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공중보건의사가 함께합니다"

"코로나19 대응, 공중보건의사가 함께합니다"

  •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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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공중보건의사 갈아 넣으며 간신히 방역 체계 유지
국민 생명 구한다는 사명감·소명의식으로 버티며 희생

임진수 의협 정책이사(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의협신문
임진수 의협 정책이사(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의협신문

대한민국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이제 2년이 넘어갑니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으로 이번에도 2022년 배치 신규 공중보건의사들은 훈련소를 미루고 감염병 현장에 조기 배치되어 코로나 대응 지원을 할 계획인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하던 2021년 초에만 해도 희망섞인 코로나 종식을 말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 천 명이 발생해도 무감각해지는 와중입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대두하면서 "네 번째 백신 접종은 '파이널샷'이라던데?"라는 조소인지 자조인지 모를 이야기가 나옵니다. 매우 어려운 코로나19의 종식(혹은 계절성 독감 정도로 생착)을 말하기엔 아직도 시기상조인가 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지친 공중보건의사들을 위해 이곳저곳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다녔습니다. 단 한 명의 공중보건의사가 겪는 문제더라도 그것이 부당하다면 함께 목소리를 내어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이 적어도 사소한 문제로 사기(士氣)가 꺾이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간 일선의 공중보건의사들과 함께 일을 겪다보니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우리만 진심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2021년 11월, 4차 대유행으로 신규 확진자와 증가세가 사그라질 줄 모르고 치솟았고, 병상이 모자라 배정이 지연되면서 대기 중인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동안 수도권 병상 배정은 30여 명의 공중보건의사가 전담했습니다. 업무량이 폭증하고,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병상배정반 공중보건의사들이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공중보건의사들의 상황을 파악해 달라고 했고, 국립중앙의료원 병상배정반을 방문해 보니 실상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면 진료가 아닌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컨디션이 급하게 악화하는 것까지 예견하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병상배정반 공보의들은 "환자의 목숨이 자신에게 달렸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보니 밥을 먹으려고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공중보건의사들은 코로나19 확진자 진료와 정보 공유를 위해 병원별로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60여 개 단체카톡방을 열어 놓다 보니 렉이 걸리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합니다. 정부의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이 아닌 카톡에 의지해야 할 정도의 인프라 속에서 한 명의 환자라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병상 배정 지연 문제를 놓고 일부 매체에서 '공보의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대공협은 "병상 배정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는 반박 성명서를 냈고, 상황이 일부 개선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사건을 계기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더라면 아름다운 결말이 됐을 것입니다. 정부는 병상 지연 문제가 나오자 장기 파견 군의관을 30여 명 증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배의 인력과 카톡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특단의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우리가 가성비가 아주 좋은 탓입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현실적 지원 기대…코로나19 극복 위해 대화 나서야

중증 환자가 늘어나자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내과적 중환자를 치료할 인력이 부족하다며 급하게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전문의 공중보건의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런 사실은 기사를 통해 알았습니다. 

대공협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내과 전문의 공중보건의사 인력을 파악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와 중수본에 상급종합병원 인력 파견 계획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정부는 상황이 급박하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답한 그날 밤 사전 협의 없이 시도 지자체로 파견 대상 공중보건의사 명단을 통보했습니다. 

대공협은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파견 대상 공중보건의사의 명단을 취합한 결과, 50명 파견 인원 중 내과 0명, 마취통증의학과 2명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중대본은 이날 "내과와 마취통증의학과 등 공중보건의사 50명을 상급종합병원으로 파견한다"며 대대적으로 브리핑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보여주기식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파견에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숙소나 확진 시 대처 방안 등 현실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담당자와 통화했으나 "상황이 워낙 시급하다 보니"·"노력하고 있다"는 답을 반복했습니다. 

상황이 급박한 상급종합병원의 전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어디에서, 어떤 인력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 대공협과 사전 논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전문의면 다 똑같은 전문의 아니냐는 식의 논리와 파견 후 대책 마련에 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이해한 것은 담당자도 타 중앙부처에서 단기 파견 나온 인력임을 알게 된 이후였습니다. 상급종합병원 파견 문제는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수당 지급도 그렇습니다. 일부 공무원들은 관례상 시도 역학조사관에게 수당(업무활동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논리를 펴기도 합니다. 수당을 지급하라는 지침대신 일선 공무원의 문해력에 기대야 하는 현실입니다.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시도별로 의사 역학조사관을 최소 한 명 이상 채용해야 하지만 지원자가 없다보니 대부분 공보의 인력에 기대야 하는 상황입니다. 스무 명이 채 안 되는 공보의 시도 역학조사관이 없으면 전국의 코로나19 예방 접종 이상반응 조사 업무가 마비됩니다. 일은 일대로 하라면서 관례를 들어 역학조사 업무를 맡은 공중보건의사의 처참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중보건의사 역학조사관 선생님들은 격무와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어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최전선에는 평범하고, 시시한 공중보건의사들이 서 있습니다. 

공중보건의사들은 의업을 허락받고, 국가의 부름을 받았기에 투철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 공중보건의사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에서 개개인의 희생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난국을 타개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당당하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공중보건의사는 국가 방역의 중추이자,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아닙니까? 2년 넘게 공중보건의사를 갈아 넣어서 간신히 방역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중보건의사도 사람인 까닭에 힘들어합니다. 이제는 모래 섞인 쌀을 줄 것이 아니라, 간신히 버티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을 응원하고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기대합니다.

코로나19 극복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대화하고, 논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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