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7일 국회 토론회 "간호법 제정하라" 촉구
양정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업무범위 쟁점 더 토론 필요"
보건의료단체 "직역 이기주의 법안" 반발...국회 법안심사 계류 중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계 각 직역 간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단체에서는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직역 이기주의 법안'이라며 연일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대한간호협회는 국회 앞 1인 시위와 더불어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법안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간호법을 말한다'는 주제로 간호법 제정 촉구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보건복지위원장)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해 3월 '간호법'을 대표 발의하고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간호·조산법'안을 발의하며 간호사의 단독 법안 제정을 추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김민석·서정숙·최연숙 의원의 간호법안을 병합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재심사하기로 했다.
간호법안은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만 따로 떼어내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3년마다 실태조사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개선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확보 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 조사 ▲교육의무 부과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특히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간호사의 업무로 규정했다. 또 간호사가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은 이날 토론회 발제를 통해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의료법의 한계 간호서비스 질 제고 ▲간호인력 배치 및 수급 문제 해소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을 근거로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 부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다양화되는 간호업무와 체계를 정립하고 전문적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확보해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고 국민건강을 돌보기 위한 법"이라며 "간호법 제정에 뜻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곽 부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간호법과 관련된 주요 쟁점을 정리하며 반박하기도 했다.
곽 부회장은 "일각에서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 독자적 진료행위가 가능해진다고 우려하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의사의 진단 및 지도, 처방에 따라 간호사의 면허 범위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바뀌지 않는다. 의사와 간호사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원급 의료기관에 간호사를 의무배치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간호조무사의 일자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며 "발의된 간호법안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또는 지역사회 각종 시설에 간호사를 의무 배치하는 내용이 없다. 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고시도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라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이 의사보조인력인 PA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옥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국장은 "PA 문제는 현행 의료법상 의사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반면 간호사의 업무로 '진료의 보조'가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다"라며 "의사와 간호사 간에 업무상 상하관계의 현실적 위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워 의료행위를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 제정을 통한 각 인력의 업무 범위와 한계에 대한 명시적 설정은 각각의 면허에 따른 고유의 업무를 담당하게 해 간호인력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어 PA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업무범위 등 주요 쟁점에 관해서는 토론이 더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양정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간호사 양성과 교육 수준 확보, 처우 개선 등의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하나 주요 쟁점이 되는 업무범위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토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의료는 제공하는 사람이 가진 특성과 스킬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법 개정이 체계와 그릇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이지만 (간호법 제정이)모든 의료 특성을 해결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협회에서 간호 독립법이 90개국에서 있다고 하지만 전문직종의 면허 관리, 교육, 관리체계 등을 중심으로 독립법이 구성되어 있어 현재 국내에서 간호법으로 제정하려는 범위와는 다소 다른 경우가 있다"라며 "대부분 독립법이 있는 나라에서는 다른 직역에 대해서도 독립법이 있다. 국가마다 법률체계도 달라서 1:1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간협을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단체에서는 한목소리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0개 보건의료단체 대표자들은 지난해 11월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보건의료 관련법은 국민건강 향상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데, 간호단독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률일 뿐, 국민 건강을 저해하는 법안"이라며 "간호사의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함으로써 간호사들이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 간호사의 단독개원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보건의료인력지원법상 보건의료인들이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간호사만을 위한 지원과 혜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심지어 간호법을 다른 법률에 우선하도록 함으로써 마치 특별법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당시 "의사 등 보건의료직역들은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해 의료법이 정한 업무범위에 따라 본연의 역할을 한다"라며 "특정 직역의 이익실현을 위한 단독법을 제정하게 되면 형평성에 크게 위배되고 결과적으로 의료체계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