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15일 일상회복 계획 시행 이후 진료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전공의 10명 중 9명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일반환자 의료공백 생겨"
병원 입퇴원 기능 마비 및 전공의 수련환경 코로나19 이후 악화 지적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이후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일선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입원, 퇴원, 전원 등의 절차에 큰 문제가 발생하며 일반 환자들에게까지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또한 코로나19 이후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2월 3일부터 6일까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이후 진료환경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총 652명이 응답했으며, 이들 중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환자에게 위해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답변한 회원은 59.2%, 일반 환자의 진료에 제한이 생겼다고 답변한 회원은 91.4%로 나타났다. 현재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인공호흡기나 체외막산소공급(ECMO) 등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53.9%,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악화될 수 있는 환자가 44.6%로 집계됐다.
우선 대전협은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중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은 매우 한정되어 있으며, 중환자 치료를 위한 장비 또한 한정됐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정부에서는 공중보건의사들을 각 병원으로 차출해 파견했으나 '내과나 신경외과 등 중환자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인력이 코로나19 중환자를 담당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지역사회의 공중보건의사를 차출하게 되어 오히려 지역의 보건 의료상황만 악화시킨다'라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중보건의사 투입 외에 재정 지원, 인력 대책 등 대책이 너무 부족하다'라는 불만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별 병원에서도 내과, 응급의학과 등의 유관 분과 이외의 타과 전공의까지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하고 있으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며 각 병원에서는 코로나19 전담 의사를 구하려고 노력하지만, 정부의 재정 투입 부족,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지원자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인력을 확보할 대책은 그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숙련도가 부족한 인력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별다른 교육 없이 투입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병상 확보 관련 대책에 대해서도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으로 병상 숫자 자체는 늘었으나 입원할 정도의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필요한 장비 등의 지원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전협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일반 환자에 대한 의료 공백이 생기는 점도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설문조사에서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입원, 퇴원, 전원 등의 절차에 큰 문제가 생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환자의 재원 기간이 늘어나고 각 병원에서도 확진자 다수 발생, 밀접 접촉자의 수도 늘어나 일선 병원의 입·퇴원 및 진료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응급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응급실을 폐쇄해 그 기간 동안 새로 오는 환자는 진료받지 못하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부지기수이며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라도 발열이 있을 경우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는 경우 코로나19와 무관한 질병의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검사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병상과 장비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으며,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 등도 지연되고 있다"라고 알렸다.
이어 "반대로 질병이 호전되고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인 환자도 전원을 제때 진행할 수 없어 퇴원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라며 "일선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의료체계 붕괴의 아수라장 현장을 매일같이 목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전공의의 수련환경 또한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대전협은 일상 회복 계획 시행 이전인 지난 10월 14일 95%의 병원에서 야간에 코로나19 병동을 담당하는 내과 전공의가 단 1명만 존재하며, 이 중 74%는 다른 병동 환자들까지 담당해 일반병동의 환자 안전도 문제가 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수련환경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전공의 97%, 교수 56%, 전임의 35.4%, 촉탁의 5.8%, 공보의 7.2%(복수 응답 가능)가 참여하고 과별로는 내과 81.1%, 응급의학과 27.2%(복수 응답 가능)가 코로나 진료에 참여하는 비중이 가장 컸으나 '모든 과에서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비중 또한 27.2%로 지난 설문보다 다소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일부 전공의들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휴식을 취해야 할 오프(off) 시간에도 코로나19 관련 근무를 강제당해 주말과 연휴가 없어졌으며, 해당 근무일을 인정받지 못해 사실상의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며 "현재 전공의 특별법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고, 최대 주 88시간 근무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현장 인력의 과로와 정신건강의 악화는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버린 지 오래"라며 "일선 전공의들은 각 과의 수련과 무관한 업무를 담당하며 수련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제대로 된 수련은 이뤄지지 못하고 배우면서 일하는 전공의들은 배움은 뒤로한 채로 업무에만 투입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여한솔 대전협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참담한 현장 상황을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정책 결정자들의 일선 전공의에 대한 책임 전가는 그만두고, 제대로 된 환경 속에서 전공의들이 일할 수 있도록 시급히 처우를 개선해달라. 젊은 의료진의 피땀과 생명을 갈아 넣는 희생을 욕보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