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25기 대의원총회...여한솔 대전협 회장, 비대위원장 겸임
집행부 부회장·상임진 구성 의결...제8회 김일호상 서연주 전공의 수상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25기 집행부를 구성,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지속해서 유지키로 결정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7일 서울특별시의사회 회관 5층 대강당에서 제25대 대의원총회를 열어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 부회장과 상임이사 인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교체에 관한 건,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감사 선임, 의료계 단체행동 백서 제작에 관한 건 등을 의결했다.
제25대 대전협 부회장에는 이지후(서울대병원 내과)·강민구(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전공의가 임명됐으며, 상임이사진으로 총무이사 조재진(삼육서울병원 안과), 수련이사 서연주(여의도성모병원 내과)·박한나(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정책 이사 김채원(분당차병원 내과), 복지 이사 고은산(원주세브란스병원 인턴)·이현주(연대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과), 홍보이사 백승우(성빈센트병원 재활의학과), 법제이사 류환(한림대성심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를 인준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의료계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정책과 시의성 있는 대응을 위해 계속 유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 위원장에는 여한솔 대전협 회장을 선출했다.
여한솔 대전협 회장은 "비대위를 해산했다가 향후 다시 소집하려고 하면 굉장히 많은 재원과 시간이 걸려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더불어, 현재 비대위에서 총 16억 원이 남았는데 투쟁기금이 아닌 다른 편법 등으로 잘못 사용될 우려가 있어 비대위 운영을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의료계 단체행동의 내용을 담은 백서 제작과 관련해서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된다는 대의원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박지용 이대목동병원 전공의대표는 "의료계 단체행동은 다른 직종의 일반적인 파업과 달리 사회적 파장이 컸으며 노조가 없어 특이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러한 부분에 있어 단체행동이 곡해되거나 왜곡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백승우 성빈센트 전공의대표는 "객관성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개개인의 진술로 제작되기 때문에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정리된다면 법적인 문제로 갈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여 회장은 대의원들의 우려에 공감하며 "한쪽 의견으로 치우쳐지면 안 되고 의견이 팩트처럼 느껴지면 안 된다"라며 "백서 제작에 팩트와 개개인의 의견 진술은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번 총회에서는 제25기 집행부 6개국의 사업계획이 발표됐다. 특히, 수련국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전공의 수련 질적 저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임·출산 전공의 및 모성보호 관련 지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공의법 및 수련 규칙 개정안 마련을 통해 전공의 수련 시간 계측 및 운영방침을 재정립하고 전공의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 및 수련 규칙 표준안을 개정할 예정이다.
정책국에서는 ▲코로나19 진료에 따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수련병원 내 무면허 의료인력 근절을 위한 대응 방안 ▲공공의대법안 대응 방안 ▲수련 중 방사선 피폭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25기 집행부에서 신설된 법제국은 대전협 운영의 회칙에 따른 운영을 보조하고 대전협 재정 운용 외부감사 등을 통해 재정 운용의 공공성을 증진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행위별 업무 범위 규정…너무 보수적 접근 안 돼"
대의원총회 의결사항 이후에는 '진료보조인력 업무 범위 및 향후 대응에 관한 건'을 주제로 토의가 이뤄졌다. 특히 이날 토의에서는 보건복지부에서 발주하고 발주에 따른 연구과제인 '주요 의료행위별 수행기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불필요하게 지정된 의사만의 업무 범위는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현도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대표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흔히 불법 의료행위라고 표현하지만, 현재 의료법상 불법이다, 아니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어디까지 불법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지용 이대목동병원 전공의대표는 "불필요하게 의사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제외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라며 "지방이나 전공의가 없는 지방에서는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버리면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신고와 고소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많은 행위에 대해 의사 탓으로 돌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너무 보수적으로 의사 업무 범위를 규정하다 보면 나중에 뒷감당이 안 될 것 같다. (업무 범위 설정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달라"라고 요구했다.
백승우 성빈센트 전공의대표는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다만, 전공의가 부족한 과에서는 오히려 원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독이 될 수 있다. 전공의의 과도한 루틴이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진수 한양대병원 전공의대표는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게 정부에서 지원을 더 해준다든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분배되는 시스템이 선행되고 나서 주요 의료행위별 수행기준 방향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여 회장은 "현장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공감한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지방병원이나 중소병원 규모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난 대표자회의에 참석해 내년 상반기까지 업무 범위 설정에 대한 항목을 발표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도 공감한다. 해당 분야에 대해 집행부 내부 회의를 진행해보고 회의 내용을 공유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제8대 김일호상 서연주 전공의 수상
이날 대의원총회에서는 서연주 가톨릭 여의도성모병원 전공의(내과)를 제8대 김일호상의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일호상은 제15대 대전협 회장을 역임하면서 전공의 복지와 권익향상을 위해 헌신한 故 김일호 회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제정됐다. 김일호상은 매년 대전협·대한의사협회·故 김일호 전 회장 유가족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전공의 복지와 권익향상 및 전공의의 위상을 높이는 데 힘쓰거나 동료 전공의를 위해 헌신한 전공의 또는 전공의 수련 관계 인사한테 수여한다.
서연주 전공의는 "故김일호 회장은 본인의 안위와 상관없이 전공의 수련환경을 위해 돌아가신 날까지 큰 노력을 하신 분이다"라며 "저 또한 여기서 멈추지 않고 희생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겠다"라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김일호상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깊다"라며 "이처럼 의미가 남다른 상을 시상하게 되어 영광이며, 오늘 수상하게 된 서연주 전공의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김태환 故김일호 회장의 아버지는 "의사들의 권익을 위해 이렇게 함께 모여 머리 맞대고 열심히 활동해주는 것이 보기가 너무 좋다"라면서도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로 착각한다. 여러분들의 권익도 항상 생각해서 열심히 투쟁을 해야 한다. 전공의들은 대우받을 자격이 얼마든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