하는 곳일까 궁금해졌습니다. 

6개월이 지나 적응이 된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굳이 일반 회사들처럼 전화를 붙잡고 바이어를 상대할 필요도 없고, 실적이 높네, 낮네 하면서 직원들을 채근할 필요도 없습니다.

의협 집행부가 일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미시적으로는 필요한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거시적으로는 '100세 건강 시대 여는 믿음직한 전문인'이라는 의협의 비전에 맞추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정책들을 개발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의 글을 쓰는 곳이고, 화려하진 않아도 융통성이 있는 의견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의료정책연구소가 해오고 있는 일들과 새롭게 시작한 일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연구소 직원이라면 기본적으로 하는 일들이 있는데, 보고서 작성과 정책 자문입니다. 보고서는 연구보고서, 정책연구자료, 편저 등이 있고, 의료계 현안과 정책을 쉽게 소개하기 위한 계간 <의료정책포럼>이 있습니다. 

정책 자문은 수시로 요청되는 정책 관련 의견 제안, 현황 조사, 이슈 브리핑, 각종 통계 조사 등이 있습니다. 이중 연구보고서는 의료계의 중요한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확정한 과제들을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서, 내부수행과제는 연구원들이 직접 연구를 진행하고, 외부연구과제는 외부 전문가에게 과제를 맡기고 이를 관리합니다. 

내년에 진행될 연구보고서의 주제들은 혁신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과 감염병에 대응해야 하는 의료현장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의료계의 자세와 방향성이 주축이 될 것입니다. 

올해 정책연구자료는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의 제문제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의 현황과 문제점을 다루었고, 지금도 거친 파도를 헤치고 뚫고 나아갈 혜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계간 <의료정책포럼>의 경우 의료정책연구소 편집위원회 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구성하였습니다. 특히 '특집' 파트는 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9개월에서 1년동안 진행을 하려고 계획했습니다. 또한 글로벌 동향을 발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해외의료정책 동향' 파트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벌써 다음 호가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연구소 직원들은 이런 힘든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 해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올해 의협 집행부가 바뀌면서 의료정책연구소 또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첫번째로 제20대 대통령선거 보건의료분야 대선정책제안서를 만들었습니다. 

총 7개로 제안서를 구성했고 주제는 지역의료 활성화로 고령사회 대비, 필수의료 국가안전망 구축, 공익의료 국가책임제 시행, 의료분쟁 걱정 없는 나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건강한 나라, 보건의료 서비스 일자리 확충, 보건부 분리입니다. 이를 만들기 위해 6월달부터 의료정책연구소장 이하 연구원들이 기획을 했고, 7월에서 10월까지 상임이사, 자문위원,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두 번의 설명회와 각 시도의사회·대한개원의협의회·전체 회원 대상 의견조회를 시행했습니다. 

또한 '보건의료정책 챌린지'라는 제목으로 전국민 대상 의견 조회를 했으며, 대외협력 임원 및 대외협력위원회 위원 대상 설명회와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제안서를 발간하였습니다. 

각 당에서 대선주자들이 제안서의 내용들을 얼마나 채택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실성 있고 균형감 있게 만들기 위해 4개월 동안 힘들었지만 보람된 일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10월부터 뉴스레터를 만든 일이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의료정책연구소의 일들을 의사 회원들에게 알리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일단 10월호와 11월호는 의료정책연구소 운영위원회와 상임이사들에게 먼저 선보인 뒤, 개선해서 내년에는 전 의사 회원들로 확대해 더욱 알찬 내용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세 번째는 2021년 지역사회감염병 대응역량강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이 사업은 제가 연구책임자를 맡고 감염병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교수님들을 연구원으로 구성해 12차례의 온라인 연수교육과 더불어 지역 시도의사회에서 진행하는 학술대회에 자료를 제공하여 감염병 위기에 대한 대응과 예방에 대해 의사 회원들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네 번째로 의료정책연구소는 급변하는 의료계 상황과 보건 의료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도를 개편하였습니다. 연구부장을 새롭게 임명하고, 연구부를 정책기획팀, 법제도팀, 글로벌 헬스팀으로 나누면서, 효율적으로 연구지원팀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내년에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의료정책연구소 운영 규정과 직원 평가지침 규정을 전면 개정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관행으로 진행되어 왔던 일들을 명문화 하고 새로운 조직도에 맞추어 운영 규정을 바꾸려고 합니다. 또한 연구원들의 노력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해 연구원들이 안심하고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아직은 연구원들과 이에 대한 많은 의견을 나누고 토론 중이지만 조만간에 모두가 만족하는 규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년이면 의료정책연구소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약관(弱冠)에 해당됩니다. 유교의 규범에 따라 남자가 20세가 되면 상투를 틀어 관(冠)을 씌우는 의식이 행해지고 성인이 되었음을 널리 알리는 나이를 말합니다. 홀로 서기에는 아직 약하기 때문에 약할 약(弱)자가 앞에 있습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약관을 지나 더욱 성숙할 수 있도록 진부한 과거는 버리고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터닝포인트인 내년이 기대가 됩니다. 지금, (의료정책연구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와) 헤어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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